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암탉' '블라인드'..복병이 더 셌다②

[★리포트]

김현록 기자  |  2011.08.31 11:20


치열했던 여름 극장가는 슬슬 추석을 앞둔 가을 대전을 준비하고 있다. 뜨거웠던 지난 여름은 다음과 같이 압축해 설명할 수 있다. '복병의 승리'.


100억 대작 가운데 가장 덜 주목받았던 '최종병기 활'의 최종 승리는 말할 것도 없다. 한국산 100억 대작과 할리우드 초호화 블록버스터 사이에서 거둔 애니메이션 '마당을 나온 암탉'과 스릴러 '블라인드'의 성과는 더욱 의미심장하다.

한국 영화제작의 명가로 꼽히는 명필름이 애니메이션 전문 제작사 오돌또기와 손잡고 내놓은 '마당을 나온 암탉'(감독 오성윤)은 몇가지 기록을 세웠다. 한국 애니메이션 사상 최초 100만 관객 돌파, 한국 애니메이션 사상 최초 손익분기점(150만) 돌파. 31일 오전 현재 194만 관객을 불러모은 '마당을 나온 암탉'은 오는 주말께 한국 애니메이션 사상 처음으로 200만 관객을 넘어선다. 개봉한 지 한 달이 넘도록 꾸준한 예매율을 보이고 있는 '마당을 나온 암탉'은 그 자체로 한국 장편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역사가 됐다.


'마당을 나온 암탉'의 기록에서 보듯 국내 장편 애니메이션은 그간 필패의 장르로 여겨지곤 했다. '마리 이야기', '원더풀 데이즈', '아치와 씨팍' 등은 호평에도 모두 흥행에서는 참패를 면치 못했다. '마당을 나온 암탉'에 앞서 개봉한 '소중한 날의 꿈' 또한 호평에도 불구 약 5만명의 관객을 모은 뒤 슬쓸히 퇴장했다.

이런 상황에서 6년간 기획·제작돼 순제작비 30억을 쏟은 '마당을 나온 암탉'의 성공을 예견한 이는 많지 않았다. 그러나 야심찬 기획은 성공했다. 애니메이션은 아이들이나 보는 장르라는 편견, 할리우드산 애니메이션의 집중 공세 속에서 거둔 성과다. 오후나 저녁 상영관을 잡기 어려운 상황을 감안하면 더욱 의미심장하다.


밝고 따스한 파스텔톤으로 그려진 아름다운 들판과 늪지, 독창적인 동물 캐릭터들은 한국 애니메이션 기술이 집약된 '마당을 나온 암탉'의 강점이다. 고운 색과 여백의 미는 여느 미국이나 일본 애니메이션과는 확실히 다른 '보는 맛'을 선사했다. 여기에 종(種)의 차이를 넘어선 어머니의 사랑, 희망과 꿈에 대한 메시지는 묵직한 감동을 선사하며 어린이 관객은 물론 성인 관객까지 사로잡았고, 이는 재관람 열풍으로 이어졌다. 문소리 유승호 최민식 박철민 등 배우들의 생생한 목소리 연기 또한 인기행진에 한 몫을 했다는 평가다.

김하늘이 주연을 맡은 스릴러 '블라인드'(감독 안상훈)은 짜임새 있는 스릴러 영화로 관객몰이에 성공했다. 100억 대작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이야기'를 강조한 점이 유효했다. 지난 10일 개봉 이후 꾸준히 순항, 31일 오전 현재까지 195만 관객을 기록했다. 이 추세라면 '마당을 나온 암탉'과 함께 금주 내 200만 관객을 무난히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살인사건을 목격한 시각장애인을 소재로 한 '블라인드'는 여름 공포물, 스릴러물의 활약이 전무하다시피 했던 올해 여름 극장가 틈새시장 공략의 대표 성공작이 됐다. 연쇄살인범을 추적하는 으스스한 분위기, 탄탄한 스릴러 요소가 맞물려 입소문이 이어지면서 개봉 3주가 지나도록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지키고 있다. 100억 영화의 전면전 속에서 초라하게 보이지 않을까 했던 우려는 기우에 그쳤다. 도리어 100억 영화와 시작부터 차별화를 이루며 내실있는 흥행 성적을 거뒀다.


로맨틱 코미디의 여왕에서 음울한 분위기의 시각장애인으로 변신한 김하늘의 연기 또한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다. "눈이 보인다는 게 가장 힘들었다"던 김하늘의 작심한 연기 변신이 그녀의 첫 여우주연상 수상으로 이어질 수 있을 거라는 조심스러운 전망도 나온다. 불량기를 가득 머금은 유승호, 진짜 형사같은 조희봉 또한 적재적소에서 활약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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