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장기하와 얼굴들의 김현호, 정중엽, 장기하, 이종민(사진 왼쪽부터) ⓒ송지원 기자
인디열풍의 국민적인 인기를 이끌었던 가수 장기하가 돌아왔다. 정확히 말하면 밴드 장기하와 얼굴들 다섯 남자들의 2년만의 새 음반이다.
여전히 독특하다. 속삭이듯 내뱉는 장기하 특유의 창법도, 우스꽝스러워 보이지만 사뭇 진지한 퍼포먼스도 변함이 없다. 장기하와 얼굴들만이 보여줄 수 있는 무대다.
그동안 사회 구석구석을 재조명한 노랫말과 개성 넘치는 무대로 가요계의 주목을 받았던 만큼 부담감도 컸을 터. 신드롬의 주인공들은 여전히 진화하고 있었다. 1960~90년대 감성을 고루 담아 현 시대의 음악으로 버무린 그들이다.
이번에는 멤버를 재구성하고 팀 내 변화도 알렸다. 무대 위 흥을 돋우던 미미시스터즈가 탈퇴했고, 밴드 킹스턴 루디스카에서 건반주자로 활동해온 이종민과 김창완밴드의 기타리스트 하세가와 요헤이(a.k.a. 김양평)가 새로 합류됐다.
때문에 미미시스터즈의 흥겨운 춤사위 대신 밴드 멤버들의 디테일한 연주가 합을 이뤘다. 정교한 합주와 풍성한 사운드로 밴드로서의 매력을 극대화 시킨 것이 이번 앨범의 눈에 띄는 특징이다. 단순히 코믹 무대라며 이들의 공연을 바라보던 일부 대중에게도 눈 보다는 귀를 자극한다. 꽉 짜여진 음악이 돋보이는 이유다.
장기하와 얼굴들 ⓒ송지원 기자
일상을 독특한 시선으로 바라본 이들의 음악은 여전히 뜨겁다. "바쁘지만 즐겁다"고 요즘 일상을 소개한 멤버들은 3년 전과 마찬가지로 세상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 간의 영리한 실험을 마치고 다시 세상에 나온 장기하와 얼굴들과 마주 앉았다.
-오랜만에 활동을 시작하니 어떤가요?
▶상당히 신이 나요. 녹음실에 주로 있는 편인데, 이렇게 방송을 통해 나오니깐 신이 나죠. 활동 할 때랑 작업할 때랑 바쁜 건 마찬가지긴 하지만 재미있어요. 요즘 들어 활기를 찾은 것 같죠.
-그동안 뭐하고 지냈어요?
▶2009년 많은 공연과 활동을 하면서 상당히 지친 상태였어요. 그래서 일단 쉬어야겠단 생각이 들었죠. 지난해 상반기부터는 여행, 휴식 등을 취하며 제 시간을 많이 가졌어요. 새 음반 작업이 시작되면서 다시 바쁘게 시간을 보냈죠.
-일본 공연 등 첫 해외활동은 어땠나요?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라고 생각해요. 한류스타라고 할 정도는 아니고. 하하. 이번 일본 활동은 약간 실험적인 부분도 있어요. 저희 노래가 한국어 가사가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일본에서는 낯선 외국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판단할지가 궁금했던 거죠. 일본 밴드들의 연주 실력이 평균적으로 높다는 걸 잘 알기 때문에 저희도 잘해야 겠다는 생각에 연습도 많이 했어요.
-일본에서도 독특하다는 반응인가요?
▶저희 음악이 일본에서는 어떤 감흥을 일으킬지 상당히 궁금했죠. 현장에서도 독특한 반응이었던 것 같아요. 무대에서 공연하면서 호의, 흥미를 느끼는 듯한 관객들의 표정을 많이 보았던 것으로 기억해요.
장기하와 얼굴들 ⓒ송지원 기자
▶독특하다는 반응 들으면 기분 좋죠. 음악이 지루하다는 얘기보다는 훨씬 나은 거 아닌가요?(웃음) 많은 음악하시는 분들이 듣고 싶은 얘기일 것 같은데요.
-손을 이용한 신곡 뮤직비디오는 누구 아이디어?
