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스트의 비가 오는 날엔(위쪽부터), SM 더 발라드, 십센치
가요계 한 관계자는 21일 스타뉴스에 "술에 대한 노랫말이 있다는 이유로 유해매체 판정을 받은 것은 이해가 안 된다"라며 "곡의 전체 맥락을 고려하지 않고 특정단어에 따른 판단은 창작자 표현의 자유를 저해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표현의 자유 vs 청소년 유해
풍선같이 커진 논란에 비해 비스트의 '비가 오는 날엔'이 청소년 유해매체물로 분류된 이유는 간단하다. 노랫말 중 '취했나 봐 그만 마셔야 될 것 같아'라는 부분이 음주를 연상케 한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여가부 한 관계자는 "오직 법상의 기준과 시행령을 고려해 심의한 것"이라며 "술이라는 것은 청소년에게 금지되어야 할 항목으로 가사에 '술'에 관한 내용이 노랫말 속에 들어가 있으면 청소년 유해매체물로 판정되는 확률이 비교적 높은 편"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술'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다 하더라도 전체적인 가사의 맥락을 보고 판단한다"며 "비스트 노래의 경우 듣는 이에게 술을 마시도록 조장할 수 있다고 판단돼 이 같은 결정이 내려진 것이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결정에 대해 가요 관계자들과 팬들은 "모호한 기준으로 표현의 자유를 저해하고 있다"며 음반 심의를 맡고 있는 여가부 산하 청소년보호위원회에게 비난의 화살을 퍼붓고 있다.
◆계속 되는 심의 논란, "심사하는 구성원부터 바꿔야"
청소년 유해매체물 심의 기준 논란은 비단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여가부는 지난 3월 프로젝트 그룹 SM 더 발라드의 곡 중 '내일은…'이 노랫말 가운데 유해약물인 술에 관한 문구가 들어있다는 이유로 유해매체물로 지정했다.
이에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는 "부정확한 잣대로 내린 심의처분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여가부 장관을 상대로 청소년유해매체물 결정통보 및 처분취소소송을 냈다.
인디그룹 십센치(10cm)의 곡 '그게 아니고'도 최근 노래 가사에 '감기약'이 나왔다는 이유로 유해매체 판정을 받았다. 영화감독 이송희일은 "한국에선 한복을 입으면 테러리스트로 의심되고, 감기약을 먹으면 뽕쟁이로 의심을 받는다"며 여가부를 비난했다.
배우 김여진 또한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청소년들, 약국 가서 감기약 사먹는 건 괜찮고 '감기약'이 들어간 노래는 들으면 안 되는 건가"라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같이 계속되는 논란에도 전혀 개선이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요계 전문가들은 현재 심의를 맡고 있는 청소년보호위원회 구성부터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현재 심사를 맡고 있는 구성원들의 대부분이 정계에서 일하는 사람들이거나 의사들로 정작 대중문화에 관련이 있는 사람은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강태규 대중문화평론가는 "심의를 담당하는 사람들 중 가요계에 관련된 사람이 단 한 사람도 없다는 것은 현재 우리나라가 대중문화 수용과 관련해 얼마나 여유가 없는지를 방증하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타당치 않은 근거로 음반 규제를 하는 것은 현재 문화를 선도하며 전 세계로 뻗어가고 있는 K-POP 가수들에게 걸림돌이나 마찬가지"라며 "진정 청소년을 아끼고 대중문화에 대한 애정이 있다면 현대 사회의 대중문화 실태를 올바르게 진단하고 그것에 맞춰 심의 규정을 재정비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