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니' 80년대가 이렇게 웃겨? 추억은 방울방울

전형화 기자  |  2011.04.21 10:26
'화려한 휴가' 개봉 후 4년, 한국영화에 80년대를 좋았던 한 때로 추억하는 영화가 마침내 등장했다. 보니엠이 86년 발표한 동명 노래를 제목으로 내세운 유쾌한 영화, '써니'다.


'써니'는 데뷔작 '과속스캔들'로 800만 관객을 불러 모은 강형철 감독이 3년만에 내놓은 작품이다.

한 때 칠공주였다가 지금은 잘나가는 남편과 말 안 듣는 여고생 딸을 둔 나미가 어머니가 입원한 병원에 갔다가 칠공주 멤버였던 춘화를 만나면서 과거 친구들을 찾아 나서면서 시작된다. 말보다 발길질이 앞섰던 '의리짱' 춘화가 암에 걸려 죽어가자 친구들을 다시 만나고 싶다고 부탁을 했기 때문.


나미는 쌍꺼풀만 있으면 예뻐질 것이라고 믿었던 장미와 욕쟁이 진희, 문학소녀지만 도구만 들면 미치는 금옥, 미스코리아가 될 것이라 의심치 않는 복희, 도도한 매력을 지닌 미녀 수지 등 과거 칠공주 '써니' 멤버들을 하나씩 찾아나서며 과거를 추억하고 현재를 긍정하게 된다.

'써니'는 강형철 감독이 우연히 데뷔작에 대박을 터뜨린 감독이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한다.


'꽃'부터 '화려한 휴가'까지 그동안 한국영화 속 80년대는 극복해야 할 대상, 또는 살아남은 자의 슬픔으로 그려졌다. 80년대를 배경으로 해도 시대적 아픔이 주인공과 함께 했지, 마냥 좋았던 시절로 그려지진 않았다. 이는 상당수 감독들이 80년대를 청년기로 보낸 것과 무관하지 않다. 청춘 또한 아픔이 동반하고, 아픔은 대개 시대와 맞물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74년생인 강형철 감독은 80년대를 유년기로 보낸 터라 그 시대를 즐거운 한 때로 그리기에 부담이 없었던 것 같다.

강형철 감독은 '써니'에서 80년대의 문화코드를 재기 넘치게 살려 5분에 한 번꼴로 웃음을 터뜨리도록 유도했다. '친구'처럼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우정을 그리되 비장하지도 우울하지도 않다. 그저 유쾌하다.


강 감독은 전경과 데모대가 싸울 때 써니 패거리와 상대방 소녀시대 패거리가 함께 싸움을 벌이도록 하면서 배경에 '터치 바이 터치'를 깔았다. 이 장면은 강 감독이 생각하는 80년대를 그대로 반영한다. 좋아하는 여자 귀에 이어폰을 씌여주는 '라붐' 패러디는 당시를 추억하는 사람들에겐 폭소를 절로 유발한다.

음원비가 듬뿍 들었을 노래들도 관객들을 80년대로 돌아가는 데 일조한다.

보니엠의 '써니'부터 리처드 샌더슨의 '리얼리티', 조이의 '터치 바이 터치', 신디 로퍼의 '걸 저스트 원투 해브 펀' 등에 나미의 '빙글빙글' '보이네', 최호섭의 '세월이 가면' 등이 영화 전체에 넘실댄다.

강형철 감독은 '써니'에서 촌스럽게 보여 오히려 세련된 연출 방식을 선보였다. 다양한 여고생들이 떠드는 교실을 원신 원컷으로 담아낸 장면은 감독의 재기를 보여준다.

강형철 감독은 '과속스캔들'의 박보영을 발굴한 것처럼 신인 발굴에도 재능이 있다. 심은경을 비롯해 강소라 민효린 등 신인들의 재능이 반짝반짝 빛이 난다.

'써니'는 '과속스캔들'처럼 투박하되 끝까지 밀어붙이는 힘은 부족하다. 웃다가 울 준비가 돼 있는 관객에 너무 착한 결말을 제시한다. 유언장 공개 장면은 지나치게 친절하다.

이는 착한 영화에 대한 강박 또는 감독 자신이 착하기에 가능한 결말이기도 하다. 남자 감독이 연출한 여고 시절이라 다소 전형적인 캐릭터라는 점도 약점이다. 여고생들의 성장통이 전형적인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럼에도 '써니'는 최근 한국 코미디 중 발군이라고 할 만하다. 80년대를 코미디로 즐길 수 있는 시대가 왔다. 강형철 감독은 나홍진, 장훈, 이경미 등 비슷한 시기 데뷔한 또래 감독들과 함께 확실히 한국영화에 새로운 시대를 열 것 같다.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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