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찾은 나홍진 "작가주의? 난 상업영화감독"(인터뷰)

새 '황해'로 주목할만한 시선 초청..나홍진 감독 칸 현지 인터뷰

칸(프랑스)=김현록 기자,   |  2011.05.18 14:00
ⓒ제 64회 칸 국제영화제가 한창인 프랑스 남부 칸의 314호텔 카페에서 만난 나홍진 감독 ⓒ제 64회 칸 국제영화제가 한창인 프랑스 남부 칸의 314호텔 카페에서 만난 나홍진 감독


나홍진 감독이 3년만에 칸 국제영화제를 찾았다. 지난해 12월 화제 속에 개봉한 영화 '황해'의 새 편집본이 제 64회 칸 국제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됐기 때문이다.


그의 칸 행보는 여러 모로 특별한 데가 있다. 스스로 상업영화감독임을 숨기지 않는 그가 2008년 첫 장편인 '추격자'(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 초청)에 이어 2011년 두번째 영화 '황해'로 칸의 초대를 받았다. 극진한 대접이다. 새 편집본을 선보이기는 하지만 심지어 '황해'는 6개월전 개봉한 작품이다. 혹자는 '나홍진은 이미 칸의 적자'라고 했다.

새로운 '황해'의 첫 공개 하루 전, 칸에서 만난 나홍진 감독은 능청스럽게도 그저 "잘 모르겠다"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자신은 "상업영화 감독"이라고도 힘주어 말했다. 지독하게 만든 '황해'를 개봉 이후 3개월간 다시 붙잡고 편집을 새로 했던 그는 다음 계획에 대해선 "아직은 '황해' 이후로 별로 살아보질 못했다"며 다음을 기약했다.


-3년만에 칸에 다시 왔다. 기분은 어떤가?

▶진짜 모르겠다. 오면 좋겠다 했는데…. 어제 와서 그런가.


-새로 편집한 '황해'가 칸에 소개된다. 어떤 부분이 새롭게 바뀌었나.

▶개봉 당시 시간이 참 없었다. 사실 개봉이 제일 중요하지 않나. 한 달 동안 작업을 했는데 쉽지 않았다. 이렇게 영화가 나왔는데, 앞으로도 다른 시장이 있을 테니까 시간이 부족한 가운데 했던 후반작업을 다해 해보자 했다. 전반적인 걸 새로 했다고 보면 된다. 당시 한정된 시간밖에 없어서 각 분야에서 아쉬운 부분들이 있었다. 편집이 조금 바뀌어서 못 보셨던 신이 생겼고, 보셨던 신이 없어졌고, 색 보정을 다시 했다. 색감이나 비주얼이 다를 것이다. 사운드 디자인도 다시 하고, 음악도 어떤 부분은 그대로 가고 어떤 부분은 다시했다.

-다른 이야기가 되는 건가.


▶그래도 뭐 그 나물에 그 밥이고.(웃음)

-이름을 붙인다면? 감독판이나 완전판, 해외판이 되나?

▶그냥 '다른 거'가 아닐까.(웃음). 개봉할 때 버전은 다른 사람이 한 것도 아닌데 '감독판'이라는 표현은 아닌 것 같다. 후반작업을 달리 한 다른 느낌의 영화다. 아니 느낌도 비슷할 수 있다.

기술 부문을 다시 점검한 정도지, 본질적인 것이나 관통하는 것은 그대로다. 딴 건 없다. 특별히 감독판이라거나 하는 건, 저는 잘 모르겠다.

-한국에서 재개봉할 생각은 없나?

▶그러면 좋지 않을까? 거기까지 생각해 본 적은 없다.



-칸은 프리미어가 위주인데, 개봉 6개월이 지나 영화가 초청됐다.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이니 부문도 '격'이 높아졌다.

'▶추격자'도 막 내리고 왔는데.(웃음) 그게 일반적인 줄 알았다. '격'에 대해서는 생각한 적 없다. 어디든 스크리닝을 하는 순간에는 기분이 좋지 않나. 특히 칸은 객석이 많으니까 그 느낌이 더 많이 올 것 같다. 영화를 만들어 관객과 함께 보는 순간이 제일 행복할 뿐이다.