▶1집 활동 때는 뮤직비디오가 없어서 많이 아쉬웠어요. 그래서 이번에는 제대로 한번 만들어보자 했죠. 우리 음악을 어떤 감독님과 작업해야 할지 고민하게 되면서 국내 뮤직비디오 모니터링도 숱하게 했어요. 실력있는 분들은 너무 많은데 저희 음악을 잘 표현할 수 있을지가 너무 의문스러웠죠. 적어도 우리 음악에 대한 이해도 측면에서는 제가 직접 하는 것도 큰 장점이라고 생각했죠.
-'그렇고 그런사이' 뮤직비디오 작업과정 소개해주시죠.
▶곡을 우선 만들어 놓고 뮤직비디오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어요. 무엇보다 효율적으로 만들고 싶었고 간단한 아이디어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싶었어요. 음악에 어울리면서도 음악을 압도하지 않는 그런 뮤직비디오를 만들고 싶었죠. 그래서 넓은 풍경을 찍기 보다는 클로즈업을 택했고, 멤버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것이 뭐가 있을까 하다 신체일부 중 하나를 써보자 해서 손을 이용했어요. 손이 사람의 축소판이란 얘기도 있잖아요. 손만 나와도 다양한 표정을 담을 수 있었던 거죠.
-미미시스터즈가 팀을 탈퇴했는데…
▶처음부터 계획된 것은 아니었고, 자연스러운 수순이었어요. 1집 때는 미미시스터즈와 함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었던 적합한 시기였던 것 같고 지금은 독립해서 음악 활동하기에 좋은 시기라고 생각이 들었죠. 멤버들 모두 합의하에 떠나보냈죠.
-지난 앨범이 큰 사랑을 받았는데 부담감은 없었나요?
▶아예 부담감이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죠. 팬들 반응에 대한 걱정이 아니라 노래 만드는 사람으로서 누구나 느끼는 그런 부담감이었어요. 하나의 노래를 써놓고 다음 작업을 할 때 완전 다른 방향으로, 좋은 음악을 해보자고 늘 생각하죠. 팬들의 반응이야 좋은게 좋지만 오히려 음악에 대한 부담감이 더 크죠.
-곡 작업할 때 아이디어는 어떻게 얻는 편인가요?
▶곡 작업은 평소 기분이 안 좋을 때 자연스럽게 하는 편이에요. 기분 좋을 때는 따로 뭔가를 하지 않아도 좋잖아요. 기분이 좋지 않을 때는 뭔가 결여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음악으로 채워야겠다는 생각이죠. 여러 가지 생각을 하고 멜로디를 만들기 시작해요.
-이번 음반의 가장 큰 특징을 소개한다면?
▶저(장기하) 혼자서 작사, 작곡, 편곡을 도맡아서 했던 1집과는 달리 멤버들 모두 편곡 작업에 참여했어요. 또 악기별로 따로 녹음을 했던 것에서 벗어나 한번에 합주 형식으로 동시 녹음했어요. 원테이크 방식이라고 하죠. 공연 때와 마찬가지로 멤버들 모두 한꺼번에 연주를 시작했죠.
-장기하 특유의 창법, 음악의 토대는 무엇인가요?
▶그냥 살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것 같아요. 산울림의 김창완, 배철수 선배님을 제 음악의 부모라고 생각하죠. 또 송창식, 이장희 선배 가수들은 물론 밥 딜런, 폴 매카트니, 비틀즈 등 많은 가수들의 앨범들이 제게 영향을 끼쳤죠.
-장기하 음악에는 한국어의 강점을 제대로 살린 특유의 멋이 있는데.
▶어떤 언어라도 고유의 음악성이 담겨 있다고 생각해요. 고유의 음율, 장단 등 어느 나라 말에도 있는 것이죠. 전 한국어로 음악을 하겠다고 마음먹은 이상, 한국어의 특징을 잘 살리겠다고 다짐했죠. 한국어 자체의 매력, 보존해서 자연스럽게 들리게끔 만들어 갈 계획입니다.
-마지막으로 장기하와 얼굴들의 미래는?
▶늘 낯설면서도 익숙한 음악이었으면 좋겠어요. 전통을 참조하면서도 혁신적인 음악 말이죠. 좋은 음악이 가져야할 당연한 것들이기도 하죠. 이번 활동에서는 전국투어도 갖고 저희가 주체가 되는 다양한 무대를 펼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