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영웅'(사진 위)과 '여의도 1번지 사모님들'
지난 24일 두 편의 다큐멘터리가 각기 다른 이유로 논란이 됐다. 각계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방송을 강행한 KBS 1TV 2부작 다큐멘터리 '전쟁과 군인' 일명 '백선엽 다큐'가 그 하나고 'MBC스페셜'이 한 주 전 예고까지 내보냈으나 결국 사측의 불방 결정으로 방송을 타지 못한 '여의도 1번지 사모님들'이 다른 하나다.
하나는 거센 반발에도 결국 전파를 타고야 말았고, 다른 하나는 역시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빛을 보지 못했다. 씁쓸한 대비다.
'전쟁과 군인'은 한국전쟁의 61주년을 맞아 KBS가 전쟁영웅을 조명하겠다며 마련한 프로그램이다. 그러나 주인공인 백선엽씨는 일제치하 항일세력 토벌로 악명을 떨친 간도특설대에서 활동, 친일인명사전에도 등재된 문제적 인물이다. 시민단체와 언론단체 등은 다큐멘터리가 사과조차 하지 않은 백씨의 친일파 행적은 쏙 빼고 한국전쟁에서의 활약상만을 집중 조명하면서 일방적으로 미화했다며 방송 중단을 요구해 왔다.
그러나 KBS는 지난 24일 첫 회를 강행했다. 일반 시청자들과 네티즌들의 반발까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KBS는 25일 나머지 2부를 예정대로 방송할 예정이다.
MBC의 상황은 그와 반대다. 24일 방송될 예정이었던 'MBC스페셜' '여의도 1번지의 사모님들'은 정몽준, 오세훈, 강기갑, 홍준표, 이광재 등 국내 유명 정치인의 아내들이 등장, 정치인의 아내를 색다른 관점에서 조망하는 다큐멘터리로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MBC는 방송 3일 전 결방을 공식화했다. MBC 교양국 PD들은 성명을 통해 정치적인 논란이 의심될 경우 방송 연기 등 모든 조건을 수용하겠다고 했음에도 사측이 방송을 막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들은 경남 사천이 지역구인 강기갑 의원의 아내가 등장한다는 것이 방송을 막은 실제 이유가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했다.
결국 항의에도 불구, '여의도 1번지 사모님들'은 방송되지 못했다. MBC는 대체 편성했던 영화를 선보이기까진 민망했던지 특선영화 대신 다른 다큐멘터리를 방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