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의 왕' 등 올해 BIFF가 사랑한 화제작 8選③

부산=전형화 기자,   |  2011.10.14 07:00


14일 아시아 최대 영화 축제 제16회 부산국제영화제가 닻을 내린다. 올해 영화제는 70개국 307편이 상영됐다. 어느 때보다 관객의 호응은 뜨거웠다. 매진 행렬이 속출했다.


개막작 '오직 그대만'을 비롯해 송혜교 주연 '오늘', 금성무 탕웨이가 방한한 '무협', 뤽 베송 감독과 양자경이 찾은 '더 레이디' 등 갈라 프레젠테이션 부문 초청작은 여느 때처럼 호응이 컸다.

수많은 화제작들이 관객의 호평을 샀지만 가장 뜨거웠던 반응은 단연 '돼지의 왕'이었다. 비전 부문에 초청된 '돼지의 왕'은 넷팩상(아시아영화진흥기구상)을 비롯해 한국영화감독조합 감독상, 무비꼴라쥬상 등 3개 부문을 석권했다.


'돼지의 왕'은 1억5000만원의 제작비로 만들어진 독립 애니메이션. 회사가 부도난 뒤 충동적으로 아내를 살해한 남자가 15년 전 중학교 시절 친구를 찾아 당시 사건을 이야기하면서 과거를 쫓는 미스테리물이다. 올해 한국 애니메이션 최고 흥행기록을 세운 '마당을 나온 암탉'이 가족물이라면 '돼지의 왕'은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으로 성인 관객을 대상으로 한다.

중학교 시절, 힘과 폭력 부모의 재력 등으로 벌써부터 나눠지는 계급사회를 폭력적이고 강렬하게 그려 이번 부산영화제 내내 화제를 모았다. '똥파리' '무산일기' 등 부산을 기점으로 화제몰이를 했던 독립영화들처럼 '돼지의 왕'도 11월 초 개봉부터 큰 반향이 예상된다.


김기덕 감독의 '아멘'은 이번 부산국제영화제를 끝으로 더 이상 상영하지 않는다. 개봉도 안 하며, 해외영화제 초청도 응하지 않을 계획이다. '아멘'은 김기덕 감독이 3년만에 선보인 '아리랑'으로 칸영화제에 초청된 뒤 유럽에 머물면서 3주 남짓한 시간에 완성한 작품.

한 여자가 유럽에서 있는지도 확실하지 않는 한 남자를 찾아 떠돌아다니는 미스테리한 여정을 그렸다. 남자는 여자가 모르게 주위에 맴돌다가 그녀를 겁탈하고 임신시킨다. 여자가 그 사실을 알고 낙태하려 하자 남자는 아이를 낳아달라며 경찰에 자수한다. 여자는 남자의 마스크를 쓰고 귀국한다.

김기덕 감독은 '아멘'에 마스크를 쓰고 남자 역으로 직접 출연했다. '아멘'은 기독교 성모수태에 대한 비유인 동시에 한때 감독을 포기하려 했던 김기덕의 제2의 출발을 상징한다.


지난달 16일 열린 산세바스찬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된 데 이어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 '한국영화의 오늘' 파노라마 부문에 초청돼 아시아 최초로 선보였다.

구혜선이 '요술' 이후 두 번째로 선보인 '복숭아 나무'는 일찌감치 표가 동이 났다. 팔방미인 구혜선의 작품이란 점에서 관객들의 관심을 샀다. '복숭아 나무'는 샴 쌍둥이의 사랑과 운명을 담았다. 조승우와 류덕환이 썀 쌍둥이로, 남상미가 여주인공으로 출연했다. 구혜선은 '복숭아 나무'가 상영도중 중단돼 관객과의 대화를 준비하다가 사과에 나서기도 했다. 이후 다시 마련된 관객과의 대화 뿐 아니라 일정 때문에 서울에 갔다가 다시 부산에 돌아와 관객과의 대화를 추가로 하는 등 열의를 드러냈다.

정지영 감독의 '부러진 화살'은 이번 영화제 갈라프레젠테이션 부문에 초청됐다.

