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일 ⓒ이기범 기자 leekb@
박해일이 사극에 도전한다. 8월11일 개봉하는 영화 '최종병기 활'(감독 김한민)에서 청군에 끌려가 누이를 찾으려 애쓰는 조선 최고의 활 고수 역할을 맡았다. 박해일은 찌질과 날카로움을 오가는 도시 남자 역할을 주로 맡았기에 사극 도전은 의외로 비쳤다.
박해일은 조승우 유지태 등과 비슷한 시기에 영화계에 데뷔해 스타보단 배우로 영화계에 입지를 다져왔다. 화려함보단 조용하고, 동적이기보단 정적이다. 그가 '최종병기 활'에서 손에 넣은 활이란 무기는 그래서 더욱 어울린다. 박해일은 액션을 하더라도 칼이나 창보단 활이 어울린다. 정적이며 또 동적인. 정중동의 배우 박해일을 만났다.
-천성일 작가가 참여하기 전, 시나리오 초고는 병자호란 때 정치적인 이야기에 무게가 더 있었는데. 사극이기도 하고 선뜻 참여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았는데.
▶초고만 읽고 결정한 건 아니다. 사극에 대한 호기심은 있었다. 배우라면 한 번쯤 사극을 하게 되거나 한 번 하면 그 매력에 빠져 계속 하거나 그러지 않나. '극락도 살인사건'을 함께 한 김한민 감독님이 사극을 하신다고 해서 읽어봤다. 그 때 국궁 한 세트를 주시면서 (영화를)하든 안하든 도움이 될 테니 해보라고 하시더라. 그게 인연이 됐다.
-다른 영화 출연 제의가 많았다. 그동안 이미지에 어울리는 작품도 많았는데 그래도 '최종병기 활'을 택한 이유는.
▶활 자체가 매력적이었다. 활이 주는 매력을 잘 살린다면 좋은 작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무사'에서 안성기 선배가 활을 쓰는 무사를 했었는데 너무 좋아했었다. 이번 영화에 내가 맡은 역할은 안성기 선배에 대한 일종의 '오마주'다.
-박해일은 상당히 정적인 느낌이다. 그래서 같은 액션이라도 정적인 활과 더 어울리긴 하는데.
▶기질적으로 안 해왔던 것에 매력을 느낀다. 활은 여러 무기 중 역동성이 다르다. 장전을 하는 순간의 정적인 순간과 그 뒤에 오는 역동성에 매력을 느낀다. 액션 합을 짜더라도 활 액션이 내게 더 자연스럽더라.
-지방을 오가며 쫓고 쫓기는 쉽지 않은 촬영이었는데.
▶'극락도 살인사건'에서 목표에서 4시간 동안 배 타고 들어가는 가거도에서 찍었던 터라 미리 각오는 했다.
-여러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며 호흡하는 역이 아니라 외롭고 힘들었을 것 같은데.
▶외로움과 그런 것에서 오는 집중을 즐기는 편이라. 그리고 난 인생이 쫓기는 편인 것 같다. 누군가에게 쫓기는 꿈도 자주 꾸고. 그런 것이 그동안 연기에 도움이 됐던 것 같다. 카메라 앞에 서도 실제 쫓기는 것 같으니 거짓을 하는 것 같지도 않고. 더군다나 이 영화는 배우의 몸이 안 움직이면 카메라가 안 움직이는 영화라 더욱 그랬던 것 같다.
-그러고보면 '살인의 추억'도 그렇고 '극락도 살인사건'도 그렇고 유독 몰리고 쫓기는 역에 더 잘 어울렸던 것 같은데.
▶왜라고 하면 뭣 때문이라고 이야기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래도 쫓기는 뭔가를 연기할 때 더 절실해지는 것 같다.
박해일 ⓒ이기범 기자 leekb@
-그래도 과거보다 여유가 느껴지는데.
▶조금씩 무뎌지는 것 같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필모그라피가 쌓여서 그런지 잘 모르겠지만. 쫓기는 것 같은 느낌을 이제 즐길 수 있게 됐으니 그렇게 보이는 것 같다.
-'최종병기 활'은 100억 영화다. '괴물'도 비슷한 규모였지만 그 때는 책임을 나눠 가졌는데. 이번에는 '퀵'이나 '고지전', '7광구' 등 다른 100억 영화들과 싸울 때 더 큰 책임을 느낄 것 같은데.
▶아예 부담이 없다면 정말 고수일 것이다. '괴물'을 빼놓고 여름 영화시장에 붙는 것도 처음이다. 그런 점에선 흥미롭다. 뭐, 활로 광구에 있는 괴물도 잡고 오토바이 대신 말 타고 그러면 어느 정도 되지 않을까?(웃음)
-농담까지 하다니 여유가 있어지긴 한 것 같다. TV에서 익히 보는 사극에 '최종병기 활'만이 갖고 있는 매력이 있다면.
▶케이블에서도 사극이 나오는 시대다. 그렇기에 어떻게 다른 지점을 보여줘야 할까 감독님이 고민이 많으셨다. 난 완벽하게 준비돼야 한다기보다 쉽지 않아도 해볼만 하겠다면 도전하는 편이다. '최종병기 활'은 그런 면이 많이 느껴졌다.
-그동안 참 안 맞는 역 같은데 희한하게 맞아떨어지는 편이었는데.
▶내 성취감은 감독의 공이라고 본다. 초반에 여자 감독님들과 많이 작업한 것도 지금 모습에 많이 영향을 준 것 같고. 상업이나 비상업 영화에 대한 구분은 없다. 과하지 않고 흥미로울 수 있구나 싶으면 하게 되더라.
-아이가 이제 돌이 지났을 텐데 유부남 냄새는 여전히 안 나는데.
▶유부남이란 분위기가 필요한 작품이 있다면 그 속에서만 나면 된다고 생각한다. 사생활은 뭐...(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