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지·이지아 '비밀결혼', 기만이냐 사생활이냐

[김관명칼럼]

김관명 기자  |  2011.04.21 21:19


탤런트 이지아가 가수 서태지를 상대로 위자료 및 재산분할 청구소송을 제기, 두 사람의 비밀 결혼 사실이 밝혀진 가운데 과연 스타들의 사생활이 어디까지 노출돼야 하는 것인지 논란이 일고 있다.


결혼 및 이혼은 철저한 사생활이지만 문제는 팬들과의 관계다. 결혼 및 이혼 사실을 숨김으로써 고의적이든, 미필적 고의든 팬들을 속인 것이 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러한 '은폐' 또는 '침묵'으로 인기, 명예, 수입 등 유무형의 '이익'을 얻은 경우라면 논란은 더욱 뜨거워진다.

이지아 소속사가 위자료 소송 보도 직후인 21일 오후 "(결혼 및 이혼) 사실 확인이 되면 법적대응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이지아가 결혼 및 이혼 사실을 소속사에 숨겼을 경우 거짓으로 계약을 체결한 것이고, 이렇게 되면 CF 등 대외 활동과 관련해 위약금을 물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여러 정황상 서태지와 이지아는 지난 1997년부터 사실혼 관계였던 것으로 보인다. 1996년 1월 서태지와 아이들의 은퇴 선언 후 서태지는 곧바로 미국으로 떠났고, 미국에서 당시 유학 중이던 이지아를 만난 이듬해 결혼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후 서태지의 발언 내용. 서태지는 지난 2008년 8월 언론매체와 인터뷰에서 "나이를 먹을수록 결혼할 생각이 없어진다"며 "예전엔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는 것이 목표였는데 지금은 결혼하는 게 싫다기보다 여자친구를 사귀기도 힘든 상황이고 또 결혼하면 좋아하는 음악을 하는데 영향을 받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발언만을 놓고 보면 누구라도 '서태지=미혼'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서태지 일부 팬들이 이날 서태지 공식 홈페이지인 서태지닷컴에 "인생이 한 순간에 무너졌다" "오늘 악몽이었다" 등의 글을 올려 허탈함과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다. 서태지는 92년 데뷔 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여자친구가 있다는 사실을 밝힌 적이 없었다.

2007년 MBC 드라마 '태왕사신기'로 데뷔한 후 '베토벤 바이러스' '아테나' 등을 통해 연예활동을 해온 이지아도 '결혼'이나 '유부녀'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었던 게 사실. 한때 배용준과 열애설이 터졌을 정도로 팬들 누구 한 사람도 이지아와 '기혼녀'를 연결 짓지는 못했다. 그래서 지난 3월 배우 정우성이 이지아와 연인관계임을 공식 인정했을 때 팬들은 크게 박수를 치며 이들을 성원한 게 아닐까.

더욱이 이지아는 지난 2007년 12월 스타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솔직하게 말해 남자친구가 없어요. 이상형은 다음에 말씀 드릴게요"라고 말했고, 2008년 10월 인터뷰에선 "신비주의라는 건 오해에요. 굳이 저를 숨기려는 것도 아니"라고 말했다.

물론 문제는 조금 더 복잡하다. 결혼 사실을 숨기거나 에둘러 피함으로써 이들이 얻은 유무형의 '이익'과의 연관관계를 수치적으로 증명하기 어렵다는 것. 마찬가지로 '사생활'이 드러났을 경우 이들이 입었을 유무형의 '피해' 역시 그 규모를 산정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나 분명한 건 "결혼할 생각이 없어진다" "남자친구가 없다"는 스타들의 말을 순진하게 곧이곧대로 믿은 팬들은 지금 거의 패닉 상태에 빠졌다는 사실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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