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 명곡 부활하니 가요심의도 70년대식으로?

[김관명칼럼]

김관명 기자  |  2011.08.28 15:40
뭐가 뛰니 뭐도 뛰는 걸까.

지난해 말부터 '세시봉과 친구들', '나는 가수다'가 중심이 돼 애써 1970년대 주옥같은 명곡들을 부활시키자, 덩달아 기세를 올린 게 하나 있다. 바로 여성가족부와 방송사의 가요심의 스타일이 마치 1970년대로 돌아간 듯한 분위기를 풍기는 것.


우선 '먼저 뛴 뭐'부터 보자. 오는 31일 개봉을 앞둔 송강호 신세경 주연의 스릴러 '푸른 소금'(감독 이현승)은 장현의 70년대 명곡 '나는 너를'을 영화 막판에 삽입했다. 장현(1945~2008)은 허스키한 중저음의 목소리가 일품이 보컬리스트로 '록의 대부' 신중현이 발굴, 1970년대 초 지금의 아이돌 못지않은 인기를 누렸다. '시냇물 흘러서 가면..'으로 시작하는 '나는 너를'은 '기다려주오'(70년) '석양'(72년) '미련'(72년)과 함께 그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MBC '나는 가수다'에서는 잘 알려진 대로 많은 70년대 명곡들이 끊임없이 리메이크되고 있다. 조관우가 국악스타일로 재해석한 '하얀 나비'는 요절가수 김정호(1952~85)가 1974년 작사작곡해 직접 부른 곡. '음 생각을 말아요 지나간 일들을..'로 시작하는 이 노래 역시 '이름 모를 소녀'(74년) '작은 새'(74년)와 함께 고인의 대표곡 중 하나다.


'나가수'에서 김범수가 화끈하게 댄스곡으로 소화한 '님과 함께'는 남진의 1972년 최대 히트곡. 남진은 해병대를 제대한 다음해 발표한 이 '님과 함께'로 MBC 10대가수가요제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역시 1972년 같은 해 나온 남진의 라이벌 나훈아의 히트곡 '고향역'은 '나가수'의 조관우가 리메이크시켰다.

하지만 역시 1970년대를 부활시킨 일등공신은 지난해 말부터 맹활약한 소위 '세시봉과 친구들'. 송창식 윤형주 이장희 김세환 조영남 등은 MBC '놀러와' 등을 통해 60년대 말~70년대 초 이들이 즐겨 불렀던 포크 명곡들을 젊은 세대들에 소개했다. '왜 불러'(75년), '불꺼진 창'(74년),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74년), '좋은 걸 어떡해'(73년) 등등.


이제 '나중에 뛴 뭐'를 살펴볼 차례. 여성가족부는 포크듀오 10cm의 '아메리카노'와 비스트의 '비가 오는 날엔', 장혜진의 '술이야'(바이브 원곡), 김조한의 '취중진담'(전람회 원곡) 등을 '청소년유해매체물'로 판정했다. 가사가 '유해약물'(술 담배)의 사용과 이용을 미화시켰기 때문이라는 게 여성가족부가 밝힌 '19금' 판정 이유.

말 그대로 '유해약물의 사용과 이용을 미화시켰으면' 대중과 팬들도 할 말은 없지만 이게 간단치가 않다. '예쁜 여자와 차 마시고 담배 필 때도'(아메리카노), '취했나봐 그만 마셔야될 것 같애 비가 떨어지니까 나도 떨어질 것 같애'(비가 오는 날엔)..이 노래들이 다 유해약물 사용과 이용을 미화시킨 걸까.

방송사 음반심의도 오십보백보다. 힙합듀오 가리온과 DJ렉스의 합동 프로젝트 신곡 '무까끼하이'는 최근 지상파 3사로부터 방송불가 판정을 받았다. 이유는 '무까끼하이'가 일본말 같다는 것. 이에 대해 가리온의 메타는 "'무까끼하이' 오래 전 대구지역에서 쓰던 사투리로, '(앞뒤가) 꽉 막힌 사람'을 뜻한다. 일본말은 당연히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같은 여성가족부와 방송사의 가요심의는 1970년대, 특히 히트곡들을 무더기로 금지시켰던 75년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한국예술문화윤리위원회(예륜)가 정부의 '가요정화대책'에 발맞춰 6월 43곡, 7월 45곡을 방송은 물론 공연이나 음반판매까지도 불허하는 '금지가요'로 묶었다.

이때 금지가요로 묶인 노래들은 74년 발표된 신중현과 엽전들의 '미인', 75년 영화 '바보들의 행진'에 사용된 송창식의 '왜 불러'와 '고래사냥', 74년 발표된 이장희의 '한잔의 추억' '그건 너' '불꺼진 창', 71년 발표된 양희은의 '아침이슬'(김민기 작사작곡) 등이다.

그런데 이들 노래에 대한 금지사유가 지금 생각하면 가관이다. '한번 보고 두번 보고 자꾸만 보고싶네'로 시작하는 '미인'은 '퇴폐적 가사와 저속한 창법'이 문제가 됐고, '왜 불러'와 '고래사냥'은 '시의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그건 너'에 대해 이장희는 최근 방송에서 "남한테 책임을 전가하는 내용이라 금지됐다"고 말한 바 있다.

이들 노래는 결국 6.29 선언 이후인 87년, 그러니까 12년 후에야 '해금'됐다. 이때 '간첩들에게 보내는 수신호'라는 '의심'(?)을 받았던 김추자의 '거짓말이야', 왜색조라는 이유로 금지됐던 이미자의 '동백아가씨'도 다시 빛을 봤다.

어쨌든 1975년 이후 36년이 흘렀다. 마찬가지로 2011년에서 36년이 흐르면 2047년이다. 과연 2047년 후세들은 이 해 '아메리카노' '비가 오는 날엔'의 청소년유해매체물 판정에 대해 뭐라 판단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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