-혹자는 '나홍진이 2편으로 2번 왔으니 칸의 적자가 됐다'고 한다.

▶좋게 봐주신 부분은 있었겠죠. 그렇다고 다른 감독님이 서자다 할 수는 없는 것 같고, 제 입장에서야 고마운 일인데 저는 잘 모르겠다.(웃음)

-작가주의와 상업주의로 굳이 나누자면 나홍진은 어떤 감독인가. 칸에 오면 작가주의 감독으로 포장될 수도 있다.

▶저는 상업영화 감독이다. 제가 예술영화 감독이라고 하면 큰일난다. 포장 하시는 분이 누군지는 모르겠다.(웃음)

-상업영화 감독으로 흥행에도 신경을 쓰나.

▶아휴, 신경 쓴다. 안 쓸 수가 없다.

-제작비에 비해 상업적으로 크게 성공한 '추격자'와 달리 '황해'는 상반된 결과를 얻었다.

▶제가 '황해'라는 시나리오를 썼지만 이 영화가 어느 한 쪽에 치우치는 영화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솔직히 못했다. 적절히 담아내고 있나, 어느 하나를 놓치고 있나 그런 생각을 못했다는 거다. 어떤 부분이 어떤 차이를 만들어냈을까. 스스로 시작부터 끝까지 작업을 했지만 그걸 알아내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지금도 고민하고 있고 계속 고민해야 할 것 같다. 그 고민이 언제 끝날 지 모르겠지만 그때 가서야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제게는 어려운 일이다.

-칸 영화제에 와 다시 조명받는 것이 혹시 그래서 더 기쁘지는 않은지.

▶또다시 조명을 받는다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다. 영화가 완성되면 다양한 영화제에 출품 신청을 하게 되는데 그 처음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영화제와 관련한 앞날이 시작됬구나 생각할 뿐, 이제 와서야 제 소명을 다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혹시 다음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있나?

▶3월까지 후반작업이 끝났다. 그걸 끝내고 별로 살아보질 못했다.(웃음) 좀 더 살아봐야 한다.

-스스로 재능이 있다고 생각하는지 혹시 노력파라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재능이 있다고 믿으려고 한다. 노력해야 한다. 저는 집중을 못하고 주의력이 없는데다 억지로 하질 못한다. 신기하게도 영상 일에서만큼은 지겨워하지 않고 계속 하게되는 걸 발견했다. 확신을 한 건 그때다.

저는 정말 명을 팔아서 작품 하나를 만든다고 생각한다. 진액을 다 뽑아내 작품 하나를 만든다고. 아직 아이를 낳은 적이 없어 잘은 모르겠지만, 그 소중함이란 영화를 하나 낳은 것이라는 느낌이랄까 하는 생각까지 들게 된다. 굉장한 애착을 갖게 된다.

-스스로를 소진하면서 영화를 만든다는 느낌이다.

▶(영화에) 뭘 줘도 아깝지 않다. 이렇게 살면 일찍 죽을거야 하는 아주 많은 일들이 있다. 실제로 영화 한 편 끝내면 몸이 너무 상하고, 살이 말도 안되게 빠지고, 정신까지 모든 게 바닥이다. 그런데 계속 하게 된다. 제가 이런 이야기를 하면 어른들이 화를 낼 지 모르지만, 체력이 안 좋아지고 피로가 쌓이면 정신적 측면에서도 약해질 텐데 계속 이 상황에서 더 해나갈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부분같다. 지금으로선 그래도 그러고 싶다.

제 작품 하나를 만들기 위한 준비기간이 대략 10년 정도였다. 너무 컴컴한 터널이었다. 그 당시엔 정말 밥을 먹기가 힘들없다. 그 때 죽음을 떠올리는 게 과연 저만 한 일일까 모르겠다. 빛이 보여서 달려가다가 사그라든다. 그게 몇 번이 되는데도 익숙해지지 않더라. 이렇게 살아야 하나 죽음도 몇 번 생각했다. 죽었어도 되는 인생이었는데, 이렇게라도 살게 된다면 왜 살아야 할까 많이 고민했다. 너무나 명확하게 고민했던 부분이었다. 제가 만드는 영화에 대한 애착은 그때 다짐하고 절실하게 느낀 부분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더 생긴 것 같다. 영화에 대한 애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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