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개월·톡식, 그들만의 성공비결

[박근태의 트렌드 브레이크]

정리=길혜성 기자  |  2011.10.12 14:42
투개월(왼쪽)과 톡식 투개월(왼쪽)과 톡식


유명 작곡가 겸 실력파 프로듀서 박근태(39)가 가요팬들 및 스타뉴스 독자들을 위해 시작한 '박근태의 트렌드 브레이크' 4번째 시간. 이번에는 최근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불고 있는 기타 및 밴드 열풍에 대한 느낌을 전했다. 가요계가 보다 풍성해질 수 있다는 기대감도 감추지 않았다.


10년 전쯤일까. 당시 가수 지망생들은 기타와 드럼 스틱을 부러트린 뒤 춤을 배우기 위해 트레이닝복을 사고 스니커즈 신발을 구입한다는 말로, 당시의 음악 시장을 개탄하는 소리가 높았다. 그 말인 즉, 댄스 음악 열풍으로 연주 음악의 시대는 갔다는 얘기였다.

나도 그 얘기를 들으면서 음악인의 한 사람으로 마음에 무거운 짐이 있었다. 사실 나는 춤추는 것에 대해선 재능도 취미도 없었지만, 어느 새부터인가 잘 나가는 댄스 작곡가가 돼 있었고 아이러니하게도 트렌디한 댄스 음악을 계속 만들고 있던 나조차 그 당시 분위기가 염려스러웠다.


춤 잘 추는 신화의 (이)민우나 주위의 댄스 가수들에 틈만 나면 코드 공부해라, 음악 공부해라라고 잔소리를 하기도 했다. 볼거리로 완성되는 음악의 시대이지만 음악의 시작은 결국 소리였기에.

그런데 요즘 오디션 프로그램의 붐에서 가장 긍정적인 신호는 기타를 잡고 등장하는 가수 지망생들이 확연히 늘어났다는 것이다.


지난해 '슈퍼스타K2'에 등장했던 장재인과 김지수의 '신데렐라'의 신선한 변주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춤을 추지 않고도 기타를 맨 모습 하나로 존재감을 꽉 채웠던 강승윤 덕분이었을까.

그 시작이 누구일진 몰라도 분명히 분위기가 바뀌고 있는 모습이고 경쟁적으로 늘어난 오디션 프로그램들에서 이제 노래하고 연주하는 이들을 쉽게 찾아 볼 수 있게 됐다.

특히 개인적으로는 '슈퍼스타K3'의 투개월이나 KBS 2TV '톱밴드'의 톡식 같은 팀들은 여느 멋진 아이돌 팀들보다 훨씬 경쟁력 있다고 느낄 만큼, 연주와 음악만으로 무대를 장악하고 새로운 재미를 보여주고 있다.


물론 댄스 가수들을 폄훼할 생각은 없다. 댄스 가수들의 눈요깃거리야말로 지금 현재 K-POP 열풍의 근원이 됐으니까. 하지만 댄스와 연주 음악의 밸런스가 맞아 떨어질 때 대중은 훨씬 더 질 높은 음악을 들을 수 있기에 현재와 같은 기타 열풍, 밴드 열풍은 반갑기만 하다.

투개월은 사실상 명맥이 끊겨 촌스럽게만 느껴질 만한 남녀 혼성듀오를 신선하게 만들만큼 그 음악적인 조화가 놀랍다. 분명 아직까지 다듬어지지 않고, 수줍은 모습이지만 기타를 움켜쥔 음악적 믿음이 그들을 더 단단한 팀으로 만들어 내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여자 보컬 김예림의 예쁘장한 외모에 주목하고 있지만 나는 도대윤의 예쁘장한 기타에 더 주목하고 싶다. 아직 기타 실력이라고 칭하긴 어렵지만 팀의 색깔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만들어 내는 기타 소리에 늘 관심이 간다.

'톱밴드'의 톡식은 본격적인 밴드 위주의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결승에 오를 만큼 이미 실력적인 면에서 인정을 받은 팀이다. 하지만 이들은 밴드계의 빅뱅이라 칭하고 싶을 만큼 기존의 한국 록 밴드들과 다른 방식으로 음악에 접근하고 있다. 특히 남의 눈치 보지 않고 과감하게 형식을 파괴하고 자신들의 방향을 확신하고 밀고나가는 모습에서 이미 이들은 프로페셔널이라 할 만 하다.

이렇게 연주로, 밴드로 눈을 돌리면 좀 더 풍성하고 다양한 음악들을 만날 수 있다. 특히 현재의 K-POP 붐에서 한국 대중음악계가 악기 연주와 밴드 음악까지 장착하게 된다면 훨씬 더 큰 경쟁력이 생길 것이라 확신한다. 아마 오디션에 참가하는 이들도 자신의 또 다른 무기를 장착하기 위해 연주를 택한 것이라 생각되는데 이게 단순히 붐이 아니라 문화로 자리 잡길 기대한다.

'가왕'이라 불리는 조용필 선배님, '문화 대통령'이라 불렸던 서태지. 이들이 살아있는 전설이 되고 문화의 아이콘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볼거리도 있지만 자신의 음악을 직접 연주하고 만들 수 있었다는 데에 있다는 걸 기억했으면 한다.

박근태 박근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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