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감독의 16번째 영화 '아리랑'이 제 64회 칸 국제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 최고상인 주목할만한 시선상을 수상했다.
실명까지 언급한 국내 영화계에 대한 독기어린 비난으로 국내에서는 뜨거운 논란을, 칸 영화제 현지 언론으로부터는 뜨거운 찬사를 얻은 '아리랑'은 올해 칸 국제영화제 폐막을 하루 앞둔 21일 수상 낭보를 전하며 김기덕 감독의 귀환을 알렸다.
김기덕 감독이 3년만에 내놓은 '아리랑'은 김기덕 감독이 각본과 연출, 제작, 출연, 편집, 녹음, 사운드 등 영화 만들기의 전 과정을 홀로 해낸 1인 영화다.
김기덕 감독은 영화에서 스스로에게 묻고 답하는 셀프 카메라 형식을 빌려 2008년 '비몽' 이후 영화를 찍지 못하고 있어 내가 나를 찍기 위해 다큐멘터리이기도 하고 드라마이기도 한 이 작품을 찍었다며 한국 영화계에 대한 가감없는 비판을 담았다.
그는 '비몽' 촬영 당시 목을 매는 장면을 촬영하던 이나영이 목숨을 잃을 뻔한 사고를 겪은 뒤 영화를 찍을 수 없었다고 고백했으며, 자신의 조감독 출신으로 '영화는 영화다' 이후 자신과 결별한 장훈 감독과 관련해서는 실명을 거론하며 서운함을 토로했다. 그는 "사람들은 배신이라고 하지만 떠난 거다. 원래 삶이 그렇다", "하지만 방법이 잘못됐다"고 말했다.
'아리랑'에는 이밖에도 지나치게 스타일에 집중하는 국내 영화들, 악역만을 선호하는 배우들, 해외 영화제에서 상을 탔다고 훈장을 주는 정부에 대한 김기덕 감독의 냉소적이고도 날선 비판의 시각이 그대로 담겼다. 김기덕 감독은 배우들을 향해 약 5분간 원색적인 욕설을 쏟아냈으며, 정부의 훈장에 대해서는 "영화를 보고나 주는 건지 모르겠다"고 일침을 놨다.
후반부에는 직접 권총을 제작한 김기덕 감독이 "너 같은 쓰레기들을 기억하는 나 자신을 죽여버리겠다", "악마들이 영화를 못만들게 했다"며 권총을 들고 몇몇 장소로 가 총을 쏘고 돌아오는 장면이 이어진다. 극중 김 감독이 스스로를 향해 방아쇠를 당기고, 또 카메라를 보고 아픔을 토로하는 것으로 영화는 끝을 맺었다.
이에 대해 국내에서는 김기덕 감독의 화법, 영화계에 대한 비판 등을 두고 비난과 지지 등 뜨거운 논란이 이어졌다. 한편 칸 현지 데일리 등 외신에서는 "궁극적인 작가영화"(스크린 인터내셔널),"한 작가가 자기애에서 출발한 셀프영화로 비상했다(할리우드 리포터)" 등 찬사를 쏟아냈다.
3년만에 돌아온 김기덕 감독의 화제작이자 문제작인 '아리랑'은 국내보다 해외 극장에서 먼저 선보일 가능성이 높다.
'아리랑'은 칸 필름마켓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어 일본 크레스트 인터내셔널과 대만 캐치플레이에 판매됐으나 현재까지 한국 개봉은 불투명한 상태다. 영화의 해외 세일즈 및 배급을 맡고 있는 파인컷 측은 "칸에서 공개된 버전으로 국내에 개봉할 계획은 없다"며 "설사 개봉하더라도 일부 부분을 편집해 내보낼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