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포머3' 예고된 스크린 독과점, 문제없나①

김현록 기자  |  2011.07.01 08:49
예고된 폭풍,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트랜스포머3' 바람이 무섭다. '트랜스포머3'은 개봉 첫날인 지난 6월 29일 무려 64만명의 관객을 독식하며 역대 개봉일 흥행 신기록을 세웠다. 2009년 '트랜스포머2'의 기록을 무려 10만명 경신했고, 이틀만에 100만 관객을 넘어섰다.


관객수보다 더 엄청난 건 스크린 수다. 영화진흥위원회 집계 기준 지난달 29일 오전 1188개였던 스크린 수는 30일에는 1280개까지 늘어났다. 1일 오전 현재는 1290개. 한국의 상영관수가 2200개인 점을 감안하면 전체 상영관의 절반 이상이 '트랜스포머3'으로 채워진 셈이다. 스크린 독과점 논란은 불가피하다.

미국과 단순 비교하면 '트랜스포머'의 스크린 독식이 얼마나 엄청난 수준인지 알 수 있다. 지난 29일 북미지역 '트랜스포머'의 개봉관 수는 총 4011개였다. 단순 비교로는 한국보다 3배 넘게 많지만 전체 스크린을 감안하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미국의 전체 스크린은 무려 3만6000개에 달한다. 4000여 개인 '트랜스포머3'의 개봉관은 전체 스크린 대비 약 11% 수준. 그러나 한국의 경우 전체 스크린을 2200개로 계산할 경우 무려 58%를 넘어선다.


스크린 독과점과 이른바 '퐁당퐁당'으로 불리는 교차상영은 한국영화계에 고질적인 문제다. 이 문제는 필연적으로 동시에 찾아온다. 관객이 집중되는 한 편의 영화가 스크린을 독식하는 사이 배급력과 화제성에서 밀리는 다른 영화들은 한 스크린에서 내리 상영되지도 못하고 위기에 내몰리는 탓이다. 2006년 '괴물'이 620개관에서 개봉, 700개 관까지 스크린을 개봉할 당시는 물론, '스파이더맨3'이 812개관, '캐리비안의 해적:세상의 끝에서'가 912개관에서 각각 개봉하면서 이같은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트랜스포머2' 또한 개봉 첫 주말 스크린 수가 1200개를 돌파한 바 있다.

'트랜스포머3'은 이미 이 수준을 넘어섰다. 주말이 되면 개봉관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역대 최다 수준이 예상되소 있고, 전체 스크린의 70%를 장악하지 않겠냐는 전망도 나온다.. 영화 관계자들은 "그나마 화제작들이 '트랜스포머3'을 피해 개봉일을 잡는 탓에 쏠림 현상이 더 커졌다"고 입을 모았다.


'트랜스포머3'이 극장가를 집어삼키다시피 한 현재 극장가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국내 최대 영화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가 '트랜스포머3'를 개봉하면서 '풍산개'나 애니메이션 '소중한 날의 꿈', '모비딕' 등의 개봉관이 출렁였다. 그나마 박스오피스 2∼3위권을 지키고 있는 '풍산개'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 '소중한 날의 꿈', '모비딕' 등은 100개가 조금 넘던 개봉관이 채 절반도 되지 않는 수준으로 떨어졌다.

'풍산개'를 배급하는 NEW의 박준경 마케팅 팀장은 "개봉관이 줄기도 했지만 스크린수보다 회차가 더 문제다"라며 "지금으로선 '풍산개'가 '트랜스포머3'의 풍파를 이기고 살아남았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으로 지켜보는 중"이라고 조심스럽게 밝혔다.

그는 "지금으로서 특히 주말에 스크린을 많이 잡기가 불가능한 상황이라 평일에 영화를 찾아보는 관객들이 '풍산개'를 봐주길 바라는 마음"이라며 "주말에 감독과 배우가 무대인사를 한다. 소신있게 평일 점유율을 유지하고 싶다"고 전했다.


물론 '트랜스포머3'이 스크린을 독식하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 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도 억울한 면은 있다. 현재의 쏠림현상에는 대형 배급사의 위력 외에도 90%가 넘는 예매율을 보일 정도로 뜨거운 관객의 열기,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극장주들의 상영경쟁이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독과점은 배급사의 기획이 아니라 현재의 영화계 상황 때문에 생긴 조합이자 '현상'으로 봐야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CJ엔터테인먼트 홍보팀의 최민수 과장은 "개봉관이 1200개에 이른다고 하지만 CJ엔터테인먼트가 배급한 것은 프린트 222벌, 디지털 410개까지 총 632개"라며 "와이드릴리즈로 절대적인 물량공세를 벌이는 건 배급사로서도 부담이다. 첫 주말이 지나고 조석관객이 비면 프린트 값이 고스란히 비용 부담으로 돌아온다"고 설명했다.

그는 "디지털 배급이 이어지면서 디지털 파일을 복사해 하나로 전체 극장에 다 트는 방식이 가능해졌고, 프린트 하나로 2관 이상에서 돌아가며 상영하는 '인터락'을 하면서 결과적으로 1000개관 이상에서 상영이 가능해진 것"이라며 "극장 입장에서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현재 개봉한 영화를 제작한 한 관계자는 "'트랜스포머3'을 비난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나름대로 재미와 미덕을 갖춘 영화고 관객들이 좋아하는 것 또한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다"며 "그러나 1개 영화가 한 나라의 극장 절반 이상, 나아가 70% 가까이를 장악할 수 있다면 이는 문제가 아니냐. 이런 나라가 또 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독과점 현상이 뚜렷하고 분명히 문제가 있는데 왜 이대로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 문제제기를 하고, 또 개선해야 하지 않나"라며 "더욱이 외화가 물량공세로 관객을 싹쓸이하는 이같은 배급 구조는 한국영화에 전혀 이득이 되지 않는다. 정도가 벗어나는 독과점은 정책적 규제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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