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 '까는' 재미보다 큰 '타는' 재미(인터뷰)

하유진 기자  |  2011.08.27 09:24


"20분 일찍 와서 20분 늦게 가려고 노력합니다. 출연진이 아니라 스태프라고 생각하고 일해요. 그러면 촬영장 분위기도 좋아지더라고요."


유쾌·상쾌·통쾌한 남자. 김진표를 수식할 수 있는 말이 있다면 이것일 거다. 입이 찢어질 듯 웃는 미소는 보는 사람을 기분 좋게 하고 까무잡잡한 피부에 남성미 넘치는 외모는 은근히 순진한 말투와 어우러져 매력적이다. 언제까지나 세상에 반항하는 소년으로 남아있을 줄 알았던 패닉의 김진표는 어느덧 경멸하던 세상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줄 아는, 그래서 조화를 이루는 멋진 사람이 돼 있었다.

반항적 래퍼이자 속도를 즐기는 카레이서로 멋진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김진표를 만나기 위해 지난 24일 XTM '탑 기어 코리아'(이하 '탑기코') 촬영지인 경기도 안산 스피드웨이를 찾았다. 2억4000만원에 달하는 마세라티 그란투리시모 내에서 진행된 최고로 비싼 인터뷰였다.


최근에야 여러 연예인들이 레이싱을 하지만 김진표가 시작했을 때만 해도 레이싱을 하는 연예인이 많지 않았다. 그는 류시원의 영향으로 시작하게 됐다고 했다.

"원래 늘 운전을 좋아했는데 시원이 형이 15년 전부터 레이싱하라고 꼬셨어요. 그러다 우연히 시작하게 됐는데 너무 재밌어서 용인에 있는 서킷에서 살다시피 했어요. 용인에 집을 사고 싶을 정도로 미쳐있었죠. 첫 시합에서 예선 1등 결승 3등을 했는데 그때 너무 긴장해서 혼자 잘 달리면 되는 경긴데 스핀까지 했었어요."


BBC '탑기어'는 수억 원을 호가하는 고급 차량도 "줘도 안 타"라는 식으로 혹평한다. 그 덕에 '탑기어'의 팬들은 한국버전에도 신랄한 비평을 원하고 있는 상황. 부담이 될 법도 하다.

"'아, 이걸 얘기해서 협찬이 안되면 어떡하지'하는 부담은 있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아요. '탑기어'를 까는 재미로 본다고 하는데 물론 그 재미가 큰 것도 사실이지만 우리나라는 미국이나 영국처럼 자동차 문화가 확대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것보다는 차 문화를 소개하는 게 목적이에요. 차가 가진 개성을 소개하는 거죠. 개인적으로 자동차로 놀 수 있는 문화가 확대되면 좋을 것 같아요. 그래도 타면서 아쉬운 점, 개선할 점은 여지없이 말합니다."

한국의 차에는 문화가 없다. 문화로 발전하기엔 생활필수품에 머물러 있기 때문. 그래서 고급차를 보는 사람들의 시선도 좋지만은 않다.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여유가 없기도 하고 차에 대한 생각이 대물림되는 것 같아요. 후진 차라도 업그레이드시키고, 가꾸고, 엔진 오일 가는 등의 문화가 있었다면 달라졌겠지만, 그런 문화가 없잖아요. 우리나라에서 차는 필요에 의해서 사는 물건이지, 즐기기 위해 사는 물건이기 아니기 때문에 대놓고 비판하면 더 위화감만 생길거란 생각은 해요. 적당한 수위를 찾는 게 급선무인 것 같아요."



'탑기코'에서 하는 평가에 따라 특정 차를 보는 사람들의 의견이 달라질 수도 있을 것 같다. 자칫 시장에 영향을 끼칠 수도 있는데 부담은 없을까.

'탑기코'의 가장 큰 매력은 MC의 취향과 호불호에 따라 그 차를 소개하는 톤이 바뀔 수도 있다는 점이에요. 차를 탔을 때의 느낌은 사람마다 다르잖아요. 오늘 마세라티를 탔지만 만약에 제가 아니라 김갑수, 연정훈씨가 탔으면 차에 대한 코멘트가 달라질 수 있어요. 제가 타서 "쟨 별로에요"라고 해도 시청자 모두가 별로인 차라고는 생각하지 않잖아요. 사람들이 말보루 라이트가 맛이 없다고 하지만 전 맛있어서 안 바꾸거든요. 남들이 마일드 세븐이 맛있다고 해도 전 안 바꿔요. 사람들의 마음속엔 누가 뭐래도 좋고 싫은 게 있잖아요. 제가 아무리 좋다고 해도 혹은 악평을 해도 절대적인 말이 될 수는 없어요. 단지 방송이 되고 전파가 되니까 책임감이 생기는 것일 뿐이죠."

그는 평가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는 경제적 가치를 꼽았다.

"완전 좋은데 4억인 차보다 괜찮은데 1000만원인 차가 훌륭하다고 봐요. 두 번째는 이 차가 어떤 특성을 갖고 있어야 돼요. 한 특성이 극대화된 거요. 드라이빙 재미가 끝까지 가거나 하는 것들이죠. 요즘 차들은 다 아우르려고 하니까, 모든 특성이 다 조화로운데 전 그것보다 한 특성이 극적으로 된 게 좋아요. 완전 싸든가 완전 빠르던가."

