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수', 탈락자 공개에 '폭풍분노'

[기자수첩] 시청자 '재미' 뺏은 기사화에 제작진 "어떤 대응도 불사"

김현록 기자  |  2011.06.07 22:10
결국 터지고야 말았다. 오는 12일 방송을 앞둔 MBC '우리들의 일밤' '나는 가수다'의 탈락자가 공개됐다. 지난 6일 경기도 일산 드림센터를 통해 진행된 녹화를 지켜보고 나온 방청객이나 스태프의 입에서 터져 나온 '스포일러'가 아니다. 어엿한 '기사'를 통해서다. 시청자의 관심이 집중된 '핫'한 뉴스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과연 그것이 기사로 먼저 알려져야 할 내용인가'는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첫 방송 이래 '나는 가수다'를 둘러싼 각종 논란의 핵심에는 최고의 가수를 모아 경연시키고 '탈락'시킨다는 설정이 있었다. 당연히 언론과 시청자의 관심이 집중됐다. 김건모의 재도전 논란, 첫 탈락자 정엽의 당당한 뒷모습, 김연우의 아쉬운 탈락에 이르기까지 어느 하나 화제가 되지 않은 것이 없었다. 탈락자가 누구인가는 최고의 무대를 선보이겠다는 제작진의 욕심과 별개로 이 프로그램에 많은 시청자들이 주목하는 이유이자 재미였다. 그 핵심이었다. 그것이 '기사'를 통해 알려진 것이다.

녹화 다음날인 7일 오후 터져나온 기사에 제작진은 당황하고 또한 분노했다. 방송을 제작하는 이들, 그리고 이를 진정 즐겨야 할 이들을 위한 기본적인 '룰'을 어겼다는 이유에서다. 이 사실을 밝혔다는 '나는 가수다' 관계자가 대체 제작진인지, 청중인지, 또 다른 누구인지 알 방도는 없다. 직접 프로그램을 만든 관계자들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어떤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신정수 PD는 "누구는 몰라서 누가 탈락했는지를 안 쓰는 것이냐. 이것은 제작진과 취재진 사이의 기본적인 전제를 무시한 것"이라며 "수많은 시청자들을 위해서라도 있어서는 안될 일"이라고 말했다.


MBC를 출입하고 '나는 가수다'를 취재하는 많은 기자들 사이에서도 방송 전 탈락자 비공개는 암묵적인 동의가 있었다. 단언컨대 어떤 결탁도 없었다. 다만 제작진과 취재진이 공감했던 것은 탈락자 공개가 공들여 만든 '나는 가수다'라는 프로그램을 진정 즐겨야 할 다수의 시청자들을 위해서 별 도움이 되지 않으며, 오히려 시청자들의 재미를 크게 반감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탈락자 공개를 독자의 알 권리로 포장해 얻는 이득은 그에 비해 미미할 것이라는 전제도 깔렸다. 언론을 대상으로 먼저 열리는 영화 시사회에서 영화의 결말을 미리 알게 되더라도 취재진이 이를 명시적으로 공개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유다. 엔터테인먼트로서 그 역할과 목적을 인정하고 존중하기 때문이다. '나는 가수다'의 결말 또한 그와 크게 다르지 않다. 더욱이 제작진은 그간 수차례 이같은 스포일러의 해악을 강조하며 스포일러 자제를 호소, 아니 읍소해 왔다.


때문에 윤도현이 탈락한다는 2주 전 스포일러가 떠돌 당시에도 '그게 아니라 김연우라더라'는 기사는 나오지 않을 수 있었다. 김범수가 남진의 '님과 함께'를 리메이크 할 예정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고민 끝에 이를 덮기도 했다. 탈락자 기사를 다 쓰고도 방송 시간에 맞춰 전송하는 일도 빈번했다. 탈락자 공개는 열띤 취재 경쟁 사이에서도 넘지 말아야 할 마지노선과도 같았다. 그 선이 깨졌다. 묻고 싶다. 그것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이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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