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tvN
케이블채널 tvN하면 처음으로 생각나는 프로그램은 누가 뭐래도 '롤러코스터'다. '롤러코스터'는 '재밌는 TV'를 표방하며 야외코미디 일색이던 예능프로그램 판에 공감과 묘사를 바탕으로 한 깨알 같은 재미를 선사했다. 남녀 간의 행동과 생각차이를 보여주는 '남녀탐구생활'을 시작으로 커플간의 싸움을 바라보는 '여자가 화났다', 'HER 헐' 등 일상 속 관찰을 콩트로 담은 코너들은 '롤러코스터'를 공감개그의 최고봉으로 만들어줬다.
그런데 최근 '롤러코스터'는 당최 웃음 포인트를 찾기 힘들다. 대세 김정태 주연의 '홍대정태'가 새 코너로 자리 잡으면서부터다. '홍대정태'는 김정태의 능청스런 코믹 연기가 빛을 발하는 드라메디(드라마+코미디)로, 홍대를 배경으로 개성 있는 인물들이 풀어가는 내용이다.
'홍대정태'는 낭만 가득한 인생을 꿈꾸는 가수 지망생 정태의 얘기를 담았다. 음반발매에 실패해 빚더미에 올라 사채업자에 쫓기던 정태가 치매 환자 아버지로부터 홍대에 50억 상당의 보물이 숨겨져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클럽 주인의 팬으로 위장 취업한 뒤 일어나는 이야기다.
문제는 대체 왜 이게 '롤러코스터'의 코너인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롤러코스터'의 핵심은 공감 개그에 있음에도 '홍대정태'는 단순한 시트콤에 가깝다. 현실 포착과 탁월한 묘사보다 에피소드와 배우들의 연기가 돋보이는 '웃긴 드라마'일 뿐이다.
'롤러코스터'가 시트콤 혹은 드라마 타입의 코너를 선보인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번 유세윤이 내레이션을 맡았던 '루저전' 역시 실패한 인생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에피소드 형식으로 보여줬던 드라마였다. 하지만 '루저전'에는 고학력 백수와 뭘 해도 안 풀리는 인생들의 넋두리를 통해 공감할 수 있는 창구가 있었다. 다소 황당한 전개가 있긴 했으나 '남녀탐구생활' '헐' 등 다른 코너와 균형을 이루며 나름의 재미를 선사했다.
하지만 '홍대정태'가 전체 분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현재의 '롤러코스터'는 본래의 색깔을 잃은 듯하다. 아예 시트콤을 만들 것이었으면 ''홍대정태'라는 프로그램을 따로 편성했으면 되지 않나'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다. 시청자들이 '롤러코스터'에 원하는 재미가 무엇인지 '롤러코스터'는 잊은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