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위에서부터 '여고괴담', '처녀들의 저녁식사',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고양이를 부탁해'의 포스터
윤은혜, 박한별, 유인나, 차예련의 '마이 블랙 미니 드레스'(이하 '마블미')와 신예 김지원의 '로맨틱 헤븐', '복서' 이시영이 송새벽과 호흡을 맞춘 '위험한 상견례'까지. 남자 영화 일색이던 극장가에 모처럼만에 미녀스타들의 스크린 진출이 이어지고 있다.
워낙 '센' 이야기들이 사랑받는 통에 많지는 않았지만, 그간 한국영화는 간간히 여성을 전면에 내세운 영화들을 내놓으며 여자라 공감할 수 있는 감성과 심리, 담론을 풀어냈다. 여성만의 이야기로 관객들을 유혹한 작품으로는 어떤 영화가 있었을까.
우선 '여고괴담' 시리즈를 꼽을 수 있겠다. 어느 학교에나 하나쯤 있을 법한 무서운 이야기와 사춘기 여고생들의 불안한 심리를 엮어냄으로써 국내 대표적인 호러영화 시리즈로 자리매김했다. 시리즈 최고 흥행작은 이미연, 김규리, 최강희, 박진희 등이 주연을 맡은 1편. 서울에서만 60만(전국추정 250만)관객을 동원했다.
한국영화 가운데 최초로 여성의 성 담론을 구체화시킨 작품으로는 임상수 감독의 '처녀들의 저녁식사'를 꼽을 수 있다. 강수연, 진희경, 김여진 등이 출연, 각기 다른 직업과 성격을 가진 세 여성을 통해 한국 여성의 성 풍속도를 사실적으로 묘사해 화제를 모았다. 서울에서만 28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했다.
스무 살 무렵 여성들의 성장통을 그린 2001년작 '고양이를 부탁해'도 빼놓을 수 없다. 서울관객 2만 8000명에 그쳤으나 영화 촬영지인 인천을 중심으로 재개봉운동이 활발히 진행됐고, 인천에서 대규모 상영회를 여는 데 성공했다. 극중에서 각각 태희와 혜주로 분해 청춘의 혼란과 불안을 표현해 냈던 주연배우 배두나와 이요원은 어느덧 대표적인 충무로 여자 스타로 성장했다.
여성을 전면에 내세운 영화 가운데 최고 흥행을 기록한 작품은 2007년 개봉한 '우리생애 최고의 순간'(이하 '우생순')이다. 주연을 맡은 문소리와 김정은은 여자라서, 아줌마라서 포기해야 했던 꿈을 다시 꾸는 대한민국 여자 핸드볼 대표팀의 모습을 공감가게 그려내며 400만 관객을 동원했다.
ⓒ영화 '여배우들'과 '하모니'의 포스터
이재용 감독의 2009년작 '여배우들'은 제목 그대로 여배우들을 전면에 내세웠으나 50만 관객을 동원하는데 그쳤다. 윤여정, 이미숙, 고현정, 최지우, 김민희, 김옥빈 등 쟁쟁한 여배우 6명이 화보 촬영을 앞두고 다른 배우들과 신경전을 벌이는 본인을 연기했다. 20대부터 60대까지 각양각색의 여배우들을 한 자리에 모은 것만으로 화제를 모으기에 충분했다.
지난해에도 김윤진 주연의 '하모니'가 300만 관객을 동원했다. 김윤진이 '세븐 데이즈'에 이어 또 한 번 모성연기에 도전해 화제를 모았으며, 나문희, 강예원, 이다희 출연했다. 감옥에서 합창단을 만들어 대회에 나가게 된 여 죄수들의 이야기를 감동적으로 그려내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과연 올해 개봉작 중 여성을 전면에 앞세운 영화 '마블미'는 어떤 흥행 성적표를 받아들까. 영화는 명문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한 네 여성의 모습을 통해 '88만원 세대'로 불리는 20대의 혼돈과 불안을 그려냈다. 오는 24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