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수' 떠난 김영희 PD의 '이제는 말할수 있다'

김현록 기자  |  2011.04.19 10:47
"아 이거 기사화되면 안되는데. 나 이제 말 안 할 거야."

'나는 가수다'를 떠난 '쌀집 아저씨' 김영희 PD가 못다 한 이야기를 풀어놨다. 지난 18일 경기도 일산의 한 음식점에서는 김영희 PD가 주최한 조촐한 술자리가 열렸다. 이달 말 남미 연수를 앞두고 출입 기자들 몇몇과 함께 모인 자리였다.


지난달 7일 '나는 가수다'가 폭발적인 관심 속에 첫 방송을 시작한 뒤 김건모 재도전 논란에 이어 이례적인 경질 사태까지, 신문 사설에 등장할 만큼 풍파를 겪은 터. 김영희 PD는 신임 신정수 PD를 비롯한 MBC '우리들의 일밤' '나는 가수다' 연출진에게 부담을 줄까 조심스러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러나 모든 걸 훌훌 털고 오는 약 2달의 연수를 결정한 김영희 PD는 한결 홀가분한 모습이었다.

"어휴 힘들었지. 회의실에 있는데 밖에 기자들이 너무 많아서 화장실에 못 가겠는 거야. 그래서 같이 있던 김유곤 피디('나는 가수다'의 다른 연출자)한테 한번 나가보라고 했지. 그랬는데도 막 달려들더라고."


기자들도 지지 않는다. '나는 가수다' 기사가 매일같이 쏟아지는 통해 '머리카락이 빠질 만큼' 힘들었다고 토로하자 김영희 PD는 너털웃음을 지었다. 곤혹스런 기억이지만 이제는 웃을 수 있다. 김영희 PD는 이제야 허심탄회하게 말할 수 있는 '나는 가수다'의 몇몇 뒷이야기들을 풀어놨다.

"처음에 제작진은 이소라씨한테 '청혼' 아니면 '난 행복해'를 불러달라 했어요. 그런데 '바람이 분다'를 부르겠다고 하더라고. 다시 얘기를 하다가 결국 '바람이 분다'를 부르기로 했어요. 그런데 관객들이 딱 집중을 하는 거야. '아, 이거 대박이구나' 하는 느낌이 왔지."


대박 예감은 그 전에도 왔다고.

"인터뷰도 그랬어요. 처음 인터뷰가 박정현이었거든요. 두 시간 가까이 카메라 앞에 앉혀 놓고 내가 직접 인터뷰를 했지. 다른 가수들도 순서대로 하는데 아주 죽겠더라고. 그런데 그렇게 이야기를 하다 보니까 정말 속 이야기가 나오는 거예요. 그게 첫 방송 한 2∼3주쯤 전이었을걸요. 그 때도 느낌이 왔어요."



김영희 PD는 짧았지만 흥겨웠던 '나는 가수다' 연출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대중에게 진짜 노래를 들려주면 좋아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대로 됐다"며 "'나는 가수다'는 그 생각 그대로 돼서 기분이 좋았다"고 털어놨다. 각종 논란에 대해서는 "부침이 있어야 성장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나는 가수다'로 오랜만에 연출에 뛰어 들어 즐겁고 보람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25년간 예능 PD로 활동하며 만든 프로 베스트 3으로 '나는 가수다'를 꼽기도 했다. (그가 꼽은 1위는 '양심냉장고'로 잘 알려진 '일밤'의 '이경규가 간다'였고, 2위는 '느낌표-아시아 아시아'였다)

그가 애정을 감추지 않는 7인 가수와의 뒷이야기도 이어졌다. 이미 하차한 김건모 백지영 정엽을 비롯해 합류를 결정한 이소라 윤도현 박정현 김범수 등 첫 7인 멤버들은 실제로 녹화를 마치면 한 차례도 빼놓지 않고 거한 뒤풀이를 했을 만큼 무대 밖에서도 끈끈한 동료애를 자랑했다.

"요즘에는 녹화가 끝나면 출연자들이 다 모여서 뒤풀이를 하는 경우가 별로 없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끝나고 일단 다 모이라고 했지. 한 잔만 마시고 가도 좋으니까 참석했다가 가라고. 정말 아무도 안 빼고 다 왔어요. 그러고선 두시까지, 세시까지 마셨지. 해 뜰 때까지 마시고 그랬으니까."

그것이 불과 몇 주 전. 그리울 법도 하다. 그러나 김영희 PD는 "'나는 가수다'에 복귀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며 "신정수 PD가 저보다 프로그램을 더 잘 이끌 것으로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이제 김영희 PD는 '나는 가수다'를 놓고 혈혈단신 남미로 연수를 떠난다. 스스로도 "무사히 돌아오는 게 목표"라고 할 만큼 위험하고도 쉽지 않은 길이다. 그는 파타고니아도 돌아보고 이런저런 곳을 다니며 새 프로그램을 구상해 보겠노라고도 말했다.

"저는 만들어 내는 PD로서 새로운 프로그램들을 계속 기획해내고 싶어요. 기회가 주어진다면 새로운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직접 연출을 해 보고 싶고."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가는 동안 바로 옆 MBC드림센터에서는 신정수 PD 체제 '나는 가수다' 첫 공연 녹화가 이어졌다. 일각에서는 김영희 PD가 담당 기자들 취재경쟁을 막으려고 일부러 이날 약속을 잡았다는 소문이 돌았다! 혹시 그것이 '나는 가수다'를 떠나는 김영희 PD가 새 연출진에게 건네는 마지막 선물은 아니었을지. 그는 역시 '영리한' PD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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