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영 감독 "'쿵푸팬더3' 연출? 기회되면 기꺼이"(인터뷰)

최보란 기자  |  2011.05.16 17:46
여인영 감독 ⓒ사진=영화인 제공 여인영 감독 ⓒ사진=영화인 제공


한국계 애니메이션 감독 여인영(39, 미국명 제니퍼 여 넬슨)이 '쿵푸팬더2'와 함께 한국을 찾았다.

여인영 감독은 16일 오후 4시 서울 대치동 파크하얏트호텔에서 언론과 인터뷰를 갖고 한국을 방문한 소감과 이번 영화에 대한 소개의 시간을 가졌다.


여인영 감독은 4살 때 미국으로 이민간 재미교포. TV시리즈 '스폰'으로 1999년 에미상 최우수 애니메이션 작품상을 받았으며 2003년 드림웍스에 입사해 '마다가스카' '신밧드-7대양의 전설' 등에 참여했다.

2008년 '쿵푸팬더'에서 스토리헤드를 맡아 실력을 인정받았으며, 드림웍스 최초로 여자 감독으로 '쿵푸팬더2'를 연출했다. 메이저 스튜디오에 한국계 감독이 연출한 것도 처음이다.


'쿵푸팬더2'는 2008년 여름 467만명을 동원하며 역대 국내 애니메이션 흥행 랭킹 1위에 오른 '쿵푸팬더'의 속편이다. 전편이 쿵푸고수가 되고 싶은 꿈을 갖고 있던 팬더 포가 용의 전사가 되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그렸다면 2편은 비밀병기로 쿵푸의 맥을 끊으려는 악당 셴 선생에 맞서 주인공 팬더 포와 무적의 5인방 친구들의 활약을 담았다.

환하게 웃으며 "안녕하세요"라고 한국어로 인사하며 등장한 여인영 감독에게 어떻게 지금의 길을 걷게 됐는지부터, 이번 작품을 통해 그녀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물어왔다.


-애니메이션을 업으로 삼아야겠다고 생각한 계기?

▶고등학교 시절 성적이 비교적 잘나와 자연과학과 예술 가운데 선택의 기회가 있었다. 자연 과학계열의 대학이 더 명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저는 예술을 선택했다. 그것이 지금의 제가 있게 된 인생의 갈림길이 아니었나 싶다.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의 가장 큰 매력은 완전한 자유가 부여된다는 것이다. 새로운 세계를 창조해 내고, 하나의 캐릭터를 전적으로 제 마음대로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많은 작가와 배우 등 다양한 아티스트들과 함께 작업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좋다. 이번 '쿵푸팬더2' 역시 많은 작가들이 제게 영감을 줬고, 배우들과 함께 작업하는 것이 영광이었다.

-픽사, 디즈니 등 유명한 스튜디오 가운데 드림웍스를 선택한 이유?

▶드림웍스는 자유롭고 예술인들의 권한을 보장해 주는 스튜디오다. 다른 유명한 스튜디오들은 그들만의 전통이 있고, 그 스타일 안에서 작품을 하도록 유도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드림웍스는 팀마다 특성이 다르고 작품의 개성이 뚜렷하다. 그런 드림웍스의 매력에 이끌렸다.

-친언니도 애니메이션 업계에 종사한다고?

▶사실 언니 여인경의 소개로 드림웍스에서 일하게 됐다. 드림웍스에서 일하던 언니가 '스피릿'을 위해 말을 잘 그리는 작가가 필요하다고 해서 제가 포트폴리오를 냈다. 당시 애니메이션계에 저처럼 말을 신속하게 잘 그리는 작가가 없었고, 이를 계기로 제가 드림웍스와 또 애니메이션과 인연을 맺게 됐다. '쿵푸팬더'에서도 언니와 함께 했었다. 언니는 저보다 더 재능이 많고 능력이 있는 아티스트라고 생각한다.

-가족들에 대해 이야기해 줄 수 있나.

▶미국인과 결혼했고 자녀는 없다. 외가 쪽 가족들은 미국에 계신다. 저희 가족은 미국에 이민가서 살고 있지만, 아버지 가족들 그러니까 친가 쪽은 한국에 살고 있다.

-만약 아이가 생겼을 때 애니메이션 관련 일에 종사하고 싶다고 한다면?

▶저와 언니는 어릴 때부터 애니메이션이나 예술에 대한 두각을 드러낸 편이다. 때문에 만약 아이가 재능을 드러낸다면 알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아이가 원한다면 시킬 의향이 있다. 물론 그림을 잘 그리지 못한다고 해도, 애니메이션 일을 하고 싶다면 응원해 줄 것이다.

여인영 감독 ⓒ사진=영화인 제공 여인영 감독 ⓒ사진=영화인 제공


-한국계가 애니메이션 업계에 많이 종사하는 이유를 무엇으로 보는가?

▶제가 좋아하는 아티스트 가운데 전용덕이라는 레이아웃 감독이 있다. '슈렉'과 '쿵푸팬더'에서 헤드레이아웃 작업을 했다. 이처럼 다양한 한국계 아티스트들이 드림웍스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 이처럼 한국계 작가들이 많은 이유에 대해 저도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관심도 때문이 아닐까. 제가 한번은 애니메이션 관련 강의를 했는데 수강생 절반 이상이 동양계였다. 동양에서 애니메이션에 대한 시장이 크고, 관심도가 높기 때문에 성장 가능성이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즐겨봤던 한국 만화가 있나.

