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균 기자
점점 멋져진다. 신세경도 '섹시하다'고 했다. 피부도 점점 환해지고, 슈트도 몸에 착 붙는다. 영화 '푸른소금'(감독 이현승) 개봉을 앞둔 송강호(44)를 마주하자 일단 그 말이 먼저 나왔다.
"점점 잘 생겨지시는 것 같아요."
쑥스러운 듯 웃던 송강호는 "이현승 감독님의 독특하고도 스타일리시한 작품"이라며 "배우들의 모습도 멋지다기보다 그럴싸한 느낌"이라고 답했다. "스타일적으로 그런 표현들이 중요한 영화가 아닌가 싶지만, 절대 멋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신세경과 호흡을 맞춘 소감을 묻자 송강호도 결국 흐뭇함을 감추지 못했다. '푸른소금'에서 송강호는 조직을 떠나 요리사가 되고픈 아저씨고, 신세경은 그를 제거하려 조직이 보낸 킬러다. 23살 차이다. 설정만을 두고선 한국판 '레옹'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송강호는 "전 좋았죠"라며 껄껄 웃었다. '박쥐'에선 김옥빈, 개봉을 앞둔 '하울링'에선 이나영과 호흡을 맞춘 터다.
"계속 아름답고 신선한 여배우들과 작업을 같이 하게 돼 너무 좋았어요. 혹자는 '계속 그런 작품만 찾는 거 아니냐' 오해를 하시는데 그건 절대 아닙니다. 강동원씨도 했고 남자배우랑도 했었고. 어찌 하다보니까 그렇게 된 거지."
주위의 질투와 시기도 상당했다고. 송강호는 신세경과 함께한다는 기사가 나자 동시에 여러 문자가 왔다고 웃었다. 박희순은 '전생에 무슨 좋은 일을 그렇게 하셨냐'고 했단다. 가장 격한 반응을 보인 이는 정재영. "워낙 친하기도 하고, 만나면 표현이 격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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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에게 '섹시하다'는 평가를 들은 데 대해선 "할 말이 없어서 지어낸 것 같다"며 손사래를 쳤다.
"대선배를 뭐라고 할 수가 없잖아요. '이 양반 연기가 좋더라' 할 수도 없고. 현장에서도 웃겨서…. 아무튼 송강호라는 배우가 또 다른 느낌을 주는 역할을 맡은 건 분명한 것 같아요. 그 전에는 서민적이고 이웃집 아저씨 같은 느낌이 대표적인 이미지로 작용했다면 이번엔 그거와 다른 느낌인 거죠."
캐릭터의 변화, 젊은 여배우와의 호흡보다도 송강호를 더욱 자극한 것은 사실 연출을 맡은 이현승 감독이었다. 함께 호흡한 건 처음이지만 이미 인연은 깊다.
2001년 송강호의 '공동경비구역 JSA'와 동시에 개봉한 작품이 하필 이현승 감독의 전작인 '시월애'였다. 결과는 송강호의 승리. '공동경비구역 JSA'는 580만 관객을 모으며 그 해 최고의 흥행작이 됐고 송강호는 흥행 배우 반열에 올랐지만 '시월애'는 쓸쓸하게 막을 내려야 했다.
"'시월애'는 당시 굉장히 모던하고 센세이셔널 했어요. 워낙 개봉 운이 없었죠. 하필 'JSA'랑 붙어서 주목을 상대적으로 못 받았지만 마니아가 많죠. 독특한 영상 세계랄까, 그런 게 분명히 있었어요. 미국에서 리메이크도 됐잖아요. 지금도 그 얘기 합니다. 그 뒤에 해외영화제에서도 많이 만났는데 상도 타고 하면서 주목을 받았었죠. 데뷔작도 그 때 당시 보기 힘든 영화였어요."
"그 감독과 한번 꼭 작업을 하고 싶었죠. 그 독특하고 감각정인 영상이 2011년에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기도 하고 호기심도 생겼어요. 이현승 감독님은 사니라오를 완벽하게 짜고 시작하기보다는 현장에서 많은 변화를 주면서 구축해 나가는 스타일이에요. 배우에게는 좀 힘든 스타일일 수 있죠. 상의하고 만들어나가는 게 또 다른 성취감을 줄 수도 있지만 사실 정해진 대로 쭉 가고 이게 배우 입장에서도 육체적·정신적으로 쉽거든요. 이 분은 쉬운 길보다 어려운 길을 통해 얻는 성취감이 큰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 어떤 영화가 만들어질까 하는 기대가 있어요."
ⓒ임성균 기자
한국 영화팬들에게 송강호는 신뢰의 이름이나 다름없다. 늘 도전하고 흥행면에서도 대개 좋은 성과를 냈다. 관객의 기대는 송강호에게도 "실망을 드리지 말아야 한다는 긍정적이고도 건강한 부담감"이다. 그런 송강호도 어느덧 마흔 넷, 사십대 중반에 접어들었다.
송강호는 "오래오래 하는 것도 중요하다", "많은 관객이 사랑해 주시는 것도 보람이고 성취감이다"라고 몇 번을 이야기하면서도 "그것이 다는 아니다"고 조심스럽게 털어놨다. "40대 중반을 거치며 오래 한다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혹이 된달까. 안주하려 하는 게 있다"며 "안전하게, 쉽게 작품을 선택하려고 하는 시기가 온 것 같다. 그런 것들이 배우로 경계해야 하는 지점"이라고 고백했다.
조금은 낯선 '푸른소금'은 그 과제를 안은 송강호의 대답이다. '푸른소금'은 전통적인 멜로도 아니고, 조폭을 내세운 액션물도 아니며, 은근한 유머가 터지기는 하지만 코미디 역시 아니다. 송강호는 "어느 장르로도 규정할 수 없는 이 작품의 매력이 뭘까, 그것이 어떻게 만들어져서 이현승 감독을 통해 전달될까. 그 미지의 세계가 두렵지만 궁금하고 도전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안전한 작품과 내가 하고 싶은 작품이 맞아떨어지는 게 게일 좋아요. 그런데 그렇지가 않습니다. 관객이 어떻게 판단하고 좋아할까를 생각하며 기호를 따라가기보다는 이런 영화를 관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나 하는 궁금함. 그것이 제게 도전이 되는 거죠.
지금껏 스스로에게 보람과 가치를 느낄 수 있는 선택을 해 왔다고 자부하지만 그것이 앞으로의 과제예요. 그러면서 오래 한다는 게 말이 쉽지, 쉽지 않은 과제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