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일년'이 아니라 벌써 3년이다. 거북이 리더 '터틀맨' 임성훈이 갑작스레 팬들 곁을 떠난 지가.
그리고 고인의 3주기를 맞아 지난 2일 0시에 마지막 자작곡 '아이고'가 주요 음원사이트를 통해 공개됐다. 그리고 이 노래는 3일 오후 3시 현재 엠넷 22위 등 5개 음악사이트 톱 100에 모두 들었다. 팬들은 3년이 지난 지금도 터틀맨과 금비와 지이, 그 이름 '거북이'를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이고'는 희망가다. 거북이의 많은 노래가 그렇지만, 이 곡 역시 흥겨운 리듬 속에 '세상이 아무리 고달파도 희망을 잃지 말라'는 메시지가 귀에 쏙쏙 들어온다.
'../지각 했어 아이고 또 늦었어 아이고 만원버스 꽉 찬 전철 바삐 아이고/ 눈코 뜰 새도 없고 한 숨 쉴 새도 없고 친구들과 술 한 잔도 벅차 아이고../자꾸자꾸 또 이런 현실 같은 왜 이런 시련만 되풀이되나 it my life no/ 반복반복 또 이런 결국 제자리 왜 이런 바보 같은 인생이 정말 it my do no..'
세상과 일상은 이처럼 구차하지만, 그럼에도 거북이는 '희망'과 '도전'에 방점을 찍는다.
'..난 꿈이 있었죠 그 뜻을 키웠죠 그리고 세상과 만났구요/ 희망은 있어요 내가 해보지 못한 세상을 향한 도전 아직은 많아요 (ye let's go)..'
그랬다. 거북이는 희망 전도사였다. '댄서블 힙합 3인조 싱어송라이팅 혼성그룹'이라 할 거북이는 언제나 웃음을 잃지 않았다. 전 소속사와 법정까지 간 여러 갈등과, 심근경색이라는 못된 병마와 싸운 와중에도 거북이는 희망을 이야기했고 즐겁게 살자고 권유했다.
터틀맨은 지난 2006년 7월 스타뉴스와 인터뷰에서 그랬다. '비행기'를 타이틀곡으로 한 4집 발매 무렵이자, 1년여 동안 병원신세를 진 후(이때 금비와 지이는 아예 짐을 싸 병원에서 터틀맨을 병간호했다) 간만에 이뤄진 인터뷰였다.
"아팠다고 남들에게 아픈 음악을 들려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1집 때부터 그랬지만 신나는 세상, 즐겁고 둥글게 사는 거예요. 재미있게 살아도 모자란 세상인데.."
1집 'Let's 북이' '사계'
이 말을 듣고 보면 거북이가 2001년 1집 타이틀곡으로 '사계'를 힙합버전으로 소개한 게 비로소 이해가 간다. 이 노래는 잘 알려진 대로 80년대 대학 운동권 노래로 애창됐던 곡. 아주 고단한 현실이 스케치처럼 펼쳐지는 이 노래를 왜? 아무래도 노래의 정서와 느낌상 '사계'를 강한 비트의 힙합으로, 그것도 빠른 리듬으로 부른 것은 아주 의외였으니까.
'..손이 꽁꽁꽁 발이 꽁꽁/ 호호 불어가며 돌아가는 바퀴처럼/ 스키타는 사람들과 썰매타는 사람들과/ 놀며 즐기려면 얼마든지 좋은 이 겨울에/ 난 또다시 공장으로 또다시/../흰눈이 온 세상에 소복소복 쌓이면/ 하얀 공장 하얀 불빛 새하얀 얼굴들/ 우리네 청춘이 저물고 저물도록/ 미싱은 잘도 도네 돌아가네..'
그러나 거북이의 속내는 이런 현실 속에서도 즐겁게 살자는 것 아니었을까. '왜 화를 내고 그래?'라며 장난스럽게 시작해 '하루하루 고된 몸을 일으켜 오늘까지 온 우리 Now Let's play/ Everybody Boogie 다 같이 Boogie/ 넥타이와 작업복도 같이 함께 해요'라고 권유한 'Let's 북이'를 다시 들어보시라.
2집 '왜 이래' '거북이걸음'
이러한 거북이의 희망가는 2003년 2집에서 그 강도를 더 높였다.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았던 '왜 이래'다. 이 곡에서도 '답답하고 힘들며 외로운' 현실은 역시나 계속된다. '..이리저리 체이네 독촉장에 메이네/../높은 하늘 아래 수많은 건물/ 나 발디딜 자리조차 없네요/ 무심하죠 아무도 날 사랑하지 않아 힘이 들어요/..'
