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명근 기자
KBS 아나운서 출신 배우 최송현을 만났다. 케이블채널 tvN 드라마 '로맨스가 필요해'(극본 정현정 연출 이창한)에서 연애 초보 강현주 역을 맡아 열연 중인 최송현은 자신과 많이 다른 모습의 현주를 이해하느라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현주의 심정이 십분 이해된다고. 지난 6회에서 결혼식장에 나타나지 않은 남자친구에게 통쾌한 복수를 전하는 장면에서는 완벽히 강현주로 분한 것 같았다.
"완전 신나서 진짜 등을 심하게 때렸어요. '찰싹' 소리나도록. 진짜 나쁜 놈이죠. 결혼식 하려면 얼마나 힘든데, 싫으면 진작 얘기를 해야죠. 그러면서도 현주가 눈치 채지 못한 건 자기 잘못이에요. 처음에 그걸 대본으로 보고 캐릭터 몰입하려고 구상 해 봤는데 현실이랑 동떨어진 것 같아 힘들었어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현주처럼 살면 편하겠다는 생각도 했죠. 신랑이 안 오다니, 보통의 여자라면 쓰러질 일인데 현주는 '형식미를 갖추면 돼'라고 하면서 이겨내잖아요. 다소 비현실적이긴 하지만 인생의 끝이라고 할 만한 상황인데도 넘기는 대인배 같은 면은 편한 것 같기도 해요."
화끈한 복수를 끝내고 나온 강현주는 "남자랑 안 자 본 게 뭐라고"라고 말하며 친구들 앞에서 펑펑 울었다. 미혼모 엄마에게서 태어나 순결을 최고의 가치로 알고 살아 온 자신에 대한 회의였다.
"6부까지 나오고 첫 촬영 들어갔었는데, 가장 맘에 와 닿았던 신이었어요. 집에서 수십 번을 연습했는데 한 번도 눈물이 안 났던 적이 없어요. 전 엄마, 아빠도 멀쩡히 계신데 미혼모의 딸인 현주가 왜 그렇게 와 닿았는지 몰라요."
사실 현주는 특이한 캐릭터가 아니다. 많은 여성들이 실제로 혼전순결에 집착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녀는 어떻게 생각했을까.
"사실 여성분들 중에 그런 분들이 많으시잖아요. 그런 면을 현주를 통해서 말하고 싶었어요. 현주는 순결에 억압된 여자의 정서를 대변하는 캐릭터죠. 잘 표현하고 싶었는데 욕심만큼 표현한 것 같아요. 진심으로 느꼈었거든요."
ⓒ사진=이명근 기자
"제일 오래 사귄 게 3년이에요. 개인적으로 남녀가 헤어지는 데 가장 용납할 수 있는 이유가 다른 사람이 생겼다는 것이에요. 화가 나고 속상하지만 마음이 바뀌는 건 어쩔 수 없죠. 다른 사람이 좋아졌다는 건 보내줄 수밖에 없는 이유 같아요. 잠깐의 바람이었다면 받아줄 수 있지만, 마음이 떠났다면 보내줘야죠. 그리고 돌아오길 바란다면 안 잡는 게 최선인 것 같아요. 헤어질 때가 깔끔해야 좋게 기억되니까요."
현재 '로맨스가 필요해'는 6회까지 방송됐다. 촬영은 12회까지 진행돼 거의 마무리 단계에 돌입한 셈. 순결주의자이자 형식미를 추구하는 강현주는 앞으로 어떻게 변해갈까.
"강현주는 글로 연애를 배운, 환상이 많은 캐릭터에요. 환상을 깨주는 남자 덕수를 만나 변하죠. 형식미 대신 감정적인 면으로 마음을 채워주는 과정을 겪으면서 진짜 사랑을 알게 돼요. 처음 남자를 관계를 맺을 때도 형식에 연연하지 않고 사랑할 수 있는 캐릭터로 변해갈 거에요."
최송현은 끝으로 '로맨스가 필요해'를 "사실적인 드라마"로 정의했다.
"평소 우리가 일상에서 대화하는 것이 드러나요. 여자들이 다 예쁘고 상처받을 것 같지만 여자들끼리는 야한 농담을 하기도 하잖아요. 또 대부분 드라마에는 하나 또는 두개의 러브라인만 있는데 '로맨스가 필요해'엔 세 주인공이 두 개의 러브라인을 갖고 있어요. 다양한 사랑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드라마인 것 같아요."
최송현은 강현주와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그럼에도 그녀 안에는 강현주에 대한 밀도 있는 이해가 있었다. 진짜 사랑을 통해 성숙할 강현주의 모습과 진짜 연기를 통해 성장할 최송현의 모습에 기대가 모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