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갑수와 연정훈, 김진표. XTM '탑기어코리아'(이하 탑기코) 세 MC는 피곤해보였다.
22일 녹화를 막 마치고 만났긴 했지만 담배 한 대 피겠다며 왔다갔다 하는 모습이 영 지쳐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연정훈 '뱀파이어 검사'에 '탑기코'를 병행하고, 김갑수는 연극 연출까지, 김진표는 레이스를 하면서 이 프로그램에 매달려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자동차 이야기를 할 땐 눈을 반짝 거렸다.
자칭타칭 벤츠 마니아인 김갑수는 "벤츠 263에 얼마 전 랭글러 루비콘을 샀고, 바이크가 두 대 있다"고 했다. 김진표는 "디스커버리에 쉐보레가 있다"고 했다. 포르쉐 도난사건으로 홍역을 치렀기 때문인지, 연정훈은 "어떤 차를 갖고 있는지 공개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김진표는 "아주 귀한 차"라며 입맛을 다셨다.
명품카를 갖고 있다면 아직은 사회적으로 질타하는 시선이 있다는 걸 염두에 둔 듯 했다. 연정훈은 "원래 '탑기코'를 했을 때 취향을 존중해주고 또 자동차 문화를 인정하는 분위기가 생기는 데 일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탑기코'는 실제 그랬다. 영원한 남자들의 로망이라는 명품카에 대해 이야기하고 즐기는 문화. 그런 이야기들을 하고 싶어 했다.
김갑수는 "난 뭐 취향이란 게 내가 달리고 싶은 카를 갖고 싶어요"라며 "그냥 승용차는 밋밋해서 얼마 못 타. 꼭 튜닝한 차를 타게 되더라고"라고 했다. 레이서로 활동하는 김진표는 "포르쉐가 드림카"라며 "한가지 성능이 극대화된 차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연정훈은 "딱딱 부러지는 독일차보단 그 때 그때 달라지는 이탈리아 차를 좋아한다"고 했다.
세 남자, 정말 자동차를 좋아한다.
'탑기코'에서 세 남자는 각자 자동차를 타본 뒤 시승소감을 말한다. 꼭 좋은 이야기만 나오진 않는다. 연정훈은 이날 녹화에서 쉐보레 카마로를 드레프트로 몇 바퀴 돈 뒤 "머슬카라고 불리기엔 부족하다. 하지만 디자인은 최고"라고 말했다. 협찬해서 빌린 차에 쉽지 않은 지적이다. 김진표는 "작가가 써준 이야기도 있지만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게 이 프로그램에 더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나는 차를 잘 몰라서"라고 눙치던 김갑수는 "오프로드 때 랭글러 루비콘을 탔더니 너무 좋았다. 산에서 내려온 다음엔 아스팔드에선 비단길을 달리는 것 같더라고"라면서 충동구매(?)를 자랑했다.
그러면서도 이런 이야기를 하면 흰 눈을 뜨는 사람들이나 국세청이 주목할지도 모른다고 손사레를 치기도 했다. 세 사람은 바로 그런 점을 '탑기코'를 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으로 꼽았다.
원조인 BBC '탑기어'는 실제 자동차를 구입하지만 국내에선 전부 협찬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크다고 입을 모았다. 연정훈은 "람보르기니를 갖고 있는 분이 차를 빌려주신다더니 녹화 당일 연락이 안되곤 한다"고 말했다. 김갑수는 "자동차 번호판을 최대한 가리려 한다. 취향을 존중하는 문화가 아직 영근 게 아니니깐"이라고 했다. 김진표는 "상황이 언제 어떻게 튈지도 모르죠"라고 더했다.
더 많은 것을 보여주고 싶어도 국내 자동차 법규 때문에 보여주지 못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연정훈은 "자동차로 한강을 건너는 것을 보여주려 했다. 그런데 자동차가 한강에 빠지면 법규 위반이다. 그런데 가라앉자마자 꺼내면 또 괜찮다더라"고 말했다. 아내(한가인)를 태우고 드래프트도 해봤다는 그는 "아내는 시끄러운 것을 별로 안 좋아해서 옆에 태우면 어느새 존다"며 웃었다.
세 사람은 '탑기코' 시즌2에선 더 많은 것을 보여 줄 것이라고 말했다. "시즌2에도 저를 쓴대요"라며 너스레를 떤 김진표는 "더 많은 아이디어를 내고 더 많은 사람들이 좋아해 준다면 더 많은 볼거리를 줄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김갑수는 "자동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 점점 되 가고 있다"고 했고, 연정훈은 "워낙 즐기면서 하니깐 피곤한 걸 모르겠다"고 했다.
세 남자의 '탑기코'는 더욱 굉음을 내며 달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