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도가니' 반짝하다 말면 어쩌나 했다"(인터뷰)①

[★리포트]

전형화 기자  |  2011.10.19 10:43


공유의 목소리는 맑고 담백했다. '도가니' 열풍에 달뜰 법도 하지만 공유는 오히려 거리를 둔 듯 했다. 실제 그랬다. 공유는 '도가니' 기획부터 탄생까지 함께 했지만 온통 세상이 지글지글 끓을 때 중심에서 슬쩍 비켜섰다. 온갖 매체 인터뷰를 거절해왔다.


'도가니'에 사람들을 공감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자신의 몫이지, 다른 세상 문제에 전면에 서는 것은 배우의 몫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세상 열기가 '도가니'에서 10.26 재보선으로 옮겨간 요즘, 관객 동원도 주춤해진 요즘, 공유에 비로소 전화를 걸었다.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공유의 목소리는 씩씩했다.


"축하해야 한다고 해야 하나"고 인사를 건네니 "축하해 주시면 감사하죠"라고 답한다. 사실 기자는 공유에게 '도가니'를 왜 하냐고 반대했던 숱한 사람 중 한 명이었다. 이야기도 어둡고, 아픈 영화에 사람들이 관심을 갖겠냐고 했다. 갓 제대했으니 좀 더 상업적인 작품을 찾는 게 좋지 않겠냐고 했다.

공유는 그냥 웃기만 했다. 그리고 '도가니'를 찍었다. 기자시사회가 끝나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반대했던 한 사람으로 이 자리를 빌어 진심으로 사과한다"는 말을 했다. 공유는 그 때도 "고맙다"며 웃기만 했다.


많은 사람들이 반대했을 때 이 길이 옳다고 뚜벅뚜벅 걸어갔던 사람에게 지금의 결과는 만족으로 다가왔을까? 공유는 꼭 그렇진 않다고 했다.

공유는 "뭔가를 처음부터 바라거나 기대했던 게 아니라서 처음에 관심이 너무 크니 얼떨떨했어요"고 말했다. SNS를 통해 입소문이 쓰나미처럼 닥치면서 때 마침 국정감사 중이던 정치권에서 너도나도 '도가니'를 외쳤다. 세상은 '도가니'로 냄비처럼 달궈졌다. '도가니'를 보지 않으면 외톨이가 되다시피 했다. 영화의 힘이기도 하지만 기현상이기도 했다.

"공분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것을 보고 잘 되면 좋겠지만 그냥 반짝이다가 사그러들면 어쩌나 노파심도 나더라구요. 그래도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서 다행이에요. 이러다 말면 어쩌지 했거든요."


자신의 출연작 중 가장 흥행에 성공해서 기쁘다거나, 이미지 변신을 성공적으로 해내서 좋다거나, 그런 개인적인 소감은 없었다. 그저 협력해서 선을 이룬 게 기쁜 모양이었다.

공유는 "의도적으로 나서지 않은 건 아니에요. 다만 배우니깐 배우로서 할 수 있는 것만 오버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하자고 생각했어요"라고 말했다.

"생각지도 않게 400만이 넘는 관객들이 영화를 봐주시고 사회적으로 좋은 반응을 얻어서 두 마리 토끼를 잡게 됐잖아요. 배우보다 사회 구성원으로 먼저 기뻐요. 노파심을 깨고 영화 한 편이 막대한 영향을 준 것도 그렇고."

공자님 말씀만 이어지니 개인적인 기쁨이나 흥분은 없냐고 재차 물었다. 대답이 걸작이다.

"오만함을 가지면 안되죠"라더니 "이럴 줄 알았다고 생각해 본 적도 없어요. 다만 기대는 안했지만 뿌듯한 것은 사람인데 당연히 있죠"라고 했다. 돼지 눈엔 돼지만, 부처 눈엔 부처만 보이는 법인가 보다.

공유는 "배우로서는 제 기존 이미지 때문에 영화 몰입에 방해되지 않았던 것 같아 다행인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이러다 이런 유의 영화만 주구장창 들어오면 어쩌죠"라고 웃었다. 그러면서 "어떤 작품을 해야 할까요. 추천 좀 해주세요"라고 되물었다. "액션을 하라" 했더니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좋은 작품은 다 하고 싶네요"라고 말했다.

'도가니'가 세상을 바꾸진 못했다. 다만 움직였을 뿐. 17일 열린 대종상 시상식 레드카펫에 장애인단체 회원들이 올라 한국영화 자막 상영 의무화를 외쳤다. 그동안 그런 일도 없었고, 그런 일이 있더라도 세상의 주목을 받진 못했다. '도가니'가 일으킨 바람 중 하나였다.

"지금도 '도가니'를 생각하면 쿵 하고 가슴에 남아요. 여러가지가 떠올라요. 어떤 작품을 하든 '도가니' 같은 작품은 다시 안올 것 같아요. 여러모로 특별한 영화가 될 수밖에 없어요."

올 한 해 가장 뜨거웠던 영화에 출연했으니 상 욕심을 낼 법도 하다. 공유는 "안 그래도 주위에서 바람을 넣는데 정말 피하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감독님이나 아이들이 받았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뒤에서 정말 열심히 박수를 칠 거에요"라고 더했다.

공유는 그런 남자다. 아니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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