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림 "사람이 사람에 관심가지면 자살률 줄것"

[자살방지 캠페인 '함께 사는 아름다운 한국' 인터뷰]

길혜성 기자  |  2011.08.17 15:00
박경림 ⓒ머니투데이 스타뉴스 박경림 ⓒ머니투데이 스타뉴스


온오프 미디어 스타뉴스와 인터넷 미디어 TV리포트, 한경닷컴, 한국편집기자협회, 한국아나운서연합회는 공동으로 자살방지 캠페인 '함께 사는 아름다운 한국'을 벌이고 있습니다.


우리 국민을 자살로부터 멀어지게 하고 희망과 사랑이 넘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펼쳐지는 이 캠페인은 미스코리아 모임 녹원회가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이효리 하지원 주상욱 등 유명 스타들 및 민경욱 KBS 1TV '9뉴스' 앵커도 이미 동참했습니다. 이번에는 '연예계의 마당발'로 통하며 '한국의 오프라 윈프리'를 꿈꾸는 방송인 박경림이 함께 했습니다.【편집자주】

-연예인 혹은 사회에서 자살 소식을 접했을 때의 기분은 어떤가요.


▶당연히 충격적이죠. 지인을 통해서 듣고 믿기지 않아 인터넷에 들어가서 확인을 하고도 믿기지 않아 먹먹한 마음으로 한참을 멍하니 있곤 해요.

-친분이 있었던 연예인들 중 스스로 세상과 이별한 사람은 있었나요.


▶(정)다빈이 같은 경우는 같이 연기를 했었고 늘 밝고 예의바른 친구였기 때문에 참 예뻐하던 동생이었어요. (최)진실언니도 제게 늘 따뜻하게 대해주셨고, 저 역시 언니의 성실함과 프로의식을 존경했었죠.

-자살까지 생각할 정도로 고통을 겪고 있던 지인들에 조언을 해 준 적이 있나요.

▶몇 번 있어요. 자살은 오랜 시간을 두고 계획을 짜서 준비하는 경우 보다는 많은 경우, 순간적으로 고통을 겪느니 차라리 모든 것을 버리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 고통과 어려움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두려움과 세상에 나 혼자라는 외로움도 크게 작용을 하는 것 같고요. 그래서 지인 중에 갑자기 어려운 일을 겪거나 버거울 정도로 힘든 상황에 처한 분들과는 일부러 자주 만나는 편이예요. 딴생각 들지 않게 연락도 수시로 하고요.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일이고, 이 시기를 잘 넘기면 분명히 더 강해져서 좋은 날이 올 거라는 얘기를 하는데 큰 도움이 되진 않더라도, 그래도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그것밖엔 없으니까요.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는 없고요.

-연예인을 포함한 적지 않은 사람들이 자살이란 극단적 선택을 한다고 생각하나요.

▶이 생각을 그동안 참 많이 했었는데, 인간은 누구나 어느 때 내가 불행하다는 생각을 하는 순간이 있죠. 외로움이나 두려움 배신감 실패 상처 고통 무기력 그 외 부정적 감정들이 하나로 모아져서 탈출구가 없는 것 같다고 느끼는 순간, 극단적인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연예인의 경우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과 관심을 받는 동시에 많은 사람의 비난과 비판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알면서도 그걸 받아들이기가 쉽지가 않은 것 같아요. 나를 좋아하고 사랑해주던 대중이 어느 한 순간 나를 미워하고 싫어하면 그건 정말 참 아프죠.

연애하다가 내 마음은 그대로인데 갑자기 그 연인으로부터 버림받고 또 그 연인이 다른 모든 사람들 앞에서 나의 치부를 공개적으로 비난한다고 생각하면 비슷할까요. 특히 그게 내 맘 같지 않게 오해나 루머 추측으로 붉어진 거라면 더더욱...

-본인 역시 여러 부분에서 힘들었던 적도 많았을 것 같은데요. 어떤 때 고통스러웠고, 또 어떻게 이겨냈나요.

▶저 역시 악플 보면서 속상하기도 하고 내 맘 같지 않게 오해를 사거나 배신을 당한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무척 고통스러웠던 적이 있는 데 그럴 때 혼자 있으면 안 되는 것 같아요.

컴퓨터와 둘만 있을 때가 가장 위험한 것 같아요. 세상에 내 편이 아무도 없구나 하는 착각이 일어나거든요. 다행히도 절 정신없게 만드는 아이와 응원해주는 가족이 있고, 스스로 우울한 걸 싫어하는 성격이라 지인들 만나 속상한 일을 마음에 담아두지 않고 함께 얘기해서 풀어버리죠. 결국 사람으로 받은 상처는 사람으로 치유하는 방법 밖에 없는 것 같아요.

-연예계를 포함, 사회 전체적으로 자살률을 낮추기 위해서는 각계각층에서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요.

▶사람의 상처는 사람의 사랑으로만 해결할 수 있는 거라 아무리 좋은 제도도 그 속에 사람이 없으면 답이 안 되는 것 같아요. 결국 사람이 사람에게 가지는 관심이 답이란 생각이에요.

누군가가 나를 지켜보고 있고 관심을 가진다는 자체로 이미 큰 위안이거든요. 특히 아직 어린 학생들에겐 일 대 일 멘토제로 믿고 의지할 수 있는 키다리아저씨 같은 분이 곁에 한 사람씩만 있어도 힘이 될 것 같아요. 그 시기엔 누군가가 내 얘기를 진심으로 들어준다는 것만으로 정말 큰 응원이 되거든요.

연예인 문제는, 한 편으론 노출된 삶을 선택한 것은 바로 자신이기 때문에 그로 인해 벌어진 일은 어른스럽게 스스로 감당하는 자세가 가장 중요하겠지만, 대중들도 조금만 도와주셨으면 좋겠어요. 충분한 질책을 하신 뒤에는 그 연예인이 스스로 상처를 추스르고 회복할 수 있도록 조금만 여유를 가져주셨으면 좋겠어요. 조금만.

-자살을 하지 않아야 하는 가장 큰 이유들을 꼽는다면요.

▶지금 이 시간이 터널의 시작인지 중간지점인지 끝인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빛을 보기도 전에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건 너무 억울하잖아요. 터널은 반드시 끝이 있거든요. 내가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 어떤 능력이 있는 사람인지, 누군가에게 어떤 도움을 주는 사람인지, 어떤 기쁨을 주는 사람인지, 사랑받을 수 있는 사람인지, 사랑 줄 수 있는 사람인지, 그걸 다 알기도 전에 그건 너무 억울해요. 미래는 누구도 모르는 일이고, 우리 모두는 각자의 가치를 가졌는데, 그건 너무 억울해요.

-지금 자살까지 생각할 정도로 힘들어 하는 분들에 용기의 한마디를 전한다면요.

▶많이 힘들지요? 오늘이 너무 두렵지요? 하지만 생각해보면 작년 오늘 이 시각 일도 잘 떠오르지도 않죠? 분명 이 시간도 지나가고 나면 반드시 내일이 오는 거 아시죠? 그리고 그 내일은 오늘과는 또 다른 하루가 될 거고, 오늘은 어제가 되어 영원히 사라질 거라는 거 아시잖아요. 그리고 그 사이에 제가 친구가 되어 드릴게요. 친구가 생겼으니 최고는 아니더라도 아주 나쁘지는 않은 하루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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