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8월 갓 데뷔했을 때만해도 마냥 어리고 여려 보였던 아홉 명의 소녀들. 하지만 이는 단지 겉모습일 뿐이었다. 외유내강의 아홉 소녀들은 때론 잔잔한 바람을, 때론 신드롬을 일으키며 데뷔 4년 남짓 만에 어느덧 아시아권을 주름잡는 걸그룹이 됐다. 아니, 이제 K-팝 열풍의 중심에 서며 아시아권마저도 좁은 느낌을 주고 있다.
이쯤 되면 가요계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소녀시대 이야기란 사실 정도는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소녀시대는 그 이름 자체만으로도 요즘 가요계를 대표할 만한 팀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여름엔 세계 제2의 음악 시장인 일본에 본격 진출, 채 1년도 안 돼 오리콘 차트 정상과 대규모 전국투어 성공을 동시에 이뤄낸 소녀시대. 한층 더 업그레이드 된 소녀시대는 이번에는 1년여 만에 새 앨범을 내고 국내 팬들 곁으로 반갑게 돌아왔다.
소녀시대는 19일 '더 보이즈(The Boys)'를 타이틀곡으로 한 국내 정규 3집을 발표했다. '더 보이즈'는 고 마이클 잭슨의 프로듀서이자, 세계 3대 프로듀서로 손꼽히는 테디 라일리가 직접 작곡 및 편곡한 강렬한 비트의 팝 댄스곡이다. 작사는 소녀시대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의 대표 프로듀서 유영진이 맡았다.
뿐 만 아니다. 김영후, 히치하이커, 켄지, 황성제 등 국내 유명 작곡가들이 대거 참여해 발라드 '봄날', 신스팝 '텔레파시', 댄스곡 '트릭', 레트로사운드의 '톱 시크릿' 등 다양한 장르의 곡 12트랙을 담았다.
특히 이번 앨범 타이틀곡인 '더 보이즈' 음원은 아이튠즈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되며, 미국에서는 오는 11월 유니버설뮤직그룹 산하의 메이저 레이블이자 레이디 가가, 에미넴, 블랙아이드피스 등이 소속된 인터스코프 레코즈를 통해 맥시 싱글로도 출시될 예정이어서 더욱 눈길을 끈다. 데뷔 4년여 만에 월드와이드 마케팅을 본격 선언했기 때문이다.
'훗' 이후 오랜만에 국내에서 선보인 신곡 '더 보이즈'로 정규 3집 발표 당일부터 음원 차트1위를 석권 중인 소녀시대와 마주 앉았다.
-먼저 정규 3집이 갖는 의미를 소개한다면.
▶일단 새로운 도전이라고 생각한다. 월드와이드 홍보를 하게 됐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큰 결과물을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국내 및 전 세계 팬이 그간 우리에 보내주신 사랑에 대한 보답으로 이번 앨범을 내게 됐다.
-3집 만들며 가장 중점을 준 부분은.
▶다양함을 담으려고 노력했다. 소녀적인 예쁜 노래도 있고, '제자리걸음'처럼 90년대 발라드를 떠올리게 하는 곡도 있다. 댄스곡들도 강한 비트를 강조한 곡, 일렉트로닉 디스코풍을 내세운 곡 등 여러 스타일이 있다.
또 저희는 앨범을 낼 때마다 항상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 있는데, 이번에도 이를 위해 노력했다. 1집 때는 운동화를 신은 소녀 같은 모습을, 2집 때는 대학생 같은 분위기를 풍겼다면, 이번에는 데뷔 후 처음으로 멤버 9명이 '더 보이즈'를 통해 랩에도 도전하는 등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자 노력했다. 우리는 도전을 좋아한다.
-'더 보이즈'에 대해 소개한다면. 또 결과물에는 만족하나.
▶우리의 노래 중 처음으로 랩이 있는 곡이다. 그래서 처음에 받았을 때는 낯설기도 했지만, 멤버들이 열심히 녹음한 뒤 완성된 곡을 들었을 때는 정말 뿌듯했다. 티저 영상이 공개된 후 일부에서는 과격하고 과감한 곡이란 평가도 있었는데 아무래도 비트가 세다 보니 그런 이야기가 나온 것 같다. 하지만 저희가 생각할 때는 여성적인 부분도 많은 곡이다. 물론 안무도 강렬함과 여성적인 매력을 조화시켜 짰다.
가사적으로는 여자들이 남자들에 '그 간 고생 많았고 이젠 우리가 이끌어 갈테니 편히 쉬며 힘내라' 혹은 '이제 우리가 앞장 설 테니 정신 차려라' 등 중의적으로 해석가능한 곡이다. 하지만 큰 의미에서 보면, 지친 사람들에 용기를 주는 곡이 될 수도 있다.
