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옥ⓒ스타뉴스
하루살이 인생이라고 했던가. 빠르게 치닫고 빠르게 떨어지는 시시각각 변하는 연예계에서 문희옥은 무려 24년을 버텼다. 아니 건재했다. 모든 유혹을 뿌리치고 오직 정통 트로트 가수로만 말이다.
가요계의 대모 이미자, 패티 김의 뒤를 잇는다는 자부심, 그게 문희옥을 붙들었다. 하지만 쉽지는 않더라. 언젠가 내 차례가 올 것이라 기다렸지만, 발라드와 힙합, 아이돌에 치이고 치여서 설 자리를 점점 잃었다. 점점 대중과 동 떨어진 기분, 그래서 뭔가 다른 것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그렇게 문희옥은 까마득한 후배인 쥬얼리의 은정과 천상지희의 선데이와 한 무대에서 경합을 펼치기로 했다. tvN '오페라스타 2011'(이하 '오스타')가 바로 그것이다.
"처음 섭외 받고, 미쳤다고 했다. 안한다고 하니까 제안서를 보내더라. 7~8장 되는 장장한 분량이더라. 정성이 고맙지만 (장)윤정이랑 하라고 했다. 그런데 그 쪽에서 장윤정이 아닌 내가 꼭 해야 할 이유가 있다고 하더라. 그리고 그 말이 나를 움직였다. 정통 가요를 24년 동안 부른 내가 도전해야 할 이유가 있다는 것이."
그렇게 첫 곡 '노르마'의 아리아 '정결한 여신'를 불렀다.
문희옥은 "교회 같이 다니는 분이 성악을 전공했는데, 첫 노래를 보고 놀래시더라. '이걸 초보자가 부를 수 있냐'고 말이다. 웬만한 소프라노도 못 부르는 노래를 줬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며 웃었다.
사실 문희옥은 출연자 중에서 가장 나이가 많다. 그만큼 몸에 밴 습관을 고치기 어렵다는 것. 거기다가 오페라 발성과 180도 다른 트로트 발성도 타 출연자보다 불리하다는 것.
성악 발성은 소리를 위로 띄우고 멀리 내보내야 하는데 반해 트로트는 최대한 소리를 내리고, 개성 있게 구수하게 불러야 한다는 것이 문제였다. 또 오페라 아리아는 대중가요에 비해 보통 키가 2,3키가 높다는 것도 난관이었다.
"처음 멘토 선생님들을 만나고 나를 다 내려놨다. 발가벗겨진 기분이었다. 어린 아이가 된 것처럼 그들이 주는 대로 그들이 시키는 걸 따라했다. 나이가 드니 외국어 가사 외우기도 쉽지 않아서 집에서 죽어라 연습하고 또 했다."
그리고는 문희옥은 재미난 기억을 떠올렸다. "연습을 하는데 (김)창렬이가 내가 워크맨을 가지고 연습하는 것을 보고 놀리더라. '도대체 공 테이프는 어디서 구하냐'고 테이랑 사진을 찍어서 자기들 인터넷에 올리고 말이다. 하하."
문희옥은 요즘 유행하는 스마트 폰도, 인터넷도 할 줄 모른다고 고백했다. "누가 뭐래도 워크맨으로 돌렸다가 다시 듣고 하는 방식이 나는 편하다."
문희옥ⓒ스타뉴스
'오스타' 덕분에 잃은 것보다 얻은 것이 많다
문희옥은 이번 도전으로 그동안 숨겨왔던 홧병이 있다는 사실까지 공개했다. "가슴에 홧병이 있는 것을 드러내고 싶지 않았다. 다들 몰랐는데 이번에 '오스타'를 하면서 알려지게 됐다."
그래서 오페라 호흡을 하는데 남다른 어려움을 겪는다고 고백했다. "소리를 내뿜어서 성악 발성을 해야 하는데 쉽지 않더라. 라라라라~하고 이어져야 하는데 나는 라.라.라.라 하고 부르니 아름답게 들리겠는가."
결국 문희옥을 위해 특별히 오케스트라 지휘자가 연습실에 찾아와 템포를 맞춰주는 배려를 했다. 멘토인 서정학 교수나 김주연 교수가 매우 놀라운 일이라고 했다.
"대중가요는 밴드가 가수에 리듬을 맞춰주는데, 클래식은 그렇지 않은가 보더라. 나를 위해 직접 지휘자가 와서 포인트를 잡아주는 일이 쉽지 않다고 하더라. 그 말을 들으니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는 책임감이 밀려오더라."
그래서 문희옥은 꿈속에서도 연습을 했다고 한다. "눈을 감아도 자고 있는 것이 아니다.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옆에 사람들 방해 되지 않고 틈이 나면 소리 없이 오페라 아리아를 익힌다. 후배들은 세포가 왕성해서 그런지 벼락치기도 곧 잘 한다고 하더라. 나는 그렇게 하지 못한다. 나는 새로운 곡을 받자마자부터 무대에 오르기까지 한 1000번은 연습한다. 죽기 살기로 말이다."
벌써 생방송 3차례를 생존한 문희옥, 그에게 우승이란 어떤 의미인지 물었다.
"이런 말 하면 어떤 생각을 할 지 모르지만, 난 이미 1등을 했다. 나에게 만은 말이다. 어린 친구들과 한 무대에서 이토록 열정적으로 경합을 벌인다는 것 자체가 나에게 큰 도전이고 용기였다. 24년 동안 트로트만 불렀던 내가 부르는 성악 아리아가 아름답다는 말을 들은 것 자체가 이미 나는 1등이다."
문희옥, 김창렬 트위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