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진위, 최소상영·부율 등 표준상영계약 발표(종합)

전형화 기자  |  2011.07.20 12:03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가 한국 영화계의 대표적인 갈등 요소인 극장 부율과 스크린 독과점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한 권고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극장측의 반발이 거셀 것으로 예상돼 앞으로 해결할 문제가 산적할 전망이다.


김의석 영진위원장은 20일 오전 11시 서울 광화문의 한 식당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표준상영계약서를 발표했다.

김의석 의원장은 "극장 매출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영화산업 현실에서 공정한 거래환경과 관행을 만드는 것이 영화산업의 선순환을 위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어느 일방의 손해나 희생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영화산업계가 상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계약관행을 제안하기 위해 이번 표준상영계약서를 제정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르면 현행 배급사와 상영관 수익분배율을 한국영화 5대5, 외화 6대4(지방은 5대5)에서 한국영화와 외화 상관없이 5.5대 4.5로 조정하는 정율 방식과 개봉 초기에는 배급자가 수익 배분을 많이 받다가 점점 적어지는 슬라이딩 방식을 제안했다.

슬라이딩 방식은 개봉 첫 주에 80%를 부율로 하고 1주 간격으로 10%씩 감소하여 6주차 이후부터 20%를 부율로 하는 방식과 개봉 첫 주에 60%를 부율로 하고 2주 간격으로 10%씩 감소하여 4주차 이후부터 40%를 부율로 하는 방식 등 두가지를 제안했다. 첫 번째 방식은 상영자의 손실율이 크므로 상영자는 총매출의 10%에 해당하는 기본 상영수수료를 선공제하고 나머지 금액에 대해 슬라이딩 부율을 적용한다.


블록버스터급 영화들이 개봉할 때마다 중소 예산규모 영화들이 수시로 교차 상영, 또는 조기종영되는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1주간의 최소 상영 기간을 보장하기로 했다. 최근 '트랜스포머3'가 국내 스크린 60%에 달하는 스크린을 장악하면서 또 다시 불거진 스크린 독과점 논란에 대한 최소 보장 방안을 마련한 것.

교차 상영에 대해서는 상영자가 교차상영을 할 경우 배급자에게 상영 기간 연장 또는 부금율의 상향 인센티브를 부여하도록 규정했다. 영장되는 상영 기간은 교차상영일수의 2배, 상향되는 부금율은 원래 부금율의 10%를 더하기로 했다. 두 개 인센티브 중 배급자가 하나를 선택하는 것을 골자로 했다.

극장의 부금 정산 시기도 해당 영화 종영시점을 기준으로 현행 45일 이내에서 월별로 조정할 것을 권유했다. 제작가협회가 지난 2월 멀티플렉스 4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던 무료입장권과 관련해선 무료입장권 발매시 사전 동의를 해야한다고 권고했다.


영진위가 발표한 표준상영계약서는 비록 권고안이지만 기준점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상당한 반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김보연 영진위 센터장은 "권고안이라 실효가 있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계약에는 힘의 역학 관계가 있기 때문에 기준이 되는 계약서가 있다면 점진적으로 계약 당사자들이 모델을 활용하면서 관행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부율 조정안은 극장측의 상당한 반발이 예상된다.

극장으로선 당장 수입이 대폭 줄어들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한 멀티플렉스 관계자는 "권고안이라고 하지만 표준상영계약서가 기준이 될 게 분명하다"며 "영진위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했기에 추후 논의를 통해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불쾌함을 드러냈다.

서울시극장협회 홍직인 전무는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부율 문제는 세계적으로 5대 5인데 한국 상황만 특별하게 외화를 6으로 한 것이다"며 "미국에서 사용하는 슬라이딩 방식도 국내와 맞지 않다"고 반발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 서울시극장협회, 상영관협회 관계자들이 참석해 "아무 탈 없이 잘 해왔는데 이런 계약서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말했다.

통상 배급사와 상영관 수익분배율은 5대 5였지만 1980년대 할리우드 영화 직배 이후 극장들의 외화 유치 경쟁이 심해지면서 90년대 초반부터 외국영화만 6대4로 적용받았다. 당시는 한국영화보다 외화 수익이 높았기에 부득이하게 받아들여졌다.

2000년 이후 한국영화 수익률이 높아지면서 제작가협회를 중심으로 부율 조정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한국영화가 극장 수익을 올려주는데 정작 제작자들에겐 제 몫이 돌아가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제작가협회는 2005년 12월 한국영화도 외화와 같이 6대4로 부율을 조정하자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이듬해 서울시극장협회가 외화도 5대5로 주장하자고 되받아치는 등 갈등이 계속돼 왔다.

이번에 영진위가 부율을 5.5대 4.5로 조정할 것을 권고했지만 영화계에 적용되기가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극장들의 반발 뿐 아니라 오히려 할리우드 직배사들만 배부르게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직배사들은 비록 서울에선 수입이 줄지만 지방에선 이번 조치로 수입이 늘게 된다. 서울과 지방 수입 비율이 3대7 정도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수입이 늘 전망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 초에도 5.5대 4.5로 부율이 조정되는 방안에 대해 국고 유출이란 부정적인 의견이 제기돼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바 있다.

김 의원장은 "일각에서는 제작 또는 배급업계에 비해 상영관 업계가 불리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할 수 있으나 당초 상영계약 관행이 제작 또는 배급업계에 불리하였기 때문에 정상적으로 되돌리기 위한 과정으로 이해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또 "부율은 수익분배의 문제이기 때문에 업체 간의 이해관계가 첨예한 부분으로 표준상영계약서로 인해 해당 주체 간에 분란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배급사가 경영 여건이 어려운 지방 극장들에 부율을 일방적으로 주장하기 않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김보연 센터장은 "상영관들에 표준상영계약서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영진위는 그동안 표준근로계약서, 표준상영계약서,표준투자계약서 등을 준비해왔으며, 표준근로계약서는 지난 5월24일 발표했다. 표준투자계약서는 공정거래위원회에 표준약관 추진을 의뢰한 상태며, 표준상영계약서 권고안 역시 이번 발표 이후 공정거래위원회에 표준약관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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