김진표는 최근 삼성의 SM7을 최초로 시승했다. 아직 출시도 되지 않은 차인데다 국산차이니만큼 세간의 관심이 집중됐다.

"고민이 많았어요. 처음 국산차를 하는 건데 그 브랜드에선 '탑기코'가 어떤 프로그램인지 알면서도 접근해줘서 일단 감사했어요. 어차피 세상에 완벽한 차는 없고 나쁜 점을 걷어내기 시작하면 끝도 없어요. 좋은 점도 끝도 없고요. 그래서 MC의 역할이 중요한 것 같아요. 영국 '탑기어'도 영국 차에 대해선 우호적, 극찬만 해요. 이상하게 스피라도 그랬고 SM7도 그렇고 국산차가 나오면 생각지도 못한 애국심이 생겨요. 한일전처럼 어떻게 해서든지 한국을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거죠. 그래서 웬만해서는 좋은 얘기를 하고 싶은 점이 사실이에요. 그래도 솔직하게 있는 대로 얘기했어요."

그는 쉐보레 팀에 소속된 레이서다. 아무래도 더 애정이 갈 법 한데.

"쉐보레에 애정 있죠. 그래서 만약에 쉐보레 차량이 나오면 제가 소개 안 하겠다고 했어요. 아무래도 쉐보레의 식구이고 월급 받는 입장이다 보니 팔은 안으로 굽잖아요. 아직 쉐보레가 소개된 적은 없어요. 어쨌든 쉐보레는 좋아요. (웃음)"

아들과 딸, 두 아이의 아빠인 김진표. 여느 아빠들이 그렇듯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함께 하고 싶다고 밝혔다.

"지금도 아들을 카트에 태우려고 하는데 겁이 많아요. 카트는 어렸을 때부터 태워야 돼서 강제로라도 태우려고 해요. 첫 째가 안 되면 둘째 딸이라도. 상품성으로 놓고 봐도 여자 드라이버가 좋잖아요. 농담이고요. 같이 레이싱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와이프가 반대해도 조금이라도 자질이 보이면 조기교육 시킬 거에요."



어느덧 30대 중반에 접어든 그는 레이싱을 통해 인생을 본다고 했다.

"될 때까지 하고 공격적인 면이요. 처음 레이스를 할 때는 '쌈닭'이라 불렸어요. 시간이 많이 지나니까 공격적인 것을 가지면서도 경기 운영을 잘하기 위해 노력하게 되더라고요. 레이싱을 하면 인생이 있어요. 제가 1등할 준비가 됐어도 차가 준비가 안 돼 있으면 안 돼요. 조금이라도 불신이 있으면 안되고요. 또 1등이 확정적이라 해도 마지막 결승점을 밟을 때까지 아무도 몰라요. 갑자기 누가 와서 박을지 타이어가 터질지 알 수 없으니까요. 거꾸로 어부지리로 1등할 때도 있죠. 그걸 다스리는 경지에 오르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의도한 바대로 안 되는 것, 세상이 내 맘 같지 않은 걸 많이 느껴요."

김진표는 재미로 시작한 레이싱이 이렇게 커질 줄 몰랐다며 좋아했다. 좋아하다 보면 잘 하게 되고 잘 하는 일로 먹고 사는, 누구나 꿈꾸는 삶을 그는 살고 있었다.

"취미로 시작한 레이싱인데 결국은 이게 나한테 돈을 벌어다 주더라고요. 제 신조가 재밌는 일을 찾아 돌아다니면 돈은 따라온다는 건데 진짜 그렇게 됐어요. 차가 좋아서 차를 탔더니 성적이 나고 프로팀에서 데려가고 연봉계약하고, 프로그램까지 맡게 됐으니까요. 가수보다 차랑 관련된 걸로 돈을 더 많이 버는 것 같아요."

래퍼 김진표의 최근 음악에서는 비판을 찾기 힘들다. 달콤한 연애에서 이별까지, 온통 사랑 이야기뿐인데.

"나이를 먹는 것 같아요. 준비는 돼 있는데 포인트를 못 잡아내겠어요. 옛날에는 그들의 입장이 안 돼 봤었는데 이젠 그들의 입장도 될 수 있는 거잖아요. 그래서 유연함이 생겼어요. 사실 그 생각이 드는 순간 그런 가사를 못 썼어요. 요즘은 가사를 디테일하게 쓰려고 노력해요. 인생에 대한 얘기가 제일 많은데 인생은 결국에 사랑이잖아요. 살아가고 있는 게 사랑이고, 사랑 때문에 살고요. 모든 사람은 사랑이란 지점에서 만나는 것 같아요."

"엥? 김진표씨가 어딨어요?"

사실 촬영장을 방문했을 때 김진표를 찾지 못했다. 검게 그을린 스태프 사이에서 그는 함께 차를 밀고, 서슴없이 바닥에 엎드려 차를 보고 있었다. 촬영이 지연되는데도 불구하고 짜증은커녕 웃고 있었다. 패닉의 오랜 팬으로서, 그를 만나기 전날 밤 설렘으로 잠을 못 이뤘던 마음이 너무도 뿌듯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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