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하균 "스크린 독과점, 많이 아쉽다"(인터뷰)

영화 '고지전' 신하균 인터뷰

김현록 기자  |  2011.07.18 08:46
ⓒ송지원 기자 g1still@ ⓒ송지원 기자 g1still@


20일 개봉을 앞둔 '고지전'(감독 장훈)은 한국전쟁에 대한 묵직하고도 리얼한 복기다. 어떻게 시작했는지는 모두가 알고 있으나 어떻게 끝났는지는 기억하는 이 없는 한국전쟁을 그린 이 영화로 신하균(37)은 3번째 전쟁과 인연을 맺었다.


2000년 '공동경비구역 JSA'에선 웃음만으로도 냉전을 녹일 듯한 북한 병사였고, 2005년 '웰컴 투 동막골'에선 가장 늦게 마음을 연 국군 패잔병이었다. 남북의 오묘한 화합, 그 낭만의 한 가운데 그가 있었다. 그러나 2011년 100억 전쟁 블록버스터의 주인공으로 돌아온 그는 낭만 대신 참혹과 허무의 목격자가 됐다.

그의 촬영도 낭만보다는 리얼한 전쟁에 가까웠다. 신하균은 인터뷰 동안 때로는 진지하게, 때로는 투덜거리듯 깎아지른 흙산을 오르고 또 올랐던 지난 겨울을 되새겼으나, 그 한마디 한마디에선 '고지전'에 대한 애정과 믿음이 묻어났다.


-'트랜스포머3' 스크린 독과점이 논란이다

▶가장 중요한 건 다양성인데, 다양한 영화를 볼 기회가 없어지니까. 많이 아쉽다. 물론 그런 영화들도 물론 존재해야 한다. 스케일이 크고 많은 관객이 오락거리로 즐길 수 있는 영화가 있어야 하는 반면 동시에 독창적이고 실험적인 영화가 사랑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스스로도 작고 실험적인 영화에 많이 출연해왔다. 이번엔 100억 영화다.

▶연기하는 입장은 크게 다르지 않다. '고지전'은 예산이 많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영화다. 오락을 위해 쏟아 붓는 게 아니라 전쟁물, 시대물에 맞는 온당한 제작비가 들었다고 생각한다. 비주얼로 현혹시키려는 게 아니다. 그 이야기가 너무 와 닿았고, 그걸 어떻게 표현하가느냐 전달하는 문제가 다음이더라. 똑같다. 많은 대중이 볼 수 있게 하는 건 또 다음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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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어떤 점이 좋았나.


▶전쟁은 끝이 났지만 아직 휴전 상태니까. 여운이 있다. 시나리오를 봤을 때 느낌이 그랬다. 우린 전쟁이 과거의 일이고 끝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나. 하지만 모두 해결된 게 아니고 과제가 남았다는 느낌이 이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왔다. 그래서 공감이 됐다. 한번쯤은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고수와 동갑내기로 등장한다. 워낙 동안이기도 하고. 뿌듯하지는 않나?

▶뿌듯할 것까지야.(웃음) 주변에서 충격을 많이 받더라. '대학 다니다가 군에 입대해서 전쟁을 겪게 된 역할' 이러면 '뭐라고오?' 이런다. 나머지 군인이 젊으면 문제가 되겠지만 주변에 고창석 선배나 류승수 선배가 있으니까 상대적으로 괜찮지 않을까.

-동안이 돋보이는 역할을 많이 했다.

▶상대적으로 어린 역할들을 많이 했다. 예전에는 동안이란 얘기 못 들었다. 요즘이나 듣는 거지. 그것도 캐릭터가 만드는 거고 상대적이다. '공동경비구역 JSA'도 송강호 선배가 옆에 있으니까 어려 보였던 거지. 나쁘진 않다.(웃음)

-동안 비결이 있다면? 혹시 시술도?

▶시술? 관리? 이런거 안 한다. 예전에 보니까 한 시간 정도 누워서 마사지 받던데, 성격에 안맞아서 어디 누워있고 그런 거 못한다. 술 줄이고 담배 안 피는 것 정도? 예전엔 몰랐는데 피부는 영향을 좀 받는 것 같다.

