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노래 부르는 남자로 남고 싶어요."
'여름아 부탁해'라는 노래로 잘 알려진 인디고 멤버 곽승남이 9년 만에 여름 노래 '써머 써머(Summer Summer)'를 들고 다시 나타났다. 매년 여름이 되면 신청곡 베스트 5위 안에 들어간다는 인디고 출신답게 이번에도 '여름' 콘셉트를 무기로 가요계 문을 두드린다.
"제 음악은 '칵테일 뮤직'이라고 표현하고 싶어요. 휴양지에서 칵테일 한 잔 하면서 그윽하게 취한 그런 기분 좋은 느낌을 그대로 전달한 곡이에요. 추운 겨울에 음반 녹음을 했는데 다가올 따듯한 여름을 상상하며 불렀습니다."
그는 지난 2004년 인디고 2집 활동을 마친 후 연기자로 돌연 변신을 선언, '서한'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다. 하지만 음악에 대한 끝없는 갈증으로 프로듀서 이정현을 찾아가 상의한 끝에 가요계 복귀를 결심했다.
"95년 지오시절부터 인지도도 낮고 기대치에 못 미쳤죠. 다들 이러다 그만두겠지 했는데 저는 오히려 다른 일을 찾는 것이 더 어렵더라고요. 어려서부터 해오던 거라 음악이 더 생활 같고 자연스럽습니다."
소속사 문제로 공교롭게도 2004년 2집 활동을 예상보다 일찍 마치고 음악을 쉬게 되면서 예상치 못한 슬럼프가 찾아왔다.
연기로 슬쩍 몸을 돌렸지만 여전히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 마음만 무거웠다. 이때 다시 추스르는 계기가 됐던 것은 다름 아닌 잊고 있던 가족들의 존재였다.
"자살 충동을 느끼고 6개월 동안 우울증 약을 먹은 때도 있었죠. 가만히 있어도 눈물이 나고 손이 떨려 운전대를 잡지 못했어요. 음악은 어렸을 때부터 하니까 한다고 했는데 어느 순간 자아를 찾지 못하고 맴돌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런데 어느 날 어머니 얼굴을 보는데 '어머니를 봐서라도 내가 열심히 해야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말 나 때문에 사는 사람이 분명히 있더라고요. 부모님이 얼굴을 보고 난 뒤 내가 그동안 내 욕심만 앞섰고 마음이 급했다는 생각에 점점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죠."
한층 심적으로 성숙해진 만큼 앨범에 대한 애정도 남달랐다. '인디고'라는 이름은 타이틀에 계속 쓰기로 했지만, 자신만의 느낌을 음반에 담기 위해 기획에서 제작까지 혼자 발로 뛰며 그동안 쌓아두었던 열정을 쏟아 부었다.
"멤버 대진이와 같이 하고 싶었지만 걔는 좀 더 연기에 전념하고 싶어해요. 어렸을 때는 서로 끌어주고 밀어주고 했는데 아무래도 나이가 먹으니까 서로 맞춰서 한다는 것에 부담감을 느낀 것도 있죠. 이번엔 내 생각만을 고스란히 음반에 담아 시즌2를 내보겠다고 대진이에게 말했어요. 사이가 안 좋아서 같이 안하고 그런 건 아니예요."
시즌1이 인디고 시절 히트곡 '여름아 부탁해'라면 시즌2는 이번 타이틀곡 '써머 써머'를 말한다. 인디고 멤버 김대진은 이번 앨범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인디고의 색깔은 계속 유지하겠다는 의미에서다.
"이번 곡도 편하게 듣고 느낄 수 있는 인디고의 색깔이 잘 드러난 노래예요. 후렴구가 상당히 귀에 맴도는 중독성 강한 노래라고 보시면 됩니다. 매 여름마다 음반을 내는 게 목표에요. 그래서 '여름 노래 부르는 남자', '여름 노래하면 곽승남이지'라는 인상을 사람들에게 심어 드리고 싶습니다."
그는 오는 9일 엠넷 '엠카운트다운' 무대를 시작으로 방송 활동에 주력하며 올 한해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정을 소화하려 한다. 올해로 30대 중턱을 넘어선 그가 남은 30대의 에너지를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쏟겠다는 의지다.
"이번에 반응이 좋으면 가을에 또 하나의 앨범을 낼 계획입니다. 사시사철 들어도 듣기 좋은 흥겨운 노래로 준비 중에 있습니다. 얼마 남지 않은 젊은 기운을 최대한 즐기고 싶어요. 가을에 드라마 활동도 계속할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