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가을 극장가에 '용자'들이 몰려온다. 배우들이 저마다 색깔을 담아 용감한 도전을 펼친 것. 추석 직후 개봉하는 영화들 속에서 배우들은 저마다 사회고발, 웃음, 격정 스릴러 등 다양한 모습을 선보인다.
22일 개봉하는 '도가니'는 배우 공유의 용감한 도전이다.
공지영 소설을 원작으로 한 '도가니'는 한 청각장애인학교에서 2000년부터 5년간 교장과 교사들이 학생들을 상대로 비인간적인 성폭력과 학대를 저지른 실화를 영화로 옮겼다. 공유는 군 복무를 하는 동안 원작 '도가니'를 읽고 깊은 감명에 빠져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강한 욕심을 드러냈다.
실제 공유 소속사 NOA(현 판타지오)는 그의 뜻에 공감해 '도가니' 영화 판권을 구입, 영화 제작에 함께 뛰어들었다. 공유에 '도가니'는 도전이었다. 부드러운 남자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가시밭길을 자처한 것이다. 공유는 '도가니' 제작보고회에서 "마음이 앞서서 담을 수 없는 그릇인데도 덤빈 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제 연기로 이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 누가 되면 어쩌나 걱정을 많이 했다"고 할 만큼 애정을 쏟았다.
29일 선보이는 '투혼'은 김주혁과 김선아, 김상진 감독의 용기가 돋보인다. '투혼'은 한 때 잘나갔던 투수가 사고뭉치로 전락했다가 아내가 죽을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고 난 뒤 개심한다는 이야기.
김주혁은 왼손잡이인데도 오른손 투수 역을 맡아 어깨가 빠지도록 열정을 쏟았다. 김주혁은 촬영 당시 어깨 인대가 끊어지는 부상을 당했지만 글자 그대로 투혼을 발휘했다.
김선아는 당초 '카운트다운'에 출연하려 했으나 우여곡절 끝에 '투혼'을 택했다. 김선아는 '목요일의 아이' 촬영에 들어갔다가 중도에 빠지면서 소송을 당하는 등 한동안 연기 외적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런 만큼 '투혼'에 깊은 애정을 갖고 촬영에 매진했다. 김상진 감독 역시 '주유소 습격사건2'의 부진을 만회하고자 절치부심했다. 김상진 감독은 스승격인 강우석 감독 품을 떠나 만드는 작품인 터라 더욱 심혈을 기울였다는 후문이다.
29일 개봉을 추진 중인 '카운트 다운'은 연기도사 정재영과 전도연의 불꽃 튀는 매력 대결을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카운트 다운'은 냉혹하게 살아가는 채권추심원이 간 이식을 받기 위해 감독에 있는 숨 쉬는 것마저 거짓말인 여자를 빼오면서 벌어지는 일을 담았다. 토론토국제영화제에 초청될 만큼 영화적인 완성도가 빼어나다는 소문이 일찌감치 돌고 있다.
한동안 강우석 감독과 작품을 같이 하던 정재영은 이번 영화에서 자신만의 가치를 입증한다. 웃음기를 빼고 강렬한 에너지를 쏟는다. 칸의 여왕 전도연은 팜므파탈에 도전, 작가영화에서 상업영화까지 너른 행보를 입증한다. 두 사람의 연기 대결은 그 자체만으로 영화 완성도를 보증할 것이란 소문이다.
29일 개봉하는 '의뢰인'은 하정우 박희순 장혁 등 세 배우들이 신인감독의 가능성을 보고 도전한 작품이다. '의뢰인'은 2008년 독립영화 '약탈자들'로 영화계에 신선한 충격을 안긴 손영성 감독의 상업영화 데뷔작이다. 시신이 없는 살인현장에 유력한 범인으로 몰린 남편을 놓고 변호사와 검사가 벌이는 법정 대결이다.
일찌감치 시나리오가 좋다는 입소문이 돌면서 많은 배우들이 눈독을 들인 작품이기도 하다. 하정우는 당초 '의뢰인'에 출연할 수 없는 일정이었다. 당시 '티파니에서 아침을'을 찍는 일정이라 틈을 낼 수 없었다. '의뢰인' 시나리오를 무척 마음에 들어했던 그는 불행인지 다행인지 '티파니에서 아침을'이 촬영 중단되면서 '의뢰인'에 합류할 수 있게 됐다.
박희순은 색깔이 분명한 변호사와 범인 역에 비해 검사 역이 감정을 눌러야 해서 마지막까지 고민을 했다. 그래도 작품을 믿고 자신을 비우고 영화 출연을 결심했다. 장혁 역시 상대적으로 비중이 적은 범인 역인데다 주연급만 맡았던 경력에도 불구하고 '의뢰인'에 선뜻 출연을 결심하는 용기를 발휘했다.
과연 올 가을, 관객들이 어떤 용자의 손을 들어줄지 벌써부터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