'부러진 화살'은 정지영 감독이 1998년 '까' 이후 13년만에 내놓은 작품. 대학교수가 항소심 부장판사를 찾아가 석궁으로 살해하려 했다는 혐의로 실형 4년을 선고받은 이른 바 '석궁사건'을 소재로 했다. 사법부의 문제점을 정면으로 지적해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안성기와 정지영 감독이 '남부군' '하얀전쟁'에 이어 세 번째 호흡을 맞췄다. 박원상과 김지호가 출연했다.

'남부군'과 '하얀전쟁'에서 시대에 앞서 사회문제를 제기했던 정지영 감독은 예의 날카로운 시선을 '부러진 화살'에 담았다. 당초 화제작에 들지 못했지만 영화제 중후반부터 입소문이 돌면서 관객들이 몰려들었다.

개막식 레드카펫에서 파격 드레스로 화제를 모은 오인혜가 출연한 '붉은 바캉스 검은 웨딩'도 뒤늦게 화제를 모은 영화다. 김태식,박철수 감독이 각각 에피소드를 연출한 '붉은 바캉스 검은 웨딩'은 아내에 대한 사랑이 식은 노교수가 관능적인 여제자와 애정행각을 벌이는 등 불륜 판타지를 그렸다. 오인혜의 전라 베드신, 남자주인공 성기 노출 등 영화가 야하다는 소문이 나면서 관객들이 폭발적으로 달려들었다.

부산영화제 단골손님 미이케 다케시 감독의 3D영화 '할복'은 팬들의 사랑을 톡톡히 받았다. '할복'은 고바야시 마사키의 동명영화 리메이크. 먹고 살 것이 없어 가난에 찌든 사무라이가 영주를 찾아가 할복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영주는 할복하겠다며 돈을 받아가는 위장할복이라 조롱한다. 이에 사무라이는 자신이 이렇게 할 수 밖에 없었던 사연을 플래시백으로 들려준다. 피와 칼이 난무하는 여느 사무라이영화와 달리 믿었던 신념에 대한 회의, 그것을 이용하려는 권력층을 향한 고발과 저항을 안타까운 시선으로 그렸다.

부산영화제를 찾는 영화팬들이라면 빠지지 않고 찾는 뉴커런츠 부문도 올해 화제의 작품들이 속출했다.

인도네시아 카밀라 안디니 감독의 '거울은 거짓말 하지 않는다'는 김중현 감독의 '가시'와 함께 상당한 호평을 샀다. '거울은 거짓말 하지 않는다'는 바다에서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와 단 둘이 살아가는 열두살 소녀 파키스의 희망과 상실을 눈부시게 아름답게 그린 작품. 파키스는 아버지가 남겨준 거울이 자신에게 늘 진실을 이야기해줄 것이라 믿지만 진실을 이해하기에 아직 너무 어리다. 그런 파키스를 바다는 넉넉하게 안아준다. '거울은 거짓말 하지 않는다'는 영화제 초반부터 매진행렬을 이어갈 만큼 많은 시네필들의 사랑을 받았다.

'거울은 거짓말 하지 않는다'가 영화제 초반 뉴커런츠 화제작이었다면 '소리없는 여행'은 영화제 후반부 화제작이다. 이란 모르테자 파르샤바프 감독의 '소리없는 여행'은 농아 부부가 동생의 아들을 테헤란으로 데려가는 긴 여정에서 일어나는 일을 그렸다. 농아 부는 동생 부부가 언니 집을 찾아와 격렬한 싸움을 벌인 뒤 아들을 두고 가자 그 아이를 데려다주려 한다. 하지만 이미 동생부부는 불행한 사고를 당한 뒤다. 농아 부부는 동생의 아들이 이 사실을 알까 노심초사하면서 이야기는 서정적으로 풀려나간다.

이들 영화 뿐 아니라 올해 부산에선 7000만원으로 3D로 만든 '물고기' 등 화제작들이 관객의 사랑을 받았다. 부산에서 사랑을 받은 이 영화들이 한국 관객에게, 또 세계 영화계로 어떻게 뻗어나갈지 지켜보는 것도 큰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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