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우먼 김지민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얼굴은 참 예쁘다. 그런데 입만 열면 '빵빵' 터지게 한다. KBS 2TV 공개개그프로그램 '개그콘서트'의 '9시쯤뉴스'의 김지민(27)은 일명 '무식개그'로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안기고 있다.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KBS 인근에서 '개그콘서트' 리허설을 마친 그녀를 만났다.
"2006년 데뷔 후 6년 만에 저 혼자 무대에 올라 관객들을 웃음 터지게 하는 건 처음이에요. 하하. 기분 좋죠."
'9시쯤뉴스'의 한 장면 <사진=KBS>
◆"'테스테스테론' 발음 못하는 아나운서에서 아이디어"
김지민은 '9시쯤뉴스'에서 경제부 기자로 등장한다. 각종 외국어, 외래어에 수식·도표 가득한 경제 뉴스를 그녀만의 방식으로 전달한다. 아나운서 같이 새침한 얼굴로 "오지(5G)", "바비 파세(baby face)"를 연발하는 그녀에 웃음을 참을 길이 없다.
"지난 600회 특집에서 김경란 아나운서가 연기하기도 했던 건데 예전에 한 케이블TV 아나운서가 '테스테스테론' 발음이 제대로 안 돼 한참이나 헤매더라고요. 얼마나 웃기던지. 거기에서 착안해 만들게 됐죠."
개그우먼 김지민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신문 헤드라인은 무궁무진한 소재"
'9시쯤뉴스'의 김지민 코너는 지난 2월 중순 시작, 6달째 이어오고 있다. 보통 '개그콘서트'의 코너가 3~4개월이 수명인 것을 감안하면 '장수'하고 있는 셈이다.
"사실 얼만 전에 제작진이 '9시쯤뉴스'에서 저를 빼려고 했어요. 그런데 인기가 올라가니 차마 못 빼겠다고 하시더라고요. 그 뒤로는 기대에 부응하려고 더욱 열심히 하고 있어요."
개그코너의 생명은 '소재'다. 소재가 고갈되면 아무리 본인이 하고 싶다거나 제작진이 살리려 해도 생명 연장이 힘들다. '꽃미남수사대'나 '발레리NO'가 높은 인기와 관심에도 불구, 최근 막을 내린 이유도 '소재고갈'이 이유였다.
"소재요? 늘 고민이죠. 얼마 전에는 아무리 찾아도 소재가 없는 거예요. 그러다 문득 작가실에 쌓은 신문을 보게 됐어요. 펼치는 순간 깜짝 놀랐죠. 무궁무진한 소재가 거기 있는 거예요. 기사의 헤드라인 하나, 하나가 제겐 '밥줄'이죠. 하하"
◆"예쁜 개그맨? 단점도 있지만 예쁘면서 웃기면 더 '대박'"
김지민은 학창시절까지 개그우먼을 꿈꿔 본적이 없다. 대학(수원여대)에서도 피부미용을 전공했다. 뮤지컬배우인 언니(김진희)를 보고 막연히 '연기'에 대한 동경을 하기는 했다.
"2006년에 우연히 KBS 2TV '개그사냥' 오디션에 응시했다고 덜컥, 개그우먼의 길을 걷게 됐어요. 그해 KBS 공채개그맨시험에 응시했고, 개그맨이 됐죠."
개그우먼 김지민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2006년 김지민이 개그맨이 되기 전까지 '예쁜 개그맨'은 상상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 이후 곽현화, 장도연, 허민, 신보라 등이 '예쁜 캐릭터'로 KBS 공채개그맨 대열에 합류했다.
"예쁜 개그맨이요? 하하. 개그맨 '치고는' 예쁘시다는 거겠죠. 개그맨이 예쁘다는 게 처음에는 단점이 많다고 느꼈어요. 가만히 있으면 왜 예쁜 척 하냐고 하고, 좀 나서려고 하면 하지 말라고 하고. 힘들었어요. 장점이라면 예쁜데 웃기니까 '또라이'성이 좀 더 부각되는 것 같아요. 하하하"
◆"'웨드네스데이', '오랑게', '피네아플레'식으로 단어 외워"
시청자들이 그녀에게 가장 궁금한 것은 아무래도 '영어실력'일 것.
"영어는 사실 잘 못해요. 학창시절부터 공부를 좋아하지 않았어요. 하하. 어린 시절에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아버지가 숫자판 위에 있는 '인포페이션'(information)뜻이 뭐냐고 물어보시더라고요. '옥상'이라고 답했죠. 꼭대기 층 위에 적혀 있어 옥상인 줄 알았어요(웃음)."
'바비 파세'식 발음은 그녀가 학창시절 영어단어 공부할 때 체득한 요령이다.
"철자 틀리지 않게 영어단어를 소리 나는 대로 외웠어요. 가령 Wednesday는 웨드네스데이, Tuesday는 투에스데이, orange는 오랑게 식으로요. 또 있어요. '피네아플레'가 뭔지 아세요? 파인애플(pineapple)이요! 하하하"
◆"정극 연기하는 게 꿈"
김지민의 꿈은 개그연기를 넘어 정극연기에 가 있다.
"언젠가는 연기에 도전하고 싶어요. 개그우먼이라면 누구나 연기에 대한 꿈이 있을 거예요. 사실 연기에 도전한 개그우먼들이 주인공 친구나 멘토 식으로 등장하는 게 조금은 아쉬워요. 그런 걸 바꿔보고 싶어요. 개그우먼도 비중 있는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물론 아직은 '꿈'이겠지만요."
개그우먼 김지민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