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장동건이 8일 오후 부산 해운대 센텀시티 CGV에서 열린 영화 '마이웨이' 제작보고회에서 판빙빙을 에스코트하고 있다. 이기범 기자
6일 개막해 어느새 중반을 넘어선 제16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화두 중 하나는 중국이다. 거대한 중국 영화시장을 놓고 그 어느 때보다 한국영화와 영화인들의 합작 논의가 활발하다.
강제규 감독의 '마이웨이'는 지난 8일 부산에서 제작보고회를 가졌다. 지난 5월 칸국제영화제에서 제작보고회를 가진 데 이어 국내외 취재진에게 또 한 번 전모를 공개한 것.
'마이웨이'는 일제시대 일본군에 징집됐다가 소련군 포로가 돼 소련군이 됐다가 다시 독일군 포로가 돼서 독일군이 돼 노르망디 전투를 맞는 한 남자와 일본인 라이벌과의 우정을 그린 영화. 280억원의 순제작비가 투입된 한중일 합작 프로젝트다.
마케팅 비용까지 포함하면 300억원이 훌쩍 넘기에 국내 시장이 감당하기엔 불가능하다. 때문에 기획부터 글로벌 프로젝트를 꿈꿨다. 한국은 CJ E&M과 SKT가 참여했으며 장동건이 출연한다. 일본에선 도에이가 참여했으며, 오다기리 조가 출연한다.
눈여겨 볼 것은 중국이다. 중국은 '마이웨이'에 출연한 판빙빙이 직접 투자까지 참여했다. '마이웨이'에 당초 중국 배우 역할은 없었지만 중국 몫을 챙겨주기 위해 탕웨이 역할이 생겨났다. 그만큼 중국 시장에 공을 들이는 것이다. '마이웨이'는 한국과 일본에 동시개봉을 추진하며, 중국 개봉도 큰 시차 없이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동안 한국영화인들의 중국시장 진출 노력은 계속돼 왔지만 올해 부산은 그런 열기가 한층 뜨겁다. '엽기적인 그녀' 곽재용 감독은 7일 역시 부산에서 대작 '양귀비' 제작발표회를 가졌다.
'양귀비'는 중국 당나라 현종 때 경국지색으로 이름 높았던 양귀비의 사랑을 그린 영화. 곽재용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중국 톱스타 판빙빙, 왕리홍이 출연하며 한국 배우 온주완이 출연한다. 중국인 대부분이 알고 있는 이야기를 한국 감독이 진두지휘하는 것. 우리나라 궁중사극을 중국 감독이 연출하는 격이다.
뿐만 아니다. 이번 부산영화제에서 준비영상을 공개해 화제를 산 김용화 감독의 신작 '미스터고'도 중국회사와 합작 논의를 하고 있다. 허영만 화백의 원작을 바탕으로 한 '미스터고'는 고릴라가 야구를 한다는 내용. 2013년 개봉을 목표로 3D로 준비 중이다. 100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제작비가 투입될 전망이다. '미스터고' 측은 올해 부산에서 중국의 대표적인 영화사 화이 브라더스와 합작을 논의하고 있다.
김용화 감독은 스타뉴스와 만나 "긍정적으로 논의 중이어서 이번에는 중국배우 출연 등 세부사항을 이야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감독, 배우 등 한국영화인 또는 한국영화들이 중국으로 달려가는 까닭은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 영화시장에 대한 매력 때문이다. 현재 1만개 가량 스크린이 있는 중국은 하루에 2개 꼴로 스크린이 늘어나 5년 사이에 전국에 5만개 이상 스크린이 생길 것으로 추산된다. 국내 스크린이 2000개 가량인 것을 고려하면 어마어마한 시장이다.
현재 중국 영화시장엔 한국영화인들이 다양하게 진출하고 있다.
허진호 감독은 '호우시절'을 함께 한 중국회사 및 싱가포르와 합작해 '위험한 관계'를 리메이크한다. '위험한 관계'는 18세기 말 프랑스의 쇼데를르 드 라클로의 서간체 소설로 수차례 영화화됐다. 한국에서는 지난 2003년 배용준 전도연 주연의 '스캔들'로 리메이크된 바 있다. 허진호 감독은 1930년대 중국 상하이를 배경으로 장동건이 중국 톱스타 장쯔이, 장백지와 함께 작업을 한다. 예산은 1500만 달러(160억원) 규모.
공포영화 귀재 안병기 감독도 현재 중국에서 공포영화를 직접 연출하고 있다. 감독 뿐 아니라 촬영 및 후반작업 업체들은 더욱 활발하게 중국 영화에 참여하고 있다. 올해 부산영화제에서 아시아영화인상을 받은 서극 감독이 연출한 3D무협영화 '용문귀갑' 후반작업은 한국 CG업체가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다.
10일 아시안필름마켓이 개막하면서 한국영화인들과 중국영화인들의 교류는 더욱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한국영화인들이 중국영화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선 어떤 노력들이 필요할까?
부산영화제에 참가한 중국의 프로듀서 낸선쉬(施南生)는 "중국 영화시장이 커지지만 그 시장을 충족시킬 만한 인력들이 없다. 한국영화인들이 그래서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중국 영화시장에 너무 많은 돈이 몰려있다. 돈 가진 사람들이 너나할 것이 영화를 하겠다고 달려든다. 때문에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와 작업을 하는 게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낸선쉬는 '천녀유혼' '영웅본색' 등을 제작했으며, 올해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심사위원을 맡은 중국의 대표적인 프로듀서다. 올해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심플 라이프'도 제작했다.
낸선쉬는 "한국영화가 중국에서 통용되기 위해선 결국 사람들을 공감시킬 수 있는 좋은 이야기가 필요하다. 다행히 한국과 중국은 문화적인 공통점이 있기 때문에 유리한 점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