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려원 "천국과 지옥 오갔다..지금 너무 행복"(인터뷰)

전형화 기자  |  2011.05.02 13:56
이기범 기자 leekb@ 이기범 기자 leekb@


2009년 영화 '김씨표류기'가 개봉했을 때, 비록 흥행성적은 안 좋았지만 정려원은 배우로 자리매김할 것처럼 보였다. 나홀로 집에 머물며 외딴 곳에 있는 남자를 사랑하는, 비범한 캐릭터를 절묘하게 연기했다.


정려원은 걸그룹 샤크라 출신에서 연기자로 홀로서기까지 길고 힘든 시간을 보냈다.

2005년 MBC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으로 성공적인 신고식을 했는가 싶더니 '가을 소나기', '넌 어느 별에서 왔니' 등은 연기력과 별개로 세인의 평가는 좋지 않았다. 영화에서 첫 주인공을 맡은 '두 얼굴의 여친'도 큰 성과는 없었다. 그랬던 정려원에게 '김씨표류기'는 비로소 연기자로 설 기회를 줬다.


하지만 그 뒤로 3년, 정려원은 드라마 '자명고'를 하고 영화 '적과의 동침'을 하는 동안 제자리걸음을 했다. 소속사를 바꾸고, 9년 동안 메이크업을 함께 한 동료와 헤어지는 등 새로운 출발을 하려 했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정려원에게 지난달 28일 개봉한 '적과의 동침'은 그런 고통과 힘듦, 고독이 절정으로 치닫던 시기를 함께 한 작품이었다. '적과의 동침'은 한국전쟁 당시 이념이 뭔지도 모르는 마을에 북한군이 들어오면서 겪는 갈등과 화해를 그린 작품. 정려원은 처음에는 갈등을 겪던 북한군 장교와 점차 사랑에 빠지는 시골 처녀를 연기했다.


정려원은 '적과의 동침'과 함께 한 지난해, 3권의 일기를 썼다고 했다. 그만큼 힘들었고, 그만큼 생각이 많았다는 뜻이다. 성장엔 늘 고통이 따르는 법. 한창 아팠고 그래서 성숙해진 정려원과 만났다.

-살이 많이 빠진 것 같은데.

▶'통증' 촬영이 이제 막 끝나서 그렇다. 몸무게가 3㎏ 정도 빠진 것 같다. 그래도 촬영장이 너무 즐거워서 전혀 힘든지 몰랐다.


-'적과의 동침'이 개봉했는데. 쉽지 않은 촬영이었을 것 같던데.

▶감독님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으신 분이다. 잠수정처럼 푹 잠겨 있어야 하는 캐릭터라고 생각했는데 내 생각과는 좀 달랐던 부분이 있다.

-어린 시절 독립운동을 위해 만주에 갔다가 촌처녀로 동네 총각과 결혼을 하려는데다 시골 아이들 선생님에다가 북한군 장교와 사랑에 빠지는 인물이다. 배우로 캐릭터 따라가기가 좀처럼 쉽지 않았을텐데.

▶감독님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한 신에 모든 것을 담으려 하셨다. 처음 겪는 방법이라 좋고 나쁘고를 떠나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 '김씨표류기'에서 조명 하나를 보고 연기를 다 해야 했다면 이번엔 많은 사람들과 어울려 전부를 다 해야 했으니깐. 이 영화를 택한 이유 중 하나도 많은 것을 배우고 싶었기 때문이다.

-'적과의 동침' 촬영을 비롯해 지난해 정려원에겐 쉽지 않은 시간이었을 것 같은데. 소속사를 다시 과거 함께 했던 식구들과 올해부터 다시 하기로 한 것을 보면.

▶2010년 일기를 3권 썼다. 소통의 문제가 가장 힘들었다. 모든 사람들과. 9년 동안 메이크업을 해줬던 친구와 헤어졌다.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었다. 사람을 바꾸는 게 굉장히 힘든 성격이다. 그러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예전에는 주위에서 다 해줬다는 걸 몰랐다. 어른이 되는 성장통이었다고 할까. 굉장히 아팠다.

-촬영 현장 분위기를 위해서 포기한 게 있었나. 교회 폭파 장면에서 원래 키스 장면이 있었는데 안 찍기로 했다던데.

▶사람들이 많이 죽는 와중에 키스를 한다는 게 말이 안된다고 생각했다. 현장 분위기를 위해선 고집 피우면 힘들다는 걸 안다. 그래도 중요한 건 지키고 싶었다.

이기범 기자 leekb@ 이기범 기자 leekb@


-촬영하면서 그림을 많이 그렸다던데.

▶만년필로 펜화를 많이 그렸다. (그 중 하나를 보여줬다)

-'어린왕자'의 보아뱀 그림처럼 보아뱀에 수많은 사람들이 엉켜서 고뇌하고 있는 게 마치 피카소의 '게르니카' 같은데.

▶소통이 단절되면 포용해야 한다는 걸 그렸다. 보아뱀이 무엇인가를 삼키면 소화가 다 될까지 기다려야 한다. 이야기하고 싶어도 전달이 안된다면 그럴 때까지 기다리고 포용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배우로서 더 훌쩍 클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정체에 가까워서 아쉬웠는데.

▶예전에는 몸집이 커졌다면 그 기간에는 알맹이가 커졌다고 생각한다. 잡고 있는 추가 더 커졌다.

-곽경택 감독의 '통증'을 한다고 했을 때 의외였다. 처음 거론된 배우도 아니었고. 가슴 아픈 사랑을 밝고 경쾌하게 그리는 역이라. 더군다나 남자 그리는 데 익숙한 감독 작품이라서.

▶곽경택 감독님은 들으실 줄 아는 감독이신 것 같다. 이야기를 듣고 자기 식으로 만드시는 감독이시다. 쇠파이프 같은 이미지가 있었는데 전혀 다르더라. 처음부터 나랑 작품을 하고 나면 여자들 이야기하고 싶게 만들고 싶다란 생각으로 했다.

-힘든 시기를 보낸 뒤 지금은 굉장히 행복해 보이는데.

▶천국과 지옥을 오간 기분이다. 어린 나이에 내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일을 한다는 굉장한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거기에 사람들이 좋아해주신다면 보너스라고 생각한다. 행복한 시간을 진심으로 보내고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스타뉴스 단독

HOT ISSUE

스타 인터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