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신, 독설·위로·깐죽·고집..그가 있어 행복하다

[김관명칼럼]

김관명 기자  |  2011.10.31 12:01


지난 30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MBC '나는 가수다'. 시청자들과 청중은 MC 윤종신의 새로운 모습을 봤다. '나가수' 역대 탈락자와 명예졸업 가수가 출연한 이날 방송분에서 윤종신은 연신 '동료' 가수를 추켜세우기 바빴다. 김범수를 소개하는 대목에서는 "이 분 덕에 대한민국 비주얼의 판도가 달라졌다"고 말했고, 박정현에 대해서는 "원래는 그냥 가수였는데 '나가수'를 통해 요정으로 변신했다"고 말했다.


물론 특유의 깐죽대는 위트도 잊지 않았다. 박정현에 대해 "내 곡으로 데뷔를 한 가수"라며 "'나가수' 출연 중 내 곡을 하나쯤 할 줄 알았는데 안하더라"라고 말해 청중을 폭소케 했다. 조기 탈락했던 김연우가 이날 '내 사랑 내 곁에'로 (결과적으로 1등을 했지만) 폭발적인 청중 반응을 이끌어내자 "진작 저렇게 하지..그럼 몇 라운드 더 갔을텐데"라고 재기 넘치는 멘트로 분위기를 달궜다.

윤종신의 이러한 모습은 '라디오스타'나 '비틀즈코드' 등 그가 MC를 맡고 있는 프로그램에서는 진작 여러 번 보아온 것이지만, 그가 가진 또다른 야누스 얼굴은 엠넷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3'의 독설가다. 이승철이 참가자들의 '재능'을 강조하고, 윤미래가 '필'(feel)과 '끼'를 우선시할 때, 윤종신은 그동안 음악 프로듀서로서 강점을 살린 세세한 음악적 분석을 내놓았다. 때로는 힐난에 가까운 독설도 이어졌다.


"왜 이 노래를 선곡했는지 모르겠다. 목소리가 퍼져 나가고 안 틀리고 하려는 느낌이다. 고음을 보여준 것도 아니고 톤도 안 맞고 밋밋했다. 재미없던 무대였다."(팝 미션에서 이건율에게) "하다 마는 느낌이다. 목소리가 갈라지는 게 매력이지만 겁을 먹어서 그 소리를 터뜨리지 못했다."(이정아에게) "초반 음정이 좋지 않았던 것은 들어서 알 거다. 음정이 흔들리고 노래가 흔들렸다."(신지수에게)

하지만 윤종신의 매력이 가장 세게 느껴질 때는 역시 어린 참가자들에게 따뜻한 위로 내지 그들의 음악성과 음악세계를 대인배답게 인정해줄 때다. 28일 자신이 작곡한 '막걸리나'를 대범하게 편곡해 부른 버스커버스커를 평할 때가 그랬다. "완전 다른 노래를 만들었구나"라며 환한 미소를 짓던 윤종신은 심사평에서 "처음엔 기본과 정석이 모자란 팀이 아닌가 했다. 하지만 이들은 기본과 정석에서 벗어난 팀이다. 내가 이 팀을 (기존) 틀에 박혀 고리타분하게 본 것이 아닌가 반성하게 됐다"고 말했다.


독설이거나 위로거나 위트거나 윤종신의 이같은 '말'이 가식이나 과장, 허언처럼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그의 고집스러운 음악적 행보 덕분 아닐까. 윤종신은 지난해 4월 '막걸리나'와 '그대 없이는 못살아'를 시작으로 매달 단 한 차례도 빠지지 않고 디지털 싱글을 발표해오고 있다. '월간(月刊) 윤종신'이라는 이름으로 '늦가을'이 실린 올해 '11월호'를 내기까지 한 달에 1~2곡을 꼬박꼬박 내는 위대한 실험을 해오고 있는 것이다.

윤종신이 데뷔곡 '처음 만날 때처럼'을 발표한 게 지난 1991년(015B 1집 '텅빈 거리에서'에 객원으로 참여한 것은 1990년). 요즘 대다수 아이돌그룹 멤버들이 태어나기도 전이다. 이후 만 20년 동안 끊임없이 작사작곡을 하고 노래를 부르고 프로듀싱을 해온 '정규 12집 가수' 윤종신. 그래서 그의 독설은 아프지만 오래 달인 보약 같고, 그의 위트는 경박하지만 곰삭은 듯 재미있다. 그리고 그의 위로는 여느 뜨내기 인생의 입에 발린 조언보다 훨씬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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