2011년 3월 21일, 가수 김건모가 화제의 인물이 됐다. 지난 20일 오후 방송된 MBC 일요 예능프로그램 '우리들의 일밤'의 '나는 가수다' 코너(연출 김영희) 때문이다. 각종 인터넷 포털 사이트 검색어 상위를 기록하며 90년대 전성기 시절 못지않은 비상한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나는 가수다' 코너는 국내 실력파 가수 7인이 미션곡을 통해 무대를 선보이고, 청중심사단의 심사를 거쳐 생존하는 서바이벌 형식의 버라이어티. 이날 방송분에서 김건모는 임주리의 '립스틱 짙게 바르고'를 불렀고, 꼴등인 7위를 기록했다.
김건모는 7위에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자 황망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제작진과의 인터뷰를 통해서는 "어 내가 그렇게 못했나, 피아노도 안 틀리고 내가 그렇게 못했나"라고 의문을 제기하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더불어 그는 "마지막에 이벤트(노래를 마친 뒤 자신의 입술에 립스틱을 바른 퍼포먼스)를 했던 게 관객분들에게는 아니었구나"고 말했다.
연출자 김영희PD 역시 립스틱을 바른 퍼포먼스를 지적하며 심사결과에 악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발언했다.
7위는 탈락을 해야 마땅하다. 결과는 달랐다. 참가자 대부분 결과에 어리둥절해 했다. 이 코너 MC인 이소라는 눈물을 펑펑 흘렸다. 급기야 방송 진행을 거부했다. 제작진 역시 의외의 결과라며 '꼴지를 위한 재도전' 시스템을 급조했다.
김건모는 이를 수락했다. "나는 원치 않지만 후배들의 뜻이 그렇다면 재도전하겠다"며 다음 회를 기약했다. 방송 이후 김건모의 재도전 선택과 제작진의 급조한 시스템에 시청자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의 출연자 역시 김건모 재도전 수락은 당연한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소라는 방송을 통해 "김건모라는 가수는 내 마음속에 노래 잘하는 가수, 순간 반한 가수"라고 평가하며 그의 재도전을 반색했다. 자문위원들 역시 한 가수를 탈락시켜 아픔을 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뮤지션으로서 최고의 무대를 시청자에게 선보인다는 게 '나는 가수다'의 취지라며 김건모 재도전에 명분을 '옹호'했다.
이소라를 비롯한 출연가수들만 김건모에 대해 호평하는 것일까. 대중은 그를 형편없는 가수라고 여기고 있는 것일까.
'3050세대' 대부분은 '김건모'라는 이름 석 자의 가수를 모를 리 없다. 90년대와 2000년대 초중반 한국 대중가요의 발전에 큰 기여를 한 대형가수임을 다 안다.
20년 된 가수, 김건모의 데뷔곡인 '잠 못 드는 밤 비는 내리고 '는 지금 신세대들도 대부분 안다. 1992년 데뷔한 이후 그가 쏟아낸 수많은 히트곡 '핑계', '빨간 우산', '스피드' 등 그의 앨범 수록곡 하나하나가 대중의 큰 사랑을 받았다. 그는 자타공인 국민가수다.
국민가수인 그가 꼴등인 7위를 기록한 이유가 과연 립스틱을 바르는 '관록의 퍼포먼스' 때문이었을까. 그의 재도전 수락에 대다수 시청자가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가수 김건모의 관록에서 묻어나는 여유도 독이 됐을 수 있다. '라이브의 여왕'이라 불리는 이소라를 비롯해, 국내 실력파 로커 윤도현, 국내 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인정받은 가수 박정현, 가창력에서 둘째라가면 서운한 백지영 등등이 '나는 가수다' 무대에서 설 때 감추지 못하는 긴장감과 진지함, 사력을 다하는 모습은 김건모에게 악재로 작용했을 터.
실제로 첫 방송이후 베테랑 가수 김건모의 여유로운 무대 매너에 대해 지적하는 시청자가 다수였다. 이는 김건모의 재도전이 일부 시청자의 곱지 않은 시선을 불러일으킨 이유로도 꼽히고 있다. '박수칠 때 떠나는' 국민가수 김건모의 모습을 기대했기에, 그의 재도전에 회의적인 반응을 쏟아낼 것이다.
김건모의 재도전이라는 결과는 시청자들의 실망감을 불러 일으켰지만, 김건모에게는 큰 상처를 안겼음을 시청자도 잊어선 안된다.
결과야 어찌됐든 김건모씨, 당신은 국민가수 맞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