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가 필요해', 韓 로맨틱코미디 한계 넘다

하유진 기자  |  2011.08.02 10:56


지난 두 달간 여성들의 마음을 울고 웃게 했던 케이블채널 tvN '로맨스가 필요해'(극본 정현정 연출 이창한)가 2일 마지막 방송을 앞두고 있다.


방영 전부터 가수 UN 출신 김정훈의 제대 복귀작, 명품배우 조여정의 첫 로맨틱 코미디 등으로 화제를 모은 '로맨스가 필요해'는 30대 여성들의 일과 사랑을 그리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케이블 드라마로서는 마의 벽이라 불리는 시청률 1%를 가뿐히 넘기며 월·화요일 밤 11시면 여성 시청자를 안방극장으로 끌어당겼다.

'로맨스가 필요해'는 연애의 어둡고 밝은 면을 모두 다뤘다. 실제 연애에서 드러나는 적나라한 면들을 가감 없이 모두 보여줬다. 단순히 수위의 문제가 아니다. 누구나 연애할 때 보여줄 수 있는 치졸하고 유치하고, 때로는 비겁한 그래서 더 솔직한 모습들을 있는 그대로 드러냈다는 점에서 '로맨스가 필요해'는 센 드라마였다.




선우인영(조여정 분)은 10년 차 연인 김성수(김정훈 분) 앞에서 애교로 방귀를 뀌고, 술 취해 찾아온 그의 갑작스런 스킨십을 스스럼없이 응한다. 김성수 집들이 선물로 커피메이커 기계를 고르며 자신의 통장 잔고를 떠올리고, 변심한 애인에게 매일 밤 찾아가 독설을 퍼붓는다. 좋아하지 않으면서도 질투심을 유발하고 복수를 위해 다른 남자 배성현(최진혁 분)을 만나고, 그러다 그를 정말 사랑하게 된다. 하지만 동시에 옛 연인에 대한 미움과 정을 떨쳐낼 수 없는, 정말 우리 주변에 있을 것만 같은 연애의 모습을 그린다.

순결에 집착하는 강현주(최송현 분)는 또 어떤가. 어릴 적 엄마의 거듭된 이혼으로 인해 성에 대한 잘못된 관념을 갖게 된 그는 혼전순결이 자신의 가치를 드높인다는 잘못된 믿음을 갖고 연애를 한다. 덕택에 관계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진정한 행복을 얻지 못하며 형식미에 집착하며 늘 자신을 가두게 된다. 학벌도 능력도 부족하지만 진심으로 자신을 사랑하는 김덕수(김형민)를 만나 진짜 사랑에 눈뜨게 되는 그의 모습에는 극적인 서사가 완전히 배제돼 있다.


자유연애주의자 박서연(최여진 분)은 언뜻 보기에 현실보다 판타지에 가깝다. 완벽한 패션스타일과 당당함을 뽐내는 그에겐 남자에 대한 간절함이 없다. 원하면 만나고 싫으면 그만두는 속편한 연애다. 하지만 연애에 몇 차례 아파본 이라면 "아무도 사랑할 수 없을 것 같아 아무나 사랑하는 길을 선택했다"라는 그의 고백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솔직한 게 좋다며 간통 사실을 순순히 시인하고, 출산을 앞둔 불륜 남성의 아내를 병원에 데려가며 "이제야 내가 뭘 잘못했는지 알겠다"라고 고백하는 박서연은 '불륜녀'에 대한 고정관념을 완전히 깨뜨리기까지 한다.



그간 지상파 드라마에서 보여줬던 로맨틱 코미디에는 신데렐라 스토리, 미화된 연애, 현실도 버리고 사랑만 좇는 비현실적인 모습, 그로 인한 해피엔딩이 주를 이뤘다. '로맨스가 필요해'는 지금도 수많은 여성들이 하고 있는, 지긋지긋하고 열 받지만 그래도 사랑하기에 할 수밖에 없는 '연애'의 참모습을 그렸다. 그래서 늘 닳고 닳은 연애 대신 '로맨스'가 필요한 여성들의 마음을 콕 집어냈다. 드라마 대신 현실을 택함으로써 한국 로맨틱코미디가 가졌던 한계를 조금이나마 극복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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