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한 운명..김기덕·장훈 올 여름 극장서 대결

전형화 기자  |  2011.05.23 10:58
왼쪽부터 김기덕 감독과 장훈 감독. 어색한 사제 관계인 두 사람의 영화가 올 여름 차례로 개봉한다. 왼쪽부터 김기덕 감독과 장훈 감독. 어색한 사제 관계인 두 사람의 영화가 올 여름 차례로 개봉한다.


김기덕 감독과 장훈 감독, 어색한 두 사제의 영화가 올 여름 극장에서 나란히 선보이는 잔인한 운명을 맞게 됐다.

23일 김기덕필름과 티피에스컴퍼니는 각각 '풍산개'와 '고지전'이 6월23일과 7월21일 개봉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풍산개'는 김기덕 감독이 3년 동안의 침묵을 깨고 제작에 참여한 작품이며, '고지전'은 장훈 감독이 '의형제' 이후 새롭게 선을 보이는 영화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개봉 확정을 발표한 두 영화는 김기덕 감독과 장훈 감독 사이의 남다른 인연으로 주목받고 있다.

장훈 감독은 김기덕 감독이 제작과 시나리오에 참여한 '영화는 영화다'로 2008년 화려하게 데뷔했다. '영화는 영화다'는 김기덕 감독의 원안에서 대폭 수정돼 만들어져 그해 흥행과 비평 양쪽에서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영화는 영화다'가 배급사 문제로 수익이 제대로 돌아가지 못하게 됐을 뿐더러 장훈 감독이 김기덕 감독을 떠나 투자배급사 쇼박스의 그늘 아내 '의형제'를 연출하면서 둘 사이의 갈등이 빚어졌다.

매해 영화를 만들던 김기덕 감독은 충격으로 2008년 이후 영화 연출을 중단했다. 영화계에 알음알음 퍼졌던 이 같은 사실은 올 초 기사화되면서 논란으로 불거졌다.


당시 김기덕 감독은 "당시는 많이 섭섭하고 안타까웠지만 이제는 다 이해한다"면서 "장훈 감독이 수차례 사과를 했고 저는 이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풍산개' 제작비 일부를 장훈 감독이 지원해줬고 그래서 제작이 시작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일단락된 듯하던 두 사람의 갈등은 올해 칸국제영화제에서 김기덕 감독이 그간 침묵을 깨고 발표한 '아리랑'을 통해 장훈 감독을 실명 비판하면서 또 다시 불거졌다.

김기덕 감독은 자신의 영화세계를 그린 '아리랑'에서 "영화를 같이 하고 싶다고 빗속에서 기다린 사람, 이메일을 보냈던 사람을 받아줬더니 5년 뒤 떠났다"며 "자본주의의 유혹을 받아 떠난 거 안다"며 장훈 감독을 거론했다.


공교롭게도 '풍산개'와 '고지전'은 남북 갈등으로 벌어지는 소재를 담았다.

전재홍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풍산개'는 한 남자가 고위 탈북자의 애인을 탈북시키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김기덕 감독은 '풍산개'가 "내가 제작하는 영화 중 가장 대중적인 영화"라며 "나를 일으키는 첫 신호탄이 될 작품"이라고 밝혔다. 그는 올 칸영화제에 전재홍 감독과 동행하면서 애정을 과시하기도 했다.

'고지전'은 한국전쟁 당시 고진을 점령하기 위해 피와 땀을 흘리며 갈등을 빚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는다. '영화는 영화다' '의형제'를 연이어 성공시킨 장훈 감독과 '공동경비구역 JSA'의 박상연 작가의 만남으로 일찌감치 영화계의 관심을 끌었다.

두문불출하던 김기덕 감독과 실명비판으로 충격에 빠진 장훈 감독, 두 사제의 엇갈린 운명은 이제 관객들의 선택에 달려있다. 비록 '풍산개'는 노개런티에 여전히 저예산으로, '고지전'은 80억원이 넘는 제작비로 만들어졌지만 그 또한 한국영화의 두 얼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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