-남자들끼리만 촬영을 했는데.

▶당연히 안 좋다.(웃음) 남자끼리 있으면 정말 군대같다. 저는 남중도 안 다녔고, 남고도 안 다녔고 그래서 그런가 군대가 정말 싫었는데, 이번엔 정말 군대같았다. 아침마다 일어나 새벽 4∼5시면 나가는데, 보초만 안 서지 군생활과 똑같았다. 아니 더하면 더했다. 군대는 훈련도 너무 추우면 피하는데, 우린 비까지 뿌려가며 강우기 얼어붙으면 녹여서 또 뿌리며 군대보다 더 '빡세게' 했다. 군생활 할 때 포병이어서 주로 타고 이동을 했다. 이제 민방위인데, 군에서도 안 했던걸 이제 하려니 힘들고 겁도 나더라.

-장훈 감독, 고수와의 작업은 어땠나?

▶장 감독님은 조용한 카리스마다. 눈을 똑바로 보면서 '선배님 한번 더 해주시겠어요' 그러면 또 '좋습니다' 하고 흔쾌히 대답하게 된다.(웃음) 미안한 듯 수줍은 듯 하면서 할 말은 다 한다. 미안하더라도 결과를 위해서 하나하나 섬세하게 또 다양하게 찍는 과정을 보니까 믿음이 가더라. 치열하게 작업해나가는 과정이 좋았다.

고수는 진지하고 깊게 들어가는 스타일이더라. 저는 나약하고 착했던 친구가 확 변한 걸 바라보는 제 역할에 맞게 지켜보고 기다렸다. 어떻게 하는지를 보고 리액션을 받았다. 연기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한 적은 없다. 이제껏 한 번도 없었다. 함께 했던 모든 선배들도 마찬가지였다. 원래 감독님 말씀을 많이 듣고 스며들어서 받아들이는 편이다. 이번에도 마찬가지고 그래야 했다. 제가 맡은 역할은 관찰자였고, 독자적으로 뭔가를 끌어가는 것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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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경비구역 JSA'도 그렇고 '웰컴 투 동막골'도 그렇고 신하균이 군복 입으면 대박이라는데.

▶이번 영화가 어떻게 되느냐에 달렸다. 개인적으로는 참 불편하다. 그 때마다 고생을 해서. 약 5년 주기이기 때문에 다음엔 제 나이가 40이 넘을텐데, 전투에 직접 참여하지는 않겠지.(웃음)

-제대로 전투하는 전쟁영화는 이번이 처음이다. 고생하셨다.

▶언제 이 촬영이 끝나나 이 생각밖에 없었다. 영화에서 군인들이 언제 이 전쟁이 끝나나 기다리는 것같은 마음이랄까. 7개월 동안 습관적으로 아침마다 군복을 입었는데, 마지막 촬영 때는 이상하더라. 내일부터 군화 안 신어도 되는거야? 추운데 안 나가도 되는거야? 그랬다. 믿기지가 않았다. 전쟁이 끝난 느낌이 이럴까.

영화의 만듦새나 담고 있는 이야기의 힘을 보면 충분히 우리가 오랜 기간 고생한 대가를 받은 것 같다. 자신감이 있다.

-관객들에게 혹 당부하고 싶은 게 있다면.

▶전쟁영화라는 선입견을 갖지 말고 보는 게 좋을 것 같다. 사실 전쟁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데, 전형적인 느낌이 싫어서다. 우리 영화는 정서적으로도 남성적이고 거친 전쟁영화와 다르고 여성들도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그 슬픔의 정서가 우정, 의리, 형제애 차원이 아니어서 저는 좋았다. 우리 민족이 가지고 있지만 해결하지 못하는 슬픔과 상처, 아픔 그런 것들.

-배우로서 욕심이 있다면?

▶계속 연기해 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지금껏 다양한 작품을 해왔다는 데 감사하고 있지만 불안감은 시작할 때나 지금이나 똑같다. 나이에 맞는 연기, 세월이 지나며 동시대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연기를 하고 싶다. 작품의 크기나 캐릭터의 크기는 중요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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