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련' 김경호·'막춤' 바비킴..'나가수' 진풍경 셋

[김관명칼럼]

김관명 기자  |  2011.10.03 13:57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나가수\' 김경호, 바비킴, 조관우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나가수' 김경호, 바비킴, 조관우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한다지만 때로는 가수들도 춤추게 한다.

지난 2일 조관우의 탈락으로 충격을 안긴 MBC '나는 가수다'. 어차피 일요일 저녁 서바이벌 형식의 예능프로그램이라 생각하면, 조관우나 앞서 윤도현이나 김조한의 탈락에 큰 의미를 두긴 어렵다. 마찬가지로 청중평가단이 선정하는 1~7위라는 순위도 '3표 중복투표'에 인기 및 동정 투표성향까지 감안하면 무슨 절대적인 잣대가 되는 것도 아니다.


이쯤에서 대신 주목할 것은 '나가수' 무대에서만 볼 수 있는 '경연'이라는 낯선 상황과, 이에 대처하는 가수들의 인간적 모습이 아닐까. 저 멀리 화려한 조명의 무대에서만 볼 수 있었고, 언제나 스포트라이트만 받을 것 같았던 톱 가수들이 펼치는, 때로는 아이 같고 때로는 수험생 같은 면모를 지켜보는 그런 재미 혹은 안쓰러움. CD라는 음반이나 mp3라는 음원에서만 살던 이들이 TV를 통해 확 살아 움직이는 그런 놀라움.

요즘 '나가수'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주인공은 역시 대한민국 대표 로커 중 한 명인 김경호다. 지난달 18일 '나가수'에 처음 나와 송골매의 '모두 다 사랑하리'를 부른 그는 결국 4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대중의 관심은 순위보다 예전 무대를 압도했던 데뷔 17년차 로커가 보여준 예상외의 긴장감이었다. 윤종신은 훗날 이를 '볼살 떨리기 신공'이라 농했지만 김경호의 긴장감은 2일 방송에서도 시도 때도 없이 카메라에 잡힌 심호흡과 턱 경련으로 더욱 심해졌다.


그러나 김경호는 '가왕' 조용필의 '못 찾겠다 꾀꼬리'를 특유의 내지르는 폭발적 샤우팅 창법과 화려한 헤드뱅잉으로 무대를 압도했다. 자문위원과 매니저들도 "김경호 최고의 모습"이라며 엄지를 치켜세웠고, 청중평가단 역시 "록의 매력을 처음 알게 됐다"고 찬사를 아끼지 않으며 그에게 '1위'를 안겼다. 여기에 "관객이 좋아해주니까 나도 기분이 좋다"는, 칭찬받은 어린애 같은 로커의 미소까지. 이런 궁극의 반전은 '나가수'가 지금까지 보여준 드라마 중 가장 셌다.

'긴장감'으로만 치면 바비킴도 빠질 수 없다. 지난달 18일 '골목길'을 통해 비로소 '바비킴스러운' 매력을 되찾으며 첫 1위에 오르기까지 바비킴은 안쓰러울 정도로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침이 바짝 마를 정도로 늘 불안해하고 탈락을 면하려 몸부림(?) 친 탓에 그는 전혀 바비킴스럽지 못했다. 바비킴이 누구인가. 언제 들어도 푸른 바다가 떠올려지는 바로 그 쿨한 '고래의 꿈'의 주인공 아닌가.


그런 그가 '골목길'을 1등으로 돌아 나오더니 다시 예전의 바비킴이 됐다. 이날 방송에서 '추억속의 재회'를 경쾌한 R&B풍으로 재해석해 2위를 차지했다. 한마디로 중간평가를 빼고 2주 연속 '나가수' 우등생 자리에 오른 셈. 자신만의 색깔을 찾았다는 안도감 때문인지 이날 바비킴은 평가단의 박수에 맞춰 다리를 번쩍 들어올리며 흥겹게 막춤을 췄다. 자문위원단은 "'추억속의 재회'를 완전히 바비킴 자기 노래로 만들었다"고 놀라워했다.

비록 탈락의 고배를 마시긴 했지만 조관우도 팬들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안겼다. '꽃밭에서' '님은 먼곳에' 등 예전 리메이크곡에서 강한 인상을 남긴 '가성'의 조관우가 '나가수'에 나오면서부터 '진성'의 숨은 면모를 과시한 것. 비록 자신은 '진성이 약하다'고 손사래를 쳤지만 이러한 조관우의 모습이 반갑고 놀라웠던 팬들, 진짜 많았다. 특유의 팔세토 창법이 빛난 이날 '단발머리'에서도 그의 숨은 진성 실력은 유감없이 발휘됐다.

그렇다. '나가수'에서 순위는 더 이상 큰 의미는 없어 보인다. '대선배' 조용필 앞에서 어려워하는 '선배' 인순이의 모습이라든지, 김덕수 사물놀이패를 동원한 자우림의 뜻밖의 기획력이든지, 더 주목하고 즐길 거리가 많아졌으니까. 칭찬에 즐거워하고 질타에 의기소침해하는 그들이 예전보다 더 살가워졌으니까. 어쩌면 '나가수'의 보는 재미는 이제부터 시작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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