그럼에도 이들은 또 한 번 흥겹게 외친다. '가슴을 활짝 펴고 크게 웃어요/ 하늘 향해 힘껏 소리쳐 봐요/ 답답한 가슴이 확 풀어지도록/ 숨막힌 세상 시원하도록/../화만 내면 무슨 일이 잘되나/ 안된다면 내일 해 화내지 말고 내일 해/..'
거북이는 그러면서 이런 희망을 위해 앞으로 천천히 쉬지 않고 나아가는, 말 그대로 거북이를 닮은 삶을 성원했다. '처음부터 다시 해도 지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갔다 뒤로 물러나도/ 절대로 포기 안해 두려움 따위도 나한텐 안통해 무서운 시련도/..'(거북이 걸음)
3집 '이제부터' '빙고'
그래도 막무가내 인생 앞에선 주저앉고 체념하는 게 우리 인생이다. 터틀맨은 이런 나약한 태도를 점잖게 나무랬다. '이제부터'라는 바로 그 노래!
우선 지이가 랩으로 갑갑한 현실을 토로 또는 징징댄다. '한평생 살아봤자 뭐해 반평생 이런 삶을 왜 해/ 생각없이 그냥 구린 그 좁은 방안에서 뒹굴다 그러다 말겠지 뭐/..'
그러자 터틀맨이 어른스럽게 타이른다. 좀 혼내는 말투다. '네 속에 항상 자리잡은 고정관념 널 가로막고 있는 너의 인생타령/ 뭐 그리 아깝다고 버리지 못하면 그 인생 어디 가니 너의 신세타령/ 이제는 변해야 돼 너의 생각을 지금쯤 바꿔야 해 너의 착각을/..'
그리고는 다시 흥겹게 '새로운 시작'을 외친다. 2004년 발표 당시 많은 사랑을 받았던 '빙고(아싸)'다. '모든게 마음먹기 달렸'다는 이 노래는, 7년이 지난 지금 다시 들어봐도 어깨가 들썩인다.
'..터질 것만 같은 행복한 기분으로/ 틀에 박힌 관념 다 버리고 이제 또/ 맨 주먹 정신 다시 또 시작하면/ 나 이루리라 나 바라는 대로/ 지금 내가 있는 이 땅이 너무 좋아/../사는 게 힘이 들다 하지만/ 쉽게만 살아가면 재미없어 빙고/ 거룩한 인생 고귀한 삶을 살며/ 부끄럼없는 투명한 마음으로/ 이내 삶이 끝날 그 마지막 순간에/ 나 웃어보리라 나 바라는 대로/..'
4집 '비행기' / 5집 '싱랄라' / 싱글 '어깨 쫙'
2006년 병원 침대에 누웠을 때 곡이 저절로 들렸다는 그 노래, '비행기'. 거북이는 복잡다난한 세상을 멀찌감치 위에서 바라볼 수 있는 비행체험을 흥겹게 리얼타임으로 노래했다. '어떤 느낌일까 정말 새들처럼 나는 기분/ 세상 모든 것이 점처럼 보여지겠지/ 개구쟁이 거북이 비행기로 드디어 출발한다/..'
공항 대신 클럽에 갔다면 2008년 5집 '싱랄라'에서 '비행기'의 그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재밌잖아 너도 해봐 Still La La La/../어차피 즐기려고 모인 파티 타임/ 너까지 즐겨야 돼 모두 재밌자/ 멋있는 포장 없이 되잖아/ 다 같이 재밌자 모두 소리쳐..'
꼭 3년 전 지이와 금비는 물론 동료 가수들과 팬들을 모두 펑펑 울게 만들었던 터틀맨. 고인은 그 해 사후 발표된 싱글 '못다한 이야기' 수록곡 '어깨 쫙'을 통해 우리들에게 힘을 내라고, 용기를 가지라고 다시 한번 말한다. 황급히 멀리 떠난 망자가 오히려 발버둥치는 우리들에게. 그래서 요즘처럼 세상이 갑갑하고 힘들수록, 굵고 걸걸한 목소리의 '맏형' 같던 터틀맨의 부재가 크게 느껴지는 게 아닐까.
'어깨 쫙 가슴 쫙 펴고 팔다리 풀고/ 주먹 꽉 배에 꽉 눈도 힘 꽉 주고요/ 다시 확 또는 팍 전력 질주를 해요/ 크게 소리도 질러보아요/../저녁엔 술집 대신 서점에 들르고/ 학창시절 엉망이던 영어도 배우고/ 밤이 되면 게임 대신/ 가족들 챙기고 좀 더 힘차게/..'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