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감독이 칸영화제에서 3년만에 내놓은 신작 '아리랑'이 현지에서 호평을 받으면서 지난해에 이어 또 한 번 한국영화가 수상의 낭보를 전할지 기대된다.
제 64회 칸 국제영화제 개막 3일째인 13일 오후 5시(현지시간) 드뷔시 극장에서 '아리랑'의 첫 공식 스크리닝이 진행됐다. 김기덕 감독이 2008년 '비몽' 이후 3년만에, 비밀리에 홀로 작업한 신작이 이 자리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됐다. '아리랑'은 올해 칸 국제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에 초청됐다.
'아리랑'은 베니스영화제와 베를린영화제에서 각각 감독상을 수상한 김기덕 감독이 긴 침묵을 깨고 만든 영화이기에 해외 영화인들의 관심은 컸다.
상영 시작 약 2시간 전부터 취재진들과 영화팬들이 극장에 들어가기 위해 줄을 서서 대기했다. 상영 시간이 임박하자 관객이 넘쳐 드뷔시 극장의 2000여 기본 좌석은 물론 통로에 설치된 임시 의자까지 모조리 동원됐다.
티에리 프리모 칸 영화제 집행위원장이 직접 김기덕 감독과 영화를 소개한 가운데 김동호 이용관 부산영화제 전 현 집행위원장, 비평가주간 심사위원장인 이창동 감독 등도 자리에 함께했다.
공개된 '아리랑'은 2008년 이후 영화를 찍지 않고 있는 김기덕 감독이 스스로 왜 영화를 찍지 못하고 있는지를 하소연하는 한편, 또 얼마나 영화 찍기를 갈망하는지를 호소한 한 편의 다큐멘터리이자 모노 드라마였다. 홀로 산중에 오두막을 짓고 기거하고 있는 김기덕 감독은 디지털 카메라를 통해 자신의 모습을 스스로 영화에 담았다. 그리고 이것이 진실이며 영화라고 말했다.
김기덕 감독 스스로 주인공으로 등장하며 각본, 연출, 제작은 물론 촬영과 편집, 녹음, 음향까지 김기덕 감독이 홀로 도맡은 '아리랑'은 '김기덕을 위한, 김기덕에 의한, 김기덕의 영화' 자체였다.
외신들은 김기덕의 귀환에 호평을 쏟아냈다.
영국 영화전문지 스크린인터내셔널은 "'아리랑'은 의심할 여지없이 지금까지 만들어진 최고의 작가 영화"라고 극찬했다. 이어 "어떤 면에선 그의 과거와 성취는 일반 청중들에게 관심을 끌지 못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 영화는 영화학교와 세계 축제에서 영화를 보고 만드는 것에 전념하는 모든이에게 회자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미국영화전문지 할리우드 리포터는 "한 작가가 자기애에서 출발한 셀프영화로 비상했다"며 "자신의 영화에 대해 영광스러운 고통을 주제로 삼았다"고 소개했다.
프랑스 통신사 AFP는 "김기덕 감독이 감독으로서 자신의 절망적인 상태를 치료하기 위한 원시적인 자화상에 칸영화제가 갈채를 보냈다"고 보도했다. AFP는 "김기덕 감독이 한국의 민요 아리랑으로 감독 자신의 재생, 부활을 노래했다"고 호평했다.
영화제 초반이지만 '아리랑'에 쏟아진 이 같은 호평은 지난해에 이어 한국영화가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에서 트로피를 받을 수 있을지 기대를 더하게 한다.
칸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은 경쟁부문 못지않은 완성도 높은 작품들이 초대되며, 별도 심사위원들이 대상 등을 선정한다. 올해는 세르비아 출신의 세계적인 거장 에밀 쿠스트리차 감독이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 심사위원장을 맡았다.
지난해에는 홍상수 감독이 '하하하'로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 대상을 수상, 한국영화 사상 처음으로 이 부문에서 대상을 받았다. 올해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에는 18편 중 '아리랑'을 비롯해 홍상수 감독의 '북촌방향', 나홍진 감독의 '황해' 등 3편의 한국영화가 초청됐다.
올해 칸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에는 2008년 이 부문 대상을 수상한 독일의 안드레아스 드레센을 비롯해 2006년 칸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받은 부르노 뒤몽, 2003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구스 반 산트 등 거장들의 영화들이 포함됐다.
과연 김기덕 감독이 오랜 침묵을 깨고 선보인 '아리랑'이 칸에서 수상의 영예를 안을 수 있을지,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 시상식은 영화제 폐막식 전날인 21일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