-테디 라일리와 작업 처음은 어땠나.
▶편한 분위기를 유도해 하셨고, 녹음할 때 칭찬도 많이 해 주셨다. 우리 멤버들에 자기 색깔을 확실히 보여주셨으면 좋겠다는 주문 및 조언 역시 하셨다. 녹음 줌 춤도 춰주시는 등 굉장히 즐겁게 작업했다.
-당초 예정보다 2주 늦게 '더 보이즈'가 공개됐는데.
▶마음 속으로 준비를 많이 해 놓았고 1년만의 국내 복귀기도 해, 연기된 부분은 솔직히 아쉽고 안타까웠다. 하지만 그 이유가 미국 싱글 출시 준비 등 의미 있는 것이었기 때문에 괜찮았다. 좋은 소식을 전한 뒤, 국내 팬들을 뵐 수 있게 돼 지금은 우리도 좋다.
-싱글을 낸 뒤 미국에서도 본격적으로 활동하나.
▶미국 싱글 발표는 현지 본격 진출이라기보다는 전 세계 팬들의 사랑에 보답하기 위한 차원의 일환으로 계획한 것이다. 그렇기에 싱글을 내고 현지에서 본격 프로모션 등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도 좋은 결과가 나오면 당연히 좋지 않겠는가. 하하.
-또 한 팀의 인기 걸그룹인 원더걸스도 11월에 컴백, 같은 시기 활동하게 됐는데.
▶미국에서도 무척 열심히 활동한 원더걸스가 한국 가요계에 컴백한다고 소식을 들었다. 원더걸스와는 멤버들끼리 친분도 있어, 컴백이 반갑고 기대도 많이 된다.
-걸그룹 경쟁구도를 이야기 할 때 소녀시대가 자주 거론되는 것에 대한 느낌은.
▶저희는 우리를 거론해 주시는 자체를 영광이라 생각하고 있다. 주변에서 그럴 때마다 책임감이 더 커지고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갖는다.
-최근 1년간 일본 진출, SM타운 파리 공연 등 좋은 일들이 많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일단 일본 아레나 투어다. 아레나 투어를 하며 무대를 즐기는 법을 더욱 확실히 배운 것 같다. 또 멤버들끼리 이야기 할 시간도 많이 가지면서 팀웍이 더 단단해 진 것 같다. 수학여행 다녀온 기분이기도 하다. 아레나 투어 기간, 이동할 때 신칸센도 타고 시간이 날 때는 다 같이 온천도 갔기 때문이다. 하하.
꿈의 도시였던 파리에 공연하러 갔던 것도 물론 기억에 남는다. 그곳에 계신 분들이 우리 노래 따라 불러 주시고, 한국에 대해 관심도 가져주시는 모습을 봤을 때 정말 뿌듯했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일본에서 이미 오리콘 1위를 달성했고 첫 아레나 투어도 성공리에 마쳤다. 일본에서 꼭 이루고 싶은 일이 있다면.
▶일본 도쿄돔에서 소녀시대만의 단독 콘서트를 꼭 하고 싶다.
-K-팝 열풍의 대표선수 중 한 팀으로 평가받고 있는데 대한 기분은 어떤가.
▶대표선수로 봐 주셔서 영광이지만 책임감과 부담감도 크다. 저희는 특별히 큰 목표를 놓고 가기 보다는 지금까지 그래왔듯 앞으로도 매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고 즐기면서 해 나갈 것이다.
-이제 소녀시대도 어느덧 5년차가 됐는데.
▶저희는 아직도 신인 같은데 후배 분들이 저희에 먼저 인사하고 우리의 공연을 보고 싶다고 말해 줄 때 무척 신기하다. 하하.
-지난 4년여를 되돌아본다면.
▶데뷔 후 지금까지 4년2개월이 지났다. 사실 처음에는 뭘 모르고 덤벼서 했던 것 같다. 그러다 어느 순간 요령을 알게 됐는데, 시간이 지나니 그런 요령은 쓸 필요가 없고 열심히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그래도 뭔가를 이뤄냈다는 게 뿌듯하다. 하지만 앞으로도 할 일이 많으니 향후가 더 행복할 것 같다.
-이번 앨범 활동 각오를 전한다면.
▶좋은 자리, 좋은 기회가 있으면 언제든 멋진 무대로 찾아 뵐 것이다. 준비는 다 됐으니까 많이 사랑해 주시고 관심 가져 주셨으면 고맙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