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범 ⓒ사진=이명근 기자
지난 2009년 하반기부터 지난해까지, 그 이름 석 자만으로도 연예계를 들끓게 했던 박재범. 최고 인기 보이 그룹 2PM의 리더로 한창 주목받던 시절, 이젠 누구나 다 아는 예기치 않은 논란에 휩싸여 미국 행 비행기에 올랐다. 지난해 초엔 2PM과 전 소속사이던 JYP엔터테인먼트를 공식적으로 떠났다.
이쯤 되면, 국내 연예계 복귀는 힘들 듯했다. 하지만 박재범은 미국 시애틀 집에 있는 동안, 음악과 춤에 대한 변함없는 열정을 유튜브 등을 통해 팬들에 고스란히 전달했다. 팝 가수들의 히트곡들 멋지게 '커버'했다.
이 와중에, 그의 열정을 높게 평가한 국내 최대 연예 기획사 싸이더스HQ는 지난해 여름 박재범과 매니지먼트 계약을 전격 체결했다. 박재범의 국내 연예계 복귀 기반이 마련된 셈이다.
이후 1년여가 흐른 지금, 박재범은 가수로 다시 팬들과 만나고 있다. 지난 4월 말 사실상 첫 솔로 미니앨범 '테이크 어 디퍼 룩'을 발표, 작사 작곡에 모두 참여한 타이틀곡 '어밴던드'로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이번 앨범은 단 5일 만에 초도 물량 5만장이 품절됐다.
솔로 가수로 다시금 비상을 꿈꾸고 있는 박재범과 오랜 만에 마주 앉았다.
-드디어 솔로 앨범을 내고 방송 활동까지 하게 됐다. 소감은.
▶사실상 새 앨범을 낸 것은 2년여 만이다. 지난해 여름 '믿어줄래'를 발표하긴 했지만 리메이크 곡이어서 진정한 의미의 제 첫 솔로 음반은 이번 미니앨범이라 할 수 있다. 모든 게 잘 돼서 좋다. 제가 하고 싶은 음악을 들고 나왔는데 팬들이 좋아해줘 다행이라 생각하고 있다.
-이번 앨범에 대해 직접 이야기한다면.
▶제가 하고 싶었던 음악들을 마음껏 했다(박재범은 이번 앨범 전체 프로듀싱을 맡았고 수록곡 7곡 모두를 작사, 6곡을 작곡했다). R&B, 센 힙합, 부드러운 힙합, 팝 등 제가 좋아하는 음악을 모두 담았다. 타이틀곡 '어밴던드'는 곡의 흐름에 변화가 있는 R&B 댄스곡이다. 개인적으로는 4번 트랙의 '너 없이 안 돼'가 특히 마음에 든다. 피아노 선율이 돋보이는 감성적인 곡이다.
-아이돌에서 뮤지션으로의 변화가 느껴지는데.
▶계속해서 작사 작곡 프로듀싱 등을 제 힘으로 쭉 해나갈 것이다. 제 생각과 느낌을 제가 직접 만든 곡으로 전해 줄 수 있는 게 너무 좋다. 처음에는 제가 작사 작곡과 프로듀싱을 잘 해낼 수 있을까하는 두려움도 있었다. 하지만 도전해 보니 부담감 보다는 즐거움이 앞섰다. 팬들이 제가 만든 곡을 좋아해주시는 걸 보고 자신감도 생겼다. 참, 한 가지 더 이야기하면 저는 언제나 비보이와 댄서이기도 하다. 이 사실은 변함없을 것이다. 항상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다.
박재범 ⓒ사진=이명근 기자
-사실상의 첫 솔로 앨범이라 부담감이 컸을 것 같다. 방송도 오랜만에 나가는데.
▶물론이다. 대부분의 작업을 제가 했기에 이번 음반에 대한 책임은 고스란히 제게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니 왜 부담감이 없었겠는가. 하지만 새로 시작한다는 설렘은 있다. 오는 6일 KBS 2TV '뮤직뱅크'를 통해 1년 8개월 만에 가요 프로그램에 첫 출연하는데 오랜 공백 때문에 방송 감각이 어떨지 조금은 걱정이 되지만, 이 역시 설렌다.
