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병진의 MBC라디오 복귀가 잡음 끝에 무위로 돌아갈 위기에 놓였다. 윤도현의 갑작스러운 하차에 부담을 느낀 주병진이 28일 MBC라디오 제작진과 연락이 두절돼 하차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일련의 과정은 매끄러운 구석이 거의 없다. 주병진의 복귀설에 윤도현이 27일 오전 먼저 공식 자료를 내고 FM4U(91.9㎒) '두 시의 데이트' 하차를 발표했다. 그는 MBC로부터 '내정자가 있으니 시간대를 변경하라'는 요청을 받았다며 불쾌감을 표시했다.
이에 MBC는 타사와의 경쟁력을 운운하며 수시간만에 주병진의 복귀를 공식화했다. 여론이 좋을 리 없다. 12년만에 조심스럽게 방송에 복귀하기로 한 주병진에게도, 그간 '두 시의 데이트'를 이끌며 고정팬을 만들어 온 윤도현에게도 상처를 남긴 셈이다.
MBC라디오가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개편에 목숨을 걸고 있는 것은 최근의 청취율 하락 탓이 크다는 게 방송가의 분석이다.
MBC라디오는 '1등 라디오'로 공공연히 불릴 만큼 2000년대까지도 타사 라디오에 비해 압도적인 청취율을 자랑하며 사랑을 받아 왔다. 그러나 올 들어 청취율이 급락하며 위기감이 커졌다. 노조에 따르면 최근 나온 갤럽 주관 청취 선호도 조사 결과 FM4U는 방송 3사가 아닌 군소 종교방송에게 마저 뒤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최근 MBC라디오는 구설수가 끊이지 않고 있다. FM4U는 아니지만 '세계는 그리고 지금은'의 장수 진행자 김미화를 비롯해 '2시 만세'의 김흥국, '손석희의 시선집중'의 시사평론가 김종배씨 등을 논란 끝에 무리하게 퇴출시키면서 MBC라디오 자체가 '인심'을 잃은 상황이다.
이 와중에 개편을 앞둔 DJ 영입 무리수가 지금과 같은 결과로 나타났다. 한 방송 관계자는 "라디오국 분위기가 흉흉하다. 윤도현씨 외에도 갑자기 DJ에게 시간대를 변경하겠느냐고 묻는 등 이상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고 씁쓸해했다. 일찌감치 하차를 결정한 DJ도 다수다. 윤도현 외에도 개편을 앞두고 이미 장윤주가 하차를 결정했고, 노홍철 또한 하차 의사를 제작진에게 전달했다. 카라의 박규리 또한 하차할 예정이다.
문제는 이 가운데 새로이 영입할만한 마땅한 DJ인력이 충분치 않다는 데 있다. 심지어 연출진 교체가 함께 이뤄지면서 표류하는 프로그램이 나타날 가능성마저 제기됐다. 한 방송국 관계자는 "개편을 맞아 하차하는 DJ들이 생기면서 이를 이어갈 새 인물이 필요한데 마땅치가 않다. 아이돌 가수들이 잦은 해외 활동을 이유로 같은 시간 자리를 지켜야 하는 DJ 활동에 큰 부담을 느끼면서 더욱 DJ 영입이 어려워졌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