▶'태권브이'와 관련 시리즈 만화를 즐겨 봤다. 또 '황금날개'라는 만화책을 봤는데 굉장히 멋지다고 생각했다. '뽀로로'도 알고 있다.

-한국계로서 또 여성으로서 메이저 스튜디오에서 연출을 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

▶실제로 이러한 사례가 흔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저와 함께 일하는 팀은 오히려 이 같은 이유에서 제게 더 큰 기대를 했다. 여성이자 동양인인 감독과 일한다는 데 많은 기대와 아낌없는 도움을 줬기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그런 점에서 저는 행운이 많이 따랐다고 생각한다. 많은 작품을 연출했는데 흥행 면에서도 나름 성공했고 발전의 기회도 많았다. 슬럼프는 별로 없었지만, '쿵푸팬더2'를 연출하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다행히 좋은 팀원을 만났다. 드림웍스의 팀원들의 도움을 받아 여기까지 올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자기만의 강점이나 리더십의 기술이 있다면.

▶제가 실무적인 부분을 잘 알고 있기에 편안하게 작업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제가 조용하고 목소리가 작지만, 어찌 보면 조용할 때 사람들이 더 잘 경청해 준다. 회의를 진행할 때 사람들이 제 작은 목소리를 듣기 위해 더 귀를 기울여주고 집중했다. 또 제가 조금만 목소리를 높여도 다른 사람들이 윽박지르는 수준으로 여겼기 때문에 작업이 더욱 순조로웠다.(웃음)

-'쿵푸팬더3'의 연출을 맡을 의향도 있나?

▶우선 흥행에 따라 후속작을 제작할 지 여부가 결정돼야 할 것이다. 만약 '쿵푸팬더3'가 만들어지고, 제가 연출자로 기회가 주어진다면 아주 감사히 받아들일 것이다.

-중국에서의 리서치가 영감에 도움이 많이 됐다고 들었다.

▶핑야오라는 도시와 청도의 새끼 팬더 보관소 등을 10일간의 여정으로 돌아봤다. 중국을 돌아다니면서 실제로 팬더들이 살고 있는 산을 찾아 어떤 분위기가 연출되는지 조사했다. 나무, 흙, 공기 등 생존환경을 직접 눈으로 보고 애니메이션으로 재현하는데 참고로 했다. 영화 속 포가 살았던 마을은 이런 식으로 탄생했다. 오프닝에 보면 그림자 연극이 나오는데 이 역시 중국 현지에서 조사과정에서 아이디어를 얻게 됐다. 건물의 질감이나 분위기를 표현하는데도 도움이 됐다.

-이번 영화를 통해 핵심적으로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두 가지 메시지가 있다. 첫 번째는 내면의 평화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물론 이를 찾는 것은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포의 경우는 자신이 누구인지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평화를 얻는다. 두 번째는 우리 자신이 누구인가는 선택에 의해서 결정된다는 것이다. 과거의 상처와 아픔이 있을 수 있지만, 그로인해 나 자신이 결정되는 것은 아디다. 살아가면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자신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영화 속 악당 셴의 모습이 삼국지 조조를 연상케 한다는 의견도 있는데.

▶일부러 의도한 것은 아니다. 셴을 만들 때 전작의 타이렁과 반대되는 악의 캐릭터를 만들고 싶었다. 흰색이 서양에선 기쁨을 나타내지만 동양에서는 죽음과 연관이 있기에 흰색 공작새를 만들어보고자 했다. 또 더욱 똑똑하고 사악하며 권모술수에 능한 캐릭터를 창조하려고 했는데, 이 같은 성격이 더욱 포에게 위협을 주는 새로운 악의 존재를 탄생시켰다고 생각한다. 이점이 마치 조조와 같은 인상을 준 것 같다.

-포가 입양아로 설정된 것은 성우로 참여한 배우 안젤리나 졸리의 영향도 있나?

▶입양은 캐릭터를 깊이 있고 흥미롭게 하기 위한 아이디어였다. 출생의 비밀은 포라는 주인공이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데 중요한 핵심 요소가 됐다. 또한 전작에서 포의 아버지가 거위였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궁금증을 제기했고, 이것이 후속작에서 잠재적인 스토리라인으로 이어졌다. 졸리와는 스토리를 만들면서부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덕분에 그녀가 우리 작품에 좋은 인상을 받기도 했다. 그녀가 입양이라는 소재를 다루는데 좋은 방향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줬다.

-첫 연출작인데 흥행에 대한 부담은 없나.

▶물론 흥행은 중요하다. 후속작 제작도 흥행에 기초한다. 그러나 수익면에서 얘기한다면 잘 모르겠다. 드림웍스에서 팀이 최고의 영화를 만드는데 몰두를 할 수 있도록 한다. 그렇기에 아티스트들은 자세한 예산이나 수익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좋아하는 한국 영화나 배우가 있다면?

▶'아저씨'를 굉장히 재미있게 봤다. 또 '올드보이'도 굉장히 훌륭한 작품이었고, '괴물'도 흥미로웠다. '마더' 역시 무척 재미있게 봤다. 미국인인 남편이 오히려 저보다 한국영화의 팬이다. 남편 덕에 좋은 한국 영화들을 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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