-지난 1년8개월여 간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어떤가.
▶안좋은 일도 겪으며 많이 배우고 더 성숙해지는 시간이 된 것 같다. 하지만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노력했다. 힘든 순간은 언젠가는 끝나는 것이니까. 팬들의 고마움을 절실히 느꼈던 시간 역시 됐다. 이 사이 시애틀에서 재밌게 비보이 생활도 하고 유튜브에 영상도 올리며, 제 나름대로는 만족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때 마다 팬들이 앨범 내기를 많이 원했다. 그래서 팬들을 위해 정식으로 복귀해 앨범을 발표하기로 마음 먹었다. 팬들이 원하지 않았다면, 음반을 선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2PM과는 만났나.
▶아직까지는 한 번도 못 만났다. 만약 만난다면 편안하게 다가가 반겨줄 수 있을 것 같다. 이제 저도 방송을 시작했으니, 방송국에서 곧 만나지 않겠는가. 2PM이 실력이나 인기 모두에서 톱이 돼 기분 좋다. 정말 멋지다고 생각한다. 물론 저도 솔로 가수로 나왔으니, 멋진 가수가 되고 싶다.
-2PM과 JYP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솔직히 어떤가.
▶저는 아무 상관없다. 하지만 제 팬과 2PM 팬 분들은, 이에 대한 관심이 2년 가까이 계속되다 보니 조금은 부담스러워 하시는 것 같다. 다시 말하지만 저는 괜찮다.
박재범 ⓒ사진=이명근 기자
-요즘 영화 '미스터 아이돌'도 찍고 있는데.
▶그렇다. 지난 3월 초부터 주로 전주에서 '미스터 아이돌'을 촬영하고 있다. 극 중 아이돌그룹의 한 멤버 역을 맡고 있다. 제가 맡은 역할은 까칠하지만 춤을 좋아하는 아이돌이다. 연기를 해보니 참 매력 있는 직업이라는 것을 느끼게 됐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제겐 음악이 먼저인 것 같다. 음악에 좀 더 신경을 쏟은 뒤 차근차근 연기도 해보고 싶다.
-아이돌계의 대표 몸짱으로 유명하다. 운동을 자주하나.
▶그간 앨범 준비와 영화 촬영으로 바빠 예전만큼 자주 운동을 하지 못했다. 그래도 3, 4일 정도 안하면 찝찝해 못 견딘다. 운동은 제게 습관이다.
-가수로서 미국 진출 계획은 없나.
▶미국 진출은 당연히 생각하고 있다. 미국에 제 매니저도 있다. 미국에 있을 때는 파 이스트 무브먼트의 프로듀서와 만났다. 참, 어제(3일) 블랙아이드피스 멤버이자 세계적 프로듀서인 윌 아이 엠과 서울에서 개인적으로 만났다. 제 미국 매니저와 윌 아이 엠이 잘 아는 사이여서다. 함께 작업하자는 말은 나눈 것은 아니지만, 음악 이야기를 많이 했다. 윌 아이 엠이 LA에서 만나면 좋을 것 같다는 말도 해줬다.
-향후 스케줄은.
▶새 앨범이 나왔으니 스케줄이 닿는 한 최대한 많이 가요 프로그램에 출연할 생각이다. 영화 '미스터 아이돌' 촬영은 6월8일까지 한다. 이후 7, 8월께는 3곡 정도가 담긴 여름 싱글을 낼 생각이다. 연말에는 다시 한번 미니앨범을 발표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팬들에 하고 싶은 말은.
▶가수가 음악에 몰입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지만, 저는 요즘 음악에 정말 푹 빠져 있다. 갈수록 음악이 재밌다. 물론 노력해야할 부분이 많다는 것을 잘 알 고 있다. 팬들과 함께 앞으로도 더 열심히 해 나가고 싶다. 팬들에 부끄럽지 않은 가수가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