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니' 제작자 안병기 "700만? 흥행민폐는 싫다"(인터뷰)

전형화 기자  |  2011.06.21 09:26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안병기 감독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올해 개봉작 중 처음으로 500만명을 넘은 '써니'의 제작자인 그는 '과속스캔들'에 이어 제작한 영화가 또 다시 '잭팟'을 터뜨렸지만 "그냥 덤덤하다"고 말했다.


'가위' '폰' '아파트' 등 공포영화 감독으로 명성을 쌓은 안병기 감독은 현재 중국에서 공포영화 '치명적 답안'을 찍기 위해 베이징에 머물고 있다. '써니' 흥행으로 단맛을 누릴 만한데 중국 공포영화 연출 제의를 받자 주저 없이 비행기를 탔다.

안병기 감독은 "'써니'가 흥행하는 것을 보고 감독으로 일에 대한 열정이 더 생겼다"고 말했다. 안병기 감독은 '과속삼대'라는 강형철 감독의 시나리오를 가다듬어 아무도 믿지 않은 신인을 흥행 감독으로 키웠다. '과속스캔들' '써니'의 연속 흥행으로 제작에 맛들린 게 아니냐는 소리도 들었다.


안병기 감독은 "'써니'는 흥행할 요소가 적은 영화였다"고 말했다. '과속스캔들'의 강형철 감독이 만든다는 것 외엔 충무로에서 꺼려하는 여자영화에 주인공마저 유호정 등을 제외하면 죄다 신인이었기 때문이다.

안병기 감독은 "'과속스캔들'이 성공했기에 강형철 감독에게 해보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해보라고 했다"면서 "'써니' 성공으로 어떤 장르든 잘 만들면 된다는 확신이 생겼다"고 말했다.


안병기 감독은 공포영화 장르로 일가를 이뤄 토일렛픽쳐스를 차렸다. 하지만 공포영화는 영화 시상식에서도 외면 받는 하위 장르로 폄하되는 게 현실이다. 안병기 감독은 공포영화 장르에 회의를 느꼈다. 그는 "감독으로서 애정을 갖고 있던 장르를 어느 순간 등한시했다"며 "제작한 영화 '써니'로 초심에 돌아갔으니 나도 '써니'에 빚을 진 셈"이라며 웃었다.

안병기 감독은 "'써니'는 흥행과 완성도 중간에 위치했기에 관객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것 같다"며 "흥행에 치중했으면 좀 더 가벼웠을 테고 완성도에 치중했다면 좀 더 무거웠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600만에서 700만명 정도 관객이 들 것 같다"면서 "우리 좋자고 너무 오래 극장에 걸고 있으면 '퀵'이나 '7광구' 같은 다른 영화에 민폐가 될 것 같다"고 소박한 바람을 드러냈다.

안병기 감독은 '써니' 감독판 버전이 나오는 것에 대해서도 "흥행을 고려한 것은 아니다"고 했다. 그는 "강형철 감독에게 7월이 안되면 차라리 비수기에 독립영화처럼 개봉하자고 했다"면서 "관객에 많은 사랑을 받은 영화인만큼 영화 마무리를 감독 버전을 갖고 관객과의 대화로 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제작자 안병기로서 데뷔작에 830만명을 모은 강형철 감독과 연이어 작품을 하게 된 것은 차라리 행운이다. 데뷔작에 성공한 감독이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한 제작사나 메이저 배급사로 가는 게 요즘 영화계의 현실이다.

안병기 감독은 "강형철 감독에 믿음을 줬고, 강형철 감독이 신뢰로 갚았다"며 "(강형철 감독이)차기작을 어떻게 할지는 아직 아무런 이야기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강형철 감독은 어떤 결정을 해도 나와 의논을 하겠다고 했다"며 "그런 감독이기에 '써니' 같은 착한 영화가 나온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안병기 감독은 당초 자신이 연출한 '폰'의 할리우드 리메이크를 직접 연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한국이나 미국이나 영화 투자 및 제작은 쉽지 않은 법. 그는 열의가 식을 무렵 중국 공포영화 연출 제의를 받았다. 그동안 중국은 검열 탓에 귀신이 등장하는 영화나 스릴러 영화 등은 제작할 수 없는 환경이었다. 최근 점차 소재 제한이 풀리는 상황에서 제안을 받은 것이다.

안병기 감독은 "여전히 귀신이 등장하는 영화는 만들 수 없다. 하지만 공포영화 노하우를 살리면 다른 차원의 접근이 가능하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중국 영화시장에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다"며 "'써니'가 과거를 추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미래를 연 것처럼 나 역시 그런 길을 가고 싶다"고 말했다.

어두운 공포에서 뼈와 살을 키운 안병기 감독에게 '써니'는 희망을 전하는 햇살이었던 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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