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위대한 탄생'에서 탈락한 정희주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문자투표가 430만건을 돌파했습니다!"
29일 오후 MBC '스타오디션 위대한 탄생' 방송을 시작하며 MC 박혜진 아나운서는 "지금까지 문자투표수가 430만건을 돌파했다"며 시청자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그리고 이날 그 '문자투표'는 심사위원들의 점수에 아랑곳하지 않고 또 다시 '위대한 결과'를 만들어냈다.
4번째로 진행된 생방송 대결에서 정희주가 심사위원 최고점에도 불구, 탈락했다. '가왕' 조용필의 노래로 경연을 펼친 이날 각각 정희주 35.5, 데이비드 오 35.4, 이태권 35.1, 셰인 34.4, 백청강 33.9, 손진영 33.6(40점 만점)의 심사위원 점수를 얻었다.
정희주가 최고점, 손진영이 최저점이었다. 하지만 다음 대결에 올라간 것은 손진영이었다. 탈락이 확정된 후 눈물 짖는 정희주에게 멘토 김윤아는 "오늘 노래를 못해서 떨어진 게 아니란 걸 꼭 알아주기 바란다"면서 "참 잘했다"고 격려했다.
이날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를 부른 정희주는 차분하게 자신만의 실력을 선보였다. 감정 전달이 잘됐다는 게 심사위원들의 평. 일부 연결음 처리가 불안하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점수가 보여주듯 '단점'이 아닌 '조언' 수준이었다.
하지만 정희주는 결국 탈락했다. 심사위원 최고점을 받고도 말이다. '위대한 탄생'은 심사위원 점수 30%와 시청자 문자투표 70%로 점수가 구성된다. 결국 시청자 문자투표에서 정희주는 다른 도전자들에 밀린 것이다.
이쯤 되면 심사위원들의 평가가 왜 필요한지 의문이 든다. 아무리 노래를 잘해 '전문가'인 심사위원들로부터 좋은 점수를 받아도 문자투표 낮은 득표수를 기록하면 소용 없다. 이는 최저점을 받은 도전자가 기사회생하는 것과는 또 다른 문제다. 후자가 '반전'이라면 전자는 왜?라는 '반문'을 이끌어 내기 때문이다.
노력으로 결과물을 이끌어 내고 좋은 평가를 받은 도전자의 기를 꺾는 일이기도 하다.
실제 29일 방송 직후 시청자들은 각종 온라인게시판을 통해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시청자들은 "최고점자가 문자투표에 밀려 탈락하는 것이 안타깝다" "멘토들의 평가가 소용없다" "마지막 문자투표로 결과가 갈리니 재미가 없어진다"고 의견을 나타내고 있다.
물론 국내외 각종 오디션, 서바이벌 프로그램들이 시청자 투표에 큰 비중을 두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시청자의 관심을 끌 수 있기 때문이다. 도전자와 같은 평범한 시청자들이 주인공을 결정한다는 의미를 부여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안전장치'는 필요하지 않을까. 문자투표는 자칫 인기투표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 노래에 감동할 수도 있지만 불쌍해서, 혹은 마음에 들지 않아서와 같은 노래 외적인 이유로 문자투표가 이뤄지는 경우도 많기에 그렇다.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불리할 수도 있다. '위대한 탄생'에서 결국 여성 도전자가 모두 탈락했다는 것도 이상한 것은 아니다.
노력의 대가라는 측면에서 심사위원 최고점자는 문자투표와 무관하게 다음 단계로 넘어가게 한다든지 심사점수 최저점자 2명에 한해 문자투표 결과를 반영한다면 지금 같은 '심사위원 무용론'은 최소한 나오지 않을 것이다.
'위대한 탄생'은 감동을 안길 수 있어야 한다. 완전한 실력을 갖춘 자들의 대결이 아닌 발전해가는 모습을 보여주며 이를 평가 받는 오디션프로그램으로서, 노력한 만큼 결과는 얻을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