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감독의 복귀작 '아리랑'이 던진 파장은 상영 나흘째가 된 현재까지도 여전하다. 11일(이하 현지시간) 개막한 제 64회 칸 국제영화제가 절반을 넘어선 가운데 유일하게 공개된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 한국 초청작인 '아리랑'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그것은 칸에서도, 멀리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다.
지난 14일 오후 5시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 출품작 공식 상영관인 드뷔시 극장에서 처음 세계인에게 첫 선을 보인 '아리랑'은 애초부터 베일에 가려진 화제작이었다. 지난 3년간 두문불출하던 김기덕 감독이 자신의 이야기로 만든 다큐멘터리로 알려졌고, 김 감독의 속내가 다큐에 담겨있을 것으로 알려져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공개된 '아리랑'은 예상을 뛰어넘는 파격적 형식과 날선 고백의 작품이었다. 김기덕 감독은 2008년 '비몽'을 찍을 당시 목을 매는 장면을 찍던 이나영이 목숨을 잃을 뻔한 사고가 난 뒤 도저히 영화를 찍을 수 없었다고 고백했다. 그래서 자신을 향해 스스로 카메라를 들이댔다고 말했다.
논란이 인 것은 그 다음 내용이다. 자신의 곁을 떠나 '의형제'를 성공시킨 장훈 감독에 대해 그는 실명을 거론하며 "자본주의의 유혹을 받아 떠난 거 알아", "그런데 방법이 잘못됐어"라며 서운함을 감추지 않았다. 배우들의 악역 연기, 영화에 훈장 주는 정부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칸에 머물고 있는 한국영화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아리랑'을 봤냐?"는 것이 첫 인사일 정도로 '아리랑'은 최고의 화제다. 극과 극의 반응도 논란을 부채질하는 중이다. 국내에서는 가감없는 실명 비난과 독설 등으로 비난의 목소리가 일었으나 영화를 본 외신들은 "지금까지 만들어진 최고의 작가주의 영화"라며 찬사 일색의 반응이다. 만드는 영화마다 논란의 핵이었던 김기덕 감독다운 귀환이다.
일찌감치 모든 내·외신 인터뷰를 고사한 김기덕 감독은 영화 공개 이후에도 "하고 싶은 이야기는 영화에서 다 했다"며 언급을 거절했다. 해외를 중심으로 한 뜨거운 호응 속에 조심스럽게 주목할만한 시선상 수상을 점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17일 오전 현재 김기덕 감독은 이미 영화제가 열리는 칸을 떠나 인근 프랑스 모처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문상 시상식은 오는 21일이다.
이제는 논란의 '아리랑'을 국내 관객들도 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현재 국내 개봉 여부가 불투명한 가운데 이미 김기덕 브랜드가 확실하게 자리잡은 해외 각국에서는 '아리랑'에 대한 관심이 상당하다.
영화의 해외 세일즈를 담당하는 화인컷 관계자는 "판권구매 문의가 많다. 가격보다 좋은 배급사가 맡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국내에 개봉하더라도 칸 영화제에서 공개된 버전 그대로가 상영될 가능성은 현재로선 적다. 관계자는 "한국에 개봉한다면 논란이 될 부분을 편집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해외 바이어들의 관심도 상당하다. 베니스 영화제, 베를린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바 있는 김기덕 감독은 이미 세계 영화제가 인정하는 한국의 거장이자 스타 감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