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모 새 음반엔 20년 인생·사랑·이별이 있더라

박영웅 기자  |  2011.10.04 11:40
김건모 <사진제공=미디어라인> 김건모 <사진제공=미디어라인>


음악은 시대를 닮는다. 소몰이 창법, 후크송의 중독성을 외치던 시대에도 음악은 각자의 색을 고스란히 담은 채 존재해 왔다. 하지만 세기를 넘나드는 보컬리스트는 목소리 자체만으로도 인정을 받는다. 세상과 소통하고, 우리네 일상과 함께 나이를 먹어가는 가수가 여기 있다.


1990년대 대중음악계를 풍미한 가수 김건모가 올해로 데뷔 20주년을 맞았다. 1990년대에는 트렌드를 이끄는 국민가수에 가까웠고, 2000년대의 가수 김건모는 '평생 노래쟁이'의 모습이 강했다. 어느새 20년이 흐르자 삶의 여유와 인생의 향이 그윽한 한 폭의 풍경화 같은 가수가 되어 있다. 독특한 그만의 음악세계가 빚어낸 예정된 결과였다. 그가 새 음반을 발표했다.

정규 13번째 앨범 타이틀은 '자서전'. 김건모 본연의 모습이 고스란히 표현된 음반이다. 가슴을 적시는 애잔한 멜로디에서 차분하고 절제된 감성까지, 인생의 연륜에서 나오는 구수함은 가장 김건모 다운 음악을 만들어냈다는 평. 풍성하고 진지한 감성을 불러내는 애잔한 발라드를 비롯해 록큰롤, 펑키, 소울, 레게 등 다양한 음악 아우라를 뿜어낸다. 실험 보다는 편안함을 주는 그만의 음악. 인간 김건모의 일기장을 훔쳐보는 듯 그의 솔직담백한 노랫말도 눈에 띈다.

김건모 ⓒ최준필 인턴기자 김건모 ⓒ최준필 인턴기자



잔잔한 발라드곡 '어제보다 슬픈 오늘'로 앨범의 문이 열린다. 별다른 기교도 배제한 채 김건모 특유의 음색이 빛나는 팝 발라드. 이어 그의 히트곡 제목들이 나열된 '자서전'이란 곡이 들린다. 록큰롤과 힙합을 합친, 가볍고 재미있는 구성이지만 지난 20년을 투영하고 있는 노래다. 여기에 '남자의 인생'이란 곡으로 이 시대에 중년의 남자로 살아가는 애환을 담았고, '피아노'란 노래는 김건모의 동반자인 피아노를 주제로 애틋한 음악 인생을 읊조리고 있다.

여전히 개성 강한 목소리다. 날카롭게 찌르는 그만의 음색은 대중의 관심을 관통하는 친화력 짙은 음악색을 지녔다. '잘못된 만남' '핑계' '서울의 달' 등 그 누구의 목소리로도 대신 할 수 없는 노래들. 가수로서의 확고한 색을 지닌 그만의 음악세계가 빚어낸 결과물이다.


'어제보다 슬픈 오늘'이라며 지난 추억을 속삭이더니 '남자의 인생'을 노래하고 '피아노' 앞에 다시 앉았다. 김건모의 의도가 고스란히 전해지는 그의 자서전이다. 또는 절절함이 전해지는 소박한 자기고백이다. 노랫말 역시 진솔하면서도 소박해 그 당시 젊음들의 일기장을 들여다 보는 듯하다. 왕년의 국민가수가 히트곡을 노래 안에 나열할 땐 자신감이 엿보이고 읊조리듯 지나간 사랑과 이별에는 쿨한 자세로 받아들인다. 과장되지 않은 정직함이 엿보인다.

1990년대 히트곡들과 그만의 감성과 존재감으로 대변되는 국민가수는 한껏 힘을 풀었다. 세상을 놀라게 할 트렌드는 없지만 솔직한 노래로 설득력을 더했다. 가요계에서 김건모란 위치가 소중히 기억되는 것은 이 때문이 아닐까. 미래보다는 20년 음악사를 고루 담은 추억, 사랑, 이별, 그리고 기억에 의존한다. 추억의 산물이다. 그리고 그를 둘러싼 음악이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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