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넷 '20's 초이스', 시행착오 없는 발전은 없다

[기자수첩]

하유진 기자  |  2011.07.08 09:20
ⓒ사진=임성균 기자 ⓒ사진=임성균 기자


지난 7일 오후 6시 서울 광장동 워커힐 야외수영장 리버파크에서 열린 케이블채널 엠넷 '20's 초이스'가 '졸속 진행'이란 뭇매를 맞고 있다. 이날 예상치 못한 악천후로 인해 진행상의 여러 문제가 있었다. 시상자로 나온 하상백과 김효진이 마이크를 들고 나오지 않아 10여 초간 음향이 중단됐고, 중국배우 웨이천의 말은 통역이 되지 않았다. 또 중간 제작진의 음성이 방송을 타기도 했고, 공효진이 현장에 늦게 도착해 수상을 하지 못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전날까지만 해도 맑았던 하늘에서 거짓말처럼 폭우가 쏟아졌다. 현장에 있었던 이들은 알 것이다. 비는 음향을 압도할 만큼 무서운 소리로 행사장을 뒤덮었다. 일각에서는 감전 등의 사고 위험으로 진행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도 있을 정도였다. 행사가 시작됐지만 비는 멎을 기미는커녕 더 거세졌다. 말 그대로 '지옥'이었다.

제작진도 비를 전혀 예상치 못했던 건 아니었다. 연출을 맡은 박찬욱PD는 행사에 앞서 스타뉴스에 "비라는 위험요소가 있음을 알지만 여름이란 느낌을 살리기 위해 야외수영장이란 장소를 포기할 수 없었다"라고 전했다.


일부에서 30분이나 일찍 끝났다는 비판이 있지만 행사는 예정보다 10여분 일찍 끝났다. 현장에서 기자들에게 나눠준 큐시트에 적힌 UV의 엔딩공연 마감시각은 오후 8시 35분께였고 실제 행사는 25분에 마무리됐다. 비로 인한 감전 사고의 위험을 막기 위해 진행이 조금 빨라졌기 때문이다. 9시에 방송이 종료되는 건 원래 광고와 뮤직비디오 화면 방송 시간 등을 포함한 것. 방송시간을 때우기 위한 궁색한 대처가 아니었다.

그야말로 천재지변의 상황에서 실수하지 않는 이는 없다. 물론 전 세계에 실시간으로 중계되는 만큼 실수를 완전히 용인하고 넘어갈 수는 없겠지만 문제가 있었다고 참의미마저 부정할 수는 없다. 엠넷 '20's 초이스'는 천차만별인 대한민국 시상식을 바꾸기 위한 일종의 '도전'이다.


올해로 5회째를 맞지만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늘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K-POP 열풍이 일고 있는 요즘, 국내 가수들의 다양한 퍼포먼스를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최초로 유투브 중계를 실시한 점, 페이스북을 중계에 영문자막 서비스를 제공한 점은 칭찬받아야 마땅한 점이다. 비로 인해 김현중의 워터 퍼포먼스는 더욱 빛을 발했고, 현아는 맨발 투혼을 보여줬으며, 마지막을 장식한 UV는 수영장에 뛰어드는 열정을 불태우지 않았나.

실제로 실시간 중계를 접한 13만 명의 해외팬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팬들은 페이스북을 통해 "전 세계로 생중계가 돼서 너무 좋다", "비가 와서 예측불허의 재밌는 면이 많았다", "비가 오면 진행이 쉽지 않은데 대단하다. 보는 입장에선 재미가 있었다" 등 격려의 박수를 보냈다.

시행착오 없는 발전은 없다. 악천후 속에서도 행사를 이어가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제작진의 모습을 현장에서 바라봤다면 알 수 있다.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엠넷 '20's 초이스'가 여느 시상식처럼 실내에서 진행됐다면 어제 같은 사고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시상식은 대동소이한 시상식으로 전락했을 것이다. 사고 자체에 대한 비판은 겸허히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이런 시상식을 왜 하냐"라는 원론적인 비판으로 이어진다면 대한민국 시상식에 더 이상 발전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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