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포머3 vs 풍산개..김기덕 스크린독점 '악연'

전형화 기자  |  2011.06.29 10:35


김기덕 감독과 스크린 독과점의 악연이 재연됐다.

29일 영진위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이날 개봉한 '트랜스포머3'는 스크린을 무려 1184개를 확보했다. 이는 국내 스크린 2200여개의 절반에 해당하는 수치. 통상 영진위 집계가 한 스크린에서 한 차례 상영한 것까지 집계된다는 것을 고려해도 '트랜스포머3'는 1000개가 넘는 스크린에서 상영되고 있다.


반면 지난 주 박스오피스 3위에 오른 '풍산개'는 29일 불과 154개 스크린으로 내몰렸다. 지난 23일 개봉한 '풍산개'는 260개 스크린에서 출발했다. 불과 한 주 사이에 100개 이상 스크린이 떨어져 나간 것.

전재홍 감독이 연출한 '풍산개'는 김기덕 감독이 2억원으로 제작한 영화다. 윤계상 등 출연진과 제작진이 노개런티로 참여해 손익분기점 25만명을 넘어서고 순항하고 있었다.


'트랜스포머3'와 비교할 수 없는 돈으로 만들어진 작품이지만 영화적인 재미를 보장한다고 입소문이 도는 중이다. 그럼에도 관객들은 '트랜스포머3'에 밀려 '풍산개'를 보기가 쉽지 않게 됐다.

공교롭게도 김기덕 감독은 2006년 '괴물'이 스크린 독과점 논란에 휘말렸을 때 '시간'을 개봉시키면서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당시 김기덕 감독은 "'괴물'은 잘 만든 영화지만 600개 스크린에서 개봉했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MBC '100분 토론'에도 참여해 "스크린이 부족해서 상영 못하는 게 아니다"며 "더 이상 국내 관객들을 위해 영화를 만들지도 상영하지도 않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김기덕 감독은 '풍산개' 개봉을 앞두고 "'풍산개'는 헌신적인 배우와 스태프의 피와 땀의 영화"라며 "꼭 이익이 나길 바라며 진정한 영화인들인 그들이 그 진정한 가치를 존중받기를 기도한다"고 밝혔다. 15년간 19편의 영화를 연출, 제작해 온 김기덕 감독은 그간 무수한 모순을 보고 말도 안 되는 일을 겪었다며 "이제 한국영화계는 그냥 도박판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또 김기덕 감독은 '풍산개'가 손익분기점인 25만명을 넘어서자 "내가 각본을 쓴 초 저예산 영화가 한국 극장에서 이익을 내다니 정말 믿어지지 않았습니다"며 " 곧 개봉하는 할리우드 영화 속에서도 부디 '풍산개'를 보고 싶은 사람들이 풍산개를 볼 수 있도록 극장 숫자가 줄지 않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김기덕 감독의 바람과는 달리 '트랜스포머3' 스크린 확보 경쟁은 '풍산개'를 찾는 관객이 점점 더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로 바뀌고 말았다.

극장이 관객이 많이 들 것으로 예상하는 영화를 내거는 건 당연하다. 당연한 일이 문제가 되는 것은 특정 상품이 독점적인 행태를 보이면 다른 상품들이 피해를 보고 결과적으로 소비자에 불이익을 받기 때문이다.

'트랜스포머3'는 주말에는 1200~1400개 가까운 스크린을 확보할 전망이다. 나머지 영화들은 교차상영으로 내몰릴 게 불 보듯 하다.

매번 블록버스터가 개봉할 때마다 되풀이되는 스크린 독과점 문제 해결을 위해 영화계 안팎에서 머리를 맞댈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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