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9·11은 잊어라! 케이블TV의 역습

문완식 기자  |  2011.09.08 13:48


6, 7, 9, 11. TV 채널이 4개이던 시대가 있었다. 물론 2번(AFKN)과 13번(EBS)도 있었지만 시청자들에게 '다른 데 돌려봐라'고 말할 때의 '다른 데'는 이 4채널 중 하나였다.


1990년대 들어 작은 변화의 조짐은 있었다. 바로 케이블방송의 시작이었다. 음악, 영화, 뉴스 등 장르를 특성화한 케이블채널 수십 개가 시청자들을 '유혹'하기위해 나섰지만 최근까지 지상파보다 한 단계 낮은 '하위 채널'의 인상을 지울 수는 없었다.

케이블채널은 '지상파보다 수준 낮은 프로그램을 방송하는 곳'이라는 시청자들의 고정관념이 깨지기는 쉽지 않아보였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케이블채널이 한국 방송을 이끌기 시작했다.


'케이블의 역습'은 Mnet '슈퍼스타K' 시리즈의 공(功)이 크다. 중간광고, 유연한 심의시준 등 지상파에 비해 유리한 점을 잘 살리지 못하던 케이블채널은 지상파가 미처 시도하지 못했던 '모험'을 감행하고, 그래서 나온 것이 '슈퍼스타K'다.

지난 2009년 시즌1을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대한민국을 '오디션 열풍'에 빠지게 했다. 지난해 시즌2는 20%(AGB닐슨, 케이블 유가구 기준)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하는 등 케이블방송사에 길이 남을 대기록을 작성했다. 시청자들이 채널을 돌리다 잠깐 멈춰 보던 케이블방송이 이제는 찾아보는 채널이 되기 시작한 것이다.


'슈퍼스타K' 시리즈가 성공하자 그때까지 지켜만 보던 지상파들이 나서기 시작했다. MBC가 지난해 '위대한 탄생'으로 '슈퍼스타K'와 유사한 오디션프로그램을 선보였고, SBS '기적의 오디션', KBS 2TV '톱밴드' 등 장르 불문, 오디션 프로그램의 홍수가 이어지고 있다.

지상파가 '슈퍼스타K'식 오디션프로그램 따라 하기에 나선 상황에서 케이블채널들은 또 한 번의 '진화'를 이미 시작했다.

다수의 채널을 보유한 '케이블계의 맏형' CJ E&M의 tvN, Mnet, XTM, 온스타일 등은 시청자들의 흥미를 끌만한 프로그램들을 계속해 선보이고 있다.


tvN의 '오페라스타', '코리아 갓 탤런트', 온스타일의 '도전 슈퍼모델 코리아' 등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비롯해 Mnet '머스트', XTM '탑기어' 등은 지상파들이 간과하고 있던 '틈새'를 적절히 공략,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예능프로그램 외에 '신의 퀴즈'와 방송 예정인 '꽃미남라면가게' 등 케이블 자체제작 드라마들도 주목을 끌고 있다.

한 방송 관계자는 "케이블채널들은 지상파에 비해 실험정신과 유연성이 뛰어나다"라며 "시청자들의 수요를 재빠르게 파악하고 대응한 게 현재의 케이블채널 인기의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케이블채널에도 두드리고 건너야할 '돌다리'는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케이블채널이 주목을 받고 있지만 주로 외국에서 검증된 인기 프로그램의 포맷을 사다 제작하는 경우가 많다"라며 "좀 더 창의적인 프로그램을 제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극적인 내용이나 과도한 PPL도 적절한 수위 조절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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