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균 기자
칸의 여왕 전도연이 돌아왔다. 29일 개봉하는 '카운트 다운'(감독 허종호, 제작 영화사봄)으로 상업영화에 온전히 복귀했다. 전도연은 '밀양'으로 칸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이래 '멋진 하루' '하녀'로 대중과 만났다.
하지만 온전한 상업영화로는 '카운트 다운'이 복귀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카운트 다운'은 5년 전 아들일 잃은 후 돈을 받기 위해 피도눈물도 없게 된 채권추심원 남자가 입만 열면 거짓말인 여자에게 간을 이식받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영화. 전도연은 수많은 남자들을 홀리면서 살아가는, 그러면서도 17살에 딸을 낳고 버린 아픔을 간직한 여자로 출연한다. 전도연은 남자의 드라마에 화려한 조역으로 등장하는 꽃 같은 역할을 두 말할 것 없이 받아들였다.
칸의 여왕이 돌아왔다.
-전도연이 다른 여배우가 출연하기로 했던 영화에 흔쾌히 출연을 결심해 의외였다. 더구나 제작사 오정완 대표가 오랜만에 영화를 만드니 도와줘야 한다며 출연료 문제까지 온전히 일임했다고 하던데.
▶그렇게 직접적으로 물어보는 사람은 처음이다.(웃음) 배우는 늘 1순위를 바라지만 언제나 1순위가 될 수는 없다. '접속'도 다른 여배우들이 다 거절했는데, 결국 차선이 최선이 됐지 않나. '카운트 다운'은 캐릭터도 좋고 드라마도 너무 좋았다. 다른 여배우가 거론됐다고 해서 너무 좋은데 안하고 그런 것은 전혀 없다.
-'카운트 다운'을 결정하게 된 또 다른 이유가 있다면.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가 아버지 돌아가시기 얼마 전이었다. 힘들어서 일이 무척 하고 싶었다. 무엇이든 어떤 것이든 배우로서 표현하고 싶었다. '카운트 다운'은 내게 약이 되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상황적으로도 그렇고 타이밍도 그렇고 결과적으로도 좋게 된 것 같다.
-여배우가 결혼하면 포기하는 것들이 있나.
▶포기는 아니고 감수해야 하는 것들이 있다. 아이 엄마가 됐다고 선택기준이 달라진 것도 없다. 하지만 가족이 가장 격려해주는 것은 맞다. 배우로서 달라지지 않게 도와주는 것도 가족이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일을 하면 어디에 있어도 편하진 않다. 그걸 감수하고 견뎌야 한다. 그렇다고 일을 그만둘 수도, 엄마를 포기할 수도 없으니깐.
-남자를 유혹하는 파므파탈 역인데.
▶파므마탈이기도 하지만 다른 식으로 매력이 있었다. 17살 때 아이를 낳고 버렸으면 끝까지 모른 척 살수도 있을텐데 그렇지 않다. 모성애도 노력하고 채워넣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부분이 끌렸다.
-상업영화 데뷔 감독과 작업을 했는데.
▶감독님이 연출하는 방법이 지금까지 했던 감독님과 너무 달랐다. 내가 칸에서 상을 탔다고 바뀐 것은 없다. 난 감독님에게 많이 의존하는 배우다. 감독이 답이라고 생각한다. 허종호 감독님은 상당히 많은 것을 믿고 맡기는 편이었다. 처음에는 너무 준비 없이 나오는 게 아닌가 싶었다. 너무 내 의견이 반영되는 게 아닌가도 싶었다. 그러다가 점점 더 재미가 커졌다. 그래서 이 작품이 더 궁금하다.
-남자 드라마에 역이 상대적으로 비중이 적은데.
▶처음부터 남자의 이야기가 너무 좋았다. 이 영화는 남자 드라마에 나머지는 장치적인 인물이다. 내가 맡은 역 역시 남자 이야기에 꽃 같은 인물이다. 그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한국영화에 여자가 중심인 작품은 그리 많지 않다. 나는 운 좋게 그런 작품들을 할 수 있었던 배우다. 비중이 크고 이야기 중심이 나여야 하고 그런 것은 의미가 없다. 하고 싶은 게 먼저다.
-'카운트 다운'을 통해 온전한 상업영화에 복귀했단 느낌인데.
▶무슨 말인 줄 알겠다. 하지만 난 다 대중영화, 상업영화를 했다고 생각했는데. 영화제용 영화가 따로 있고, 그런 영화들은 어렵게 생각하고, 어렵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런 것은 따로 없는 것 같다. 그저 재미있는 것을 골랐을 뿐이다.
-최근 여배우가 노출해야 하는 영화들이 많이 제작된다. 하지만 캐스팅이 난항을 겪는다. 그 만큼 어려운 일이니깐. 전도연은 노출 연기를 한 여배우로 유일하게 성공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고민하고 있을 후배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
▶'해피엔드'를 할 때 물론 고민을 했었다. 그 때도 몸 사르는 연기에 대해 용감하다고 칭찬해주지는 않았다. 마치 그게 내 사생활인양 매일 언론에 실렸다. 용기도 있고 목표도 있었지만 상처를 받긴 했다. 그렇다고 상처가 있지만 두 번 다시 그런 것은 안한다는 생각은 없었다. 어떻게 이겨내는가가 중요하고 어떻게 무시하느냐도 중요하다. 배우로서 좀 답답하다. 물론 옷을 입고 하는 연기보다 어렵고 수치심도 느낄 수 밖에 없다.
난 내 몸뚱아리를 극복하고 싶었다. 그렇다고 나는 그랬지만 다른 여배우들은 선택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안 벗는다고 배우로서 자세가 안됐다, 이런 것은 결코 아니다. 여배우가 그런 것을 하느냐 마느냐로 논란이 이는 것 자체가 문제다.
임성균 기자
-'의뢰인' 등 한국영화들과 경쟁하게 됐는데.
▶은근히 신경 쓰인다. 하정우가 이 근처에서 인터뷰해서 인사를 왔었는데 서로 일정 때문에 바빠서 VIP 시사회를 못 갔다고 했다. 한국영화끼리 잘 됐으면 좋겠다.
-안 맞는 장르가 있다면.
▶사극은 싫다. 충분히 다른 배우들이 다 보여준 것 같다. 사극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배우 중 유일하게 정재영과 두 번 작품을 하게 됐는데.
▶사람을 더 잘 알게 된 것 같다. 무거울 것 만 같은데 유머스럽고 또 대단히 예민한 집중력을 갖고 있다.
-걸그룹 미쓰에이의 민이 딸로 출연했는데.
▶배우로서 잘 할 것 같다. 눈빛이 너무 좋다. 할 수 있는 것과 못하는 것을 확실하게 구분한다. 빼어나게 예쁜 미인은 아니지만 개성이 넘치는 얼굴이다. 현장에서 '정말 연기 처음 해보는 아이 맞냐'는 말들이 많았다.
-한국에서 여배우로 산다는 것은.
▶고달픈 것 같다. 생각과 말과 행동이 다를 수밖에 없도록 사람들이 본다. 그래서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잘 모르겠다. 프랑스 영화들을 보면 여배우로 존중받고 산다는 느낌이 있다. 우리나라도 좀 더 관대해졌으면 좋겠다.
-전도연으로 산다는 것은.
▶나를 편견없이 호의로 생각해준다면 너무 감사하다. 그런 것은 전도연을 강요하지 않아서 그걸 좋게 봐주는 것 같다. 어떤 작품을 하든 나를 